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3년 임기를 마무리하며 산업은행이 당분간 수장 공백 상태를 이어가게 됐다.
산업은행은 5일 오후 서울 본점에서 강석훈 회장의 퇴임식을 개최할 계획이다. 강 회장은 퇴임 이후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로 복귀할 예정이며 산은은 당분간 김복규 전무이사 대행체제로 운영된다.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만큼 향후 신임 회장 임명까지는 한 달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구조조정 성과 냈지만···골칫덩어리 매물 여전
강 회장은 취임 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매각과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등 굵직한 성과를 거뒀으나 HMM·KDB생명 등은 매각에 실패하며 아픈 손가락으로 남았다.
HMM의 경우 2023년 경영권 매각에 나서며 하림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으나 막판 협상이 불발됐다. HMM은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이하 해진공)가 각각 36.02%, 35.6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 사이 HMM의 지분가치는 주가 상승으로 더욱 커졌다. 2023년 당시 산업은행과 해진공은 HMM의 매각가를 6조원대 중반으로 책정했으나 현재 지분가치는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할 경우 11조원이 넘는다.
이번 정부 내에서도 HMM 매각은 산업은행의 최우선 과제로 꼽힐 전망이다. 단 커진 덩치에 실제 인수 가능한 민간 기업이 많지 않고 이재명 대통령이 약속한 부산 이전 등까지 겹쳐 문제는 더욱 복잡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건전성을 높이려면 HMM 매각이 시급하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HMM 주가가 1000원 오를 때마다 산은 자기자본비율은 0.09%포인트 떨어진다.
국제결제은행(BIS) 규정에 따르면 은행이 자기자본의 15%를 초과해 특정 기업의 지분을 보유할 경우 초과분에 대해서는 1250%의 위험가중치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HMM의 지난 4일 기준 종가는 2만2550원이다.
강석훈 회장은 지난 4월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HMM 지분 매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면서 "HMM 주가가 1만8600원대를 넘어가면 가중치가 적용되고 2만5000원이 넘을 경우 현재 13% 후반인 BIS 비율이 위험해진다"고 우려했다.
'아픈손가락' KDB생명···본사 부산 이전 이슈는 종결
KDB생명은 HMM과 상황이 정반대인 경우다. HMM이 커진 몸집에 주인을 찾기 힘들다면 KDB생명의 경우 건전성 부실 등을 이유로 인수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산업은행은 2009년 금호생명(현 KDB생명) 인수 후 2014년 처음으로 매각에 나섰으며 이후 여러 차례 재도전했으나 결국 새주인 찾기에 실패했다. 강 회장 또한 취임 후 KDB생명 매각에 대해 "최대한 빨리 하겠다"며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 인수자 찾기에 나섰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인수 논의를 진행했던 하나금융지주와 MBK파트너스는 모두 인수 철회 의사를 밝혔다.
강 회장은 지난해 6월 KDB생명 매각 상황과 관련해 "KDB생명은 저에게도 정말 많이 아픈 손가락이다. 매각을 위해 최선을 다해봤으나 원매자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올해 초 금호생명(전 KDB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조성한 사모펀드가 청산되며 KDB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하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KDB생명이 지난 3월 말 기준 자본잠식상태에 놓이며 연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추가 자금 투입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강 회장이 임기 내내 추진했던 본사 부산 이전의 경우 이재명 대통령이 대안으로 동남투자은행(가칭) 설립 추진을 공식화했다. 강 회장의 경우 산은 부산 이전을 밀어붙이며 노조와 임기 내내 갈등을 겪었으나 신임 회장의 경우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산업은행 노조 측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동남권산업투자은행에 대해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의 현실적인 한계를 직시하고 지역 밀착형 투자기관 설립이라는 근본적 대안을 제시했다"면서 "동남권산업투자은행이 산업 경제 발전의 새로운 성공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