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올 때 노 젓자'···제약바이오사 주가 부양책 봇물

2024-09-25

헬스케어 섹터가 금리 인하라는 호재를 만나 연일 주가 상승을 이끄는 가운데 기업의 주주 환원책도 늘고 있어 주목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자사주 매입 등 주가 부양책을 쓰는 제약바이오 기업이 올 초부터 많이 증가했다.

휴온스글로벌은 지난달 2년 연속 중간배당 지급을 결정했다. 1주당 275원의 현금배당 결정에 따라 총 배당금 약 33억5889만원이 지급되며, 시가배당률은 1.14%다. 이번 배당 결정은 9일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3명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승인됐으며, 감사도 참석해 결의에 참여했다. 배당금 총액은 발행주식 총수 1262만1492주 중 자사주 40만7317주를 제외한 1221만4175주를 기준으로 산정됐다.

휴온스글로벌은 지난해 중간배당으로도 1주당 250원을 지급한 바 있으며, 당시 시가배당률은 1.19%, 총 배당금은 약 30억6218만원이었다.

휴온스글로벌 자회사인 휴온스 역시 지난달 초 추가 공시를 통해 2024년 중간배당으로 1주당 3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통주 시가배당률은 0.95%이며, 배당금 총액은 약 35억5441만원이다.

휴온스그룹은 앞서 지난 5월에도 70억원 상당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휴온스글로벌, 휴온스, 휴메딕스는 이사회를 통해 각 20억원, 20억원, 3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 체결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회사에 따르면 이번 자사주 취득은 그룹 차원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결정한 건으로 지난 5월부터 6개월간 신탁계약 방식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휴온스그룹 관계자는 "앞으로도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성실히 이행하고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휴온스그룹은 중장기 배당정책을 제시하며 매년 배당금을 높여가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또 지난해부터 중간배당을 시행하고 투자자가 배당금 규모를 사전에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선 배당액 확정, 후 배당기준일 설정' 제도를 제약회사 최초로 도입했다.

이달 들어서만 두 회사가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

건강기능식품 전문기업 프롬바이오는 지난 3일 심태진 대표이사가 6억원 규모 자사주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심 대표는 지난달 27~30일 동안 장내매수를 통해 0.98% 지분에 해당하는 자사주 28만 주를 매입했다. 이어 지난 5일에는 내부자거래 사전공시를 통해 2.15% 지분에 해당하는 14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프롬바이오 관계자는 "상장 이후 처음으로 주식을 장내매수한 것"이라며 "이번 지분 취득은 유통망 개편에 따른 실적 개선에 대한 자신감과 책임경영에 따른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진행됐고 향후 추가적으로 지분 매수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심태진 대표이사는 "불확실한 경제상황에서 프롬바이오를 믿고 투자해주신 주주분들에게 실적개선 자신감과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덴티스트리 기업 디오는 지난 7일 이사회를 통해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 체결 결정'을 결의하고 이에 따라 총 100억 원 규모(약 52만 주)의 자사주를 취득할 예정임을 공시했다.

디오 김종원 대표이사는 "이번 자사주 취득 결정은 주주가치 제고는 물론, 회사의 중장기적인 주가 흐름의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회사는 이번 자사주 취득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활용 방안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번 자사주 취득 결정은 회사의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해당 계획에는 수익성 개선, 재무 건전성 확보 및 주주 가치 증대를 목표로 하는 다양한 경영 혁신 전략이 포함되어 있다. 회사는 이에 따라 지난 19일 약 270억원(총 90만 주)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도 했다. 이는 발행 주식 총 수 1588만1755주 기준 5.7%에 달하는 물량으로 이번 소각으로 인해 상장주식수는 약 5.7% 감소, 주당순이익은 약 6%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했다.

제약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의 주가 부양책은 금융당국의 '밸류업' 정책 취지에 발맞춰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대표적으로 한미사이언스와 셀트리온 등이 자사주 취득이나 소각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한미그룹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는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550억원 규모 자기주식 156만 5390주를 소각했다고 지난 4월 밝혔다. 한미사이언스는 이사회에서 '주주 가치 제고'가 회사의 중요한 경영 방침이라는 점을 재확인하고 자기주식 소각을 단행했다.

회사 측은 이번 자기주식 소각은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밸류업' 정책 취지에도 부합한다면서, 앞으로 배당 확대 등 주주 환원을 위한 노력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에 따라 조정된 총 발행주식 수량에 대한 등기 및 주식 수량 변경 상장 절차가 완료되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 상승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달 셀트리온도 이사회를 개최하고 자사주 추가 매입과 소각을 결정했다. 매입한 자사주는 총 43만 6047주로 취득 금액은 약 750억원 규모다. 셀트리온은 앞서 지난 3월에도 75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단행한 바 있어 올해 들어서만 총 1500억원 규모를 매입했다.

자사주 매입과 더불어 셀트리온은 자사주 소각도 동시 진행했다. 셀트리온이 이번에 소각한 자사주는 총 111만 9924주로 보유 자사주 수량의 10%에 해당하며 약 2000억원 규모다. 셀트리온은 이미 지난 1월, 당시 보유 자사주 수량의 20.6%에 해당하는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단행한 바 있다. 이번 추가 자사주 소각으로 셀트리온은 올해만 자사주 수량의 30%에 달하는 6000억원어치를 소각한 셈이다. 추가 주식 소각에 따라 셀트리온의 발행주식총수는 2억 1692만 9838주로 감소했다.

이번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이사회 의결을 통해 이뤄졌다. 기업의 미래 성장동력 대비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다는 판단이다. 셀트리온그룹은 지난해 총 약 1조25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하고, 작년 말 1주당 500원씩 총 1037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결정하는 등 주주 환원책을 지속하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사업 성과와 더불어 지속적인 주주환원을 통해 동반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과 셀트리온은 한국거래소가 기업가치 우수기업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지난 24일 공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포함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헬스케어 관련 기업은 ▲셀트리온 ▲한미약품 ▲클래시스 ▲케어젠 ▲메디톡스 ▲덴티움 ▲종근당 ▲파마리서치 ▲씨젠 ▲JW중외제약 ▲동국제약 ▲엘앤씨바이오 등 12곳이다. 거래소는 시장 대표성(시가총액), 수익성(당기 순이익), 주주환원(배당 및 자사주 소각), 시장평가(PBR·주가순자산비율), 자본 효율성(ROE·자기자본이익률) 등의 평가지표를 적용해 밸류업 지수 종목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주가가 100만원을 넘기며 일명 '황제주'로 복귀한 바이오 대표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밸류업 지수에서 제외된 것은 최근 2년 연속 주주환원(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 등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지난 2022년 공개한 "2025년 이후 해당연도 FCF(잉여현금흐름) 10% 내외에서 현금배당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는 기존 배당정책안을 고수하겠단 입장이다.

이는 제약바이오 업계 특성상 주주 환원책보다는 신약 개발 등을 위한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는 것이 먼저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주가 부양책에 적극적으로 나선 한미사이언스나 셀트리온도 속내는 복잡하다.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올 초부터 오너 일가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상태다. 때문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를 소각했다는 설명에 대해 시장은 미심쩍은 반응을 보였다. 자사주 소각 사실을 보도자료로 알린 지난 4월 9일에서 이틀이 지난 11일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오전장 한 때 3만3800원으로 연중 신저가를 기록했다.

장 막판 9일 종가 대비 350원(1%) 오른 3만5500원으로 거래를 마쳤지만 주가는 여전히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힘을 쓰고 있지 못하다. 투자자가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책의 진정성에 의심을 표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셀트리온그룹은 서정진 회장의 목표인 '통합 셀트리온' 출범을 위해서라도 셀트리온 주가를 적극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 간 통합이 무산된 이유가 고평가된 셀트리온제약과 합병하면 셀트리온의 주주가치가 훼손된다는 셀트리온 주주의 반대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합병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셀트리온제약이 주가 고평가 논란을 불식시킬 만큼 단기간 큰 폭의 실적개선을 이루든가, 아니면 셀트리온제약 주가만큼 셀트리온 주가도 상승하든가 둘 중 하나는 해내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셀트리온 주가 부양이 더 달성하기 쉬운 목표로, 향후 셀트리온이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 주가 부양책을 꾸준히 진행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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