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멜마이어 교수 “국기의 독점이 사회적 분열을 심화시킨다”

2025-11-10

정치심리와 집단 간 관계를 연구해온 심리학자

마르쿠스 케멜마이어 네바다대 교수 인터뷰

“좌파도 국기를 들어야 한다”는 해법 제시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물인 국기가 일부 극우 세력의 전유물로 변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점점 확대되고 심화하는 추세다.

정치심리와 집단 간 관계를 연구해온 심리학자인 마르쿠스 케멜마이어 미국 네바다대 교수는 10일 경향신문과 서면 인터뷰에서 “공통의 상징이 소수 극우 집단의 전유물로 변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통합 상징이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국기는 국민 전체의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을 상징하지만 특정 세력이 이를 독점할 때 사회적 분열이 심화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좌파가 국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그 의미를 되찾을 필요가 있다”며 상징의 재전유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아래는 케멜마이어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 국기의 극우화는 왜 나타나나.

“전 세계의 많은 우파 운동은 ‘국가’라는 개념을 중심에 둔다. 국가는 종종 공통의 혈통, 종교, 문화, 언어, 전통으로 정의된다. 우파나 보수 세력은 자신들을 국가의 수호자이자 ‘진정한 국민’의 대표로 여기며 국기를 그런 정체성의 상징으로 사용한다. 많은 서구 사회에서 이민은 갈등의 원인이다. 이민자, 특히 동화되지 않은 집단을 제외한 ‘순수한 국민’으로서의 국가를 상상하는 이들에게 국기는 강력한 상징이다. 국기의 전유는 특정 사건으로 갑자기 생기기보다는 기존의 사용이 점차 확장되는 형태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영국의 세인트조지 깃발은 한때 축구 경기 응원용으로 쓰였지만 지금은 우파 정치의 상징이 됐다.”

- 극우 세력은 어떻게 국기를 이용하나.

“우파 세력은 옷, 장비, 일상용품에 국기를 새기거나 색상을 변형해 활용한다. 미국에는 국기 장식을 금지한 ‘국기법’이 있으나 오히려 우파는 이런 방식으로 국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사회과학에서는 ‘애국심(국가와 상징에 대한 사랑)’과 ‘국수주의(자국의 우월성에 대한 믿음)’를 구분하지만 한쪽의 애국심은 다른 쪽에겐 배타적 국수주의로 비칠 수 있다. 혈통·종교·전통으로 정의된 조국에 대한 사랑은 다른 배경을 지닌 사람들에게는 배제의 신호로 작용한다. 어떤 사람에겐 국기의 사용이 공동체적 소속감을 주지만 다른 사람에겐 자신이 배제됐다는 메시지로 다가온다.”

- 국기의 정치화를 해결하는 방법은.

“상징의 의미는 사용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좌파가 국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면 그 의미도 바뀔 수 있다. 시위나 행사, 복장 등에서 국기를 활용하면 국기가 우파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약해질 것이다. 다만 개인이 사용할 경우 ‘배신자’로 비난받을 위험이 크기 때문에 개인보다는 집단적이고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또 국기가 예상 밖의 맥락에서 등장할 때 효과가 크다. 예컨대 환경운동이나 성소수자 인권운동에서 국기가 쓰인다면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다.”

- 국제적 연대 모색이 가능할까.

“이런 현상은 세계적으로 흔하지만 모든 나라에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스페인 카탈루냐의 독립운동에서는 국기가 혈통이 아닌 ‘시민적 정체성’을 상징한다. 합법적 시민권과 언어 사용만으로도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된다. 이 경우 국기는 우파의 도구로 작동하지 않는다. 국기의 의미는 사회의 정치 담론 속에서 정의되며 나라별 맥락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세밀한 분석이 필수적이다. 국기의 사용은 원인이라기보다 불만이 드러나는 증상이며 국제적 연대는 ‘극우 운동 자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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