
미국 이민당국의 급습에 체포된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이 수용된 포크스턴 구금시설이 과거 열악한 위생 환경으로 여러 차례 감사에서 지적받은 곳으로 확인됐다.
1100명 가량을 수용할 수 있는 포크스턴 구금시설은 민간 교도소 기업인 GEO 그룹이 미 전역에서 운영하는 20여개의 이민세관단속국(ICE) 수용시설 중 하나로, 비위생적인 환경과 수용자에 대한 억압적인 관리로 악명이 높은 곳이다. 2021년 미 국토안보부 감찰관실의 보고서에 따르면, 포크스턴 구금시설은 “매트리스가 찢어져 있고, 물이 새고, 환기 시스템에 곰팡이가 피어있고, 곤충이 들끓으며, 변기도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돼 있다.
이는 2024년 발간된 감찰관실 보고서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보고서는 “막힌 변기, 곰팡이, 번겨진 페인트 등이 비위생적인 화장실이 발견됐다”고 명시했다. 또 “구금된 사람들에겐 부적절하게 수갑이 채워져 있고, 휴게시설 이용도 제한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구금자들에게 전문 치료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언급됐는데, 실제 2024년 불법 입국하려다 체포된 인도 국적의 미등록 이민자가 가슴 통증을 호소했지만 치료가 늦어져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인 지난 1월 실시된 가장 최근 조사에서 이 시설의 규정 준수는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애틀랜타커뮤니티언론단체는 “해당 보고서에서는 여러 부분이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고, 더 이상 시설 사진이나 개선 제안은 담겨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대대적인 이민자 단속 정책으로 체포되는 인원이 수용시설 인원을 초과하자, 포크스턴 구금시설 확장 사업을 진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의회 안팎의 반발을 무릅쓰고 통과시킨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에는 ICE 단속 활동에 750억달러(약 104조원) 이상을 추가 지원하는 예산안이 포함돼 있다. 이 예산의 상당 부분은 구금시설 확장에 쓰일 예정이다. GEO그룹은 포크스턴 구금시설을 D. 레이 제임스 교도소와 통합해 이곳을 30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미국 최대 이민자 구금 시설로 확장할 계획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포크스턴 구금시설 주변에는 수용된 한국인 직원을 면회하려는 한국 기업 관계자와 가족들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 포크스턴 시설은 주말에 한해 가족과 친구의 면회를 허용하고 있다. LG엔솔 협력사 현지법인의 한 관계자는 “구금된 직원 한 명과 통화했는데, 직원 말로는 밥도 주고 샤워도 할 수 있지만 시설은 열악하다고 했다”며 “수갑은 차지 않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가 비자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구금이 장기화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이날 포크스턴 시설에서 ICE 당국자를 만나고 나온 현지 이민 전문 변호사는 희망 섞인 분위기도 전했다. 최영돈 변호사는 “ICE 관계자로부터 지금 들은 이야기로는 10일까지 모든 한국 분을 본국으로 돌아가게 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협상 중이라고 한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