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서예 대가의 만남…우산 송하경·우석 장해 ‘서예양인전’ 개최

2025-04-22

붓으로 쌓아올린 예술적 우정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서예 거장 두 사람이 일평생 붓으로 그려낸 예술 여정을 전시로 풀어낸다. 동아시아 예술이 공유하는 ‘붓의 철학’이 한국과 중국 간 문화 교류의 상징으로 재조명된다.

 ‘2025 한·중 서예양인전(韓·中 書藝兩人展)’이 30일부터 5월 6일까지 서울 한국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 서예계의 원로 우산 송하경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와 중국 서법가협회 명예주석 우석 장해(張海)의 대표작들이 함께 전시된다.

 1941년 같은 해에 태어난 두 작가는, 전북 김제와 중국 하남성 언사현이라는 서로 다른 땅에서 나고 자라며, 고단한 어린 시절을 지나 평생 서예와 학문에 천착해왔다. 전시는 이들이 70년 가까이 걸어온 예술의 여정을 기념하고, 동아시아 서예 정신의 현재적 가치를 되새기는 자리다.

 우석 장해 명예주석은 “우리는 서법에 대한 경외와 열애가 충만하며, 그 전승과 발전을 위해 헌신해왔다”며 “재호가 ‘우석’이고 ‘우산’인 두 사람의 전시는 길이 남을 중한 우의의 축소판이자 선명한 표현으로, 이번 전시는 ‘한중일 삼국 문화부 장관 교토선언’에 응답하는 예술적 우정의 상징”이라 전했다.

 우산 송하경 명예교수 역시 “예술은 국경을 넘고, 문화는 장벽을 허문다”며 “이번 전시가 한중 양국의 서법 정신을 계승하고, 공동의 문화 자산으로서 서예의 미래를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 개막식은 30일 오후 4시 30분, 한국미술관 2층에서 열리며 출판기념회도 함께 진행된다. 이어 5월 1일 오전 10시부터는 성균관대학교 인문사회과학캠퍼스 국제관 9B312호에서 기념 세미나가 열린다. 세미나는 작가 대담과 발표회로 구성되어 있으며, 동아시아 문화 교류와 서법 예술의 현대적 가치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펼쳐질 예정이다.

 전시에 앞서 우산 송하경 교수는 자신의 70년 서예 인생을 담아낸 저서 ‘從吾所好 - 友山의 書藝歷程 70年’(도서출판 다운샘)을 출간했다. 책 제목은 논어 속 공자의 말 ‘종오소호(從吾所好)’를 따온 것으로, “내가 좋아서 걸어온 길”이라는 작가의 선언이자 고백이다. 

 서예가이자 학자인 그는 문화와 예술을 관찰할 때, 그 변화와 발전의 과정을 일관하는 시대정신에 주목한다.

 그러면서 그는 “서예를 포함한 동아시아의 모든 문화, 예술은 그 집적이요, 그 정신적 핵을 이루고 있는 고유성을 근본으로 하면서, 동시에 그 시대의 예술가가 그 이성적 사유와 감성적 직관을 통해 파악해 낸 시대의 본질 인식을 예술로 창작하고자 한다”며 “이것이 동아시아 문화, 예술의 영원한 화두인 법고창신이며, 나아가 전통과 첨단의 융합, 조화의 정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672쪽 분량의 이 책은 서예의 조형성과 개념은 물론, 21세기 신서예 정신에 이르기까지 우산의 예술 철학을 집대성했다. 대표작을 비롯해 제호, 금석문, 현판 등 다양한 작품들이 수록되었으며, 한국서예협회 창립운동에 얽힌 배경과 사료, 인장·도록·안내장·평론 등도 풍성하게 담아냈다.

 우산은 “이 책은 나 혼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속한 사회 구성원들과의 교감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며 “서예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서예 전시를 넘어, 동아시아 문화 예술의 근간이 되는 서법 정신을 재조명하고, 한중 문화 교류의 미래를 그려보는 뜻깊은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미진 기자

저작권자 © 전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