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에 시달리는 국산차
5월 대미 車수출 전년比 32% 급감
올 1~5월 생산량은 1.9% 줄어들어
내수 판매량은 전년보다 3% 늘어
수입차, 신차 내세워 14.4% 급증
국산차, 1% 증가…경차는 감소세
“개소세 감면 등 내수 활성화 절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 등으로 올해 들어 자동차 수출과 생산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내수 시장은 수입차가 선전하면서 판매량이 소폭 늘었지만, 내수 활성화를 위해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 연장 등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8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5월 자동차산업 동향(잠정)에 따르면 1∼5월 자동차 수출은 116만8338대로 작년보다 3.8 감소했다. 자동차 생산도 마찬가지로 1.9 줄어든 175만7871대를 기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수입차 25% 관세 부과가 두 달째에 접어들면서 국내 자동차산업 피해가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달 대미 자동차 수출은 18억4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32.0% 급감했다. 관세가 부과된 4월 감소율(19.6%)보다 더 큰 폭의 감소세다.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도 8.3% 줄어든 4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내수 시장은 다소 활성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5월 내수 판매량은 68만786대로 작년 동기(66만651대)보다 3.0 늘어났다. 지난해 소비심리 위축,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등으로 연간 판매량이 6.5 감소했던 자동차 내수 시장이 올해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내수 시장에선 수입차의 성장세가 더 두드러졌다. 1∼5월 국산차는 1.0 늘어난 56만3051대가 판매됐고 수입차는 14.4 증가한 11만7735대가 팔렸다.
수입차 업체들이 올해 대거 신차를 발표한 데 이어, 적극적인 홍보와 할인에 나서면서 판매량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판매량 ‘톱3’인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1만856대), BMW 5시리즈(9703대), 테슬라 모델Y(9270대) 모두 신차가 도입된 모델들이다.

국산차 판매량이 늘었지만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경기 불황에 잘 팔렸던 경차의 올해 연간 판매 7만대선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시장에서 경차는 작년 같은 달 대비 37.4% 급감한 5626대가 신규 등록됐다. 올해 1∼5월 누적 경차 등록 대수도 3만80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4만6517대)보다 33.8% 줄었다. 이러한 감소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연간 경차 판매량은 7만대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경차 등록 대수는 전년 대비 20.0% 감소한 9만9211대였다.
이처럼 불안정한 대외 환경 요건으로 수출 시장이 줄어들면서 내수 시장이 홀로 힘을 쓰고 있지만 이 또한 수입차 판매량 증가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산차 판매 경쟁력 향상을 위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제안했다. 30일 종료되는 신차 구매 개별소비세 탄력세율(5→3.5)과 노후자동차 교체 개소세 70 감면 혜택의 연장 등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관세전쟁의 여파로 전 세계 자동차 수요가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여 결국 내수 시장 활성화를 통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세금 감면과 더불어 완성차 업계도 대대적인 할인 등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훈 KAMA 회장도 “(미국 관세를 비롯한) 통상은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고 정부가 당장 해줄 수 있는 것은 내수 활성화”라며 “수출이 줄어들어 국내 자동차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에 개소세 감면, 노후차 교체 지원 등 연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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