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가 140주년 기념식에서 한국 사회가 무속에 의존한 어두운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교총은 무속과 거짓 선지자를 멀리하고 좌우 극단에 취우치지 않겠다면서, 교회가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 우리 삶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교총은 23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연 ‘한국기독교 140주년 기념대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비전선언문을 발표했다. 기념대회는 1885년 4월5일 부활절에 미국 선교사인 호러스 언더우드와 헨리 아펜젤러를 통해 한반도에 기독교가 전파된 뒤 140년이 지난 점을 기념하기 위해 열렸다.
한교총은 비전선언문에서 “한국교회는 미신과 구습을 타파하고, 제국주의의 유산을 물리치며 민주 공화정에 입각한 자유 대한민국의 터전을 마련했다”며 “140주년을 맞이한 한국교회는 혼란스러운 나라와 세상을 복음으로 새롭게 하는 사명이 있다”고 밝혔다. 한교총은 ‘무속과 거짓 선지자를 멀리하는 사회를 만들겠다’ ‘정의로운 나라가 되도록 헌신하겠다’ 등 5가지를 선포했다.
김종혁 한교총 대표회장은 기념사에서 “조선 사회는 무속이 인간의 삶과 사고를 지배하고 억압하던 사회였다”며 “한국 기독교 140주년을 맞이한 지금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 질서 속에서 권력과 권한이 충돌하고 무속에 의존하는 어두운 세상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교사들이 복음을 선포하며 전근대적 구습을 물리치고 민주공화체제의 대한민국이 건국되었듯이 다시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서 우리의 삶의 형식을 새롭게 하고 교회를 새롭게 하고 나라를 새롭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훈 한교총 명예회장은 설교에서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어떤 도전에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쉽게 동요되면 안 된다. 어느 한쪽에 치우쳐 있으면 안 된다. 우리나라를 무너뜨리는 것이 망국적인 편 가르기”라며 “내 편이 아니면 다 적이다. 우리가 이것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은 정치인으로서, 예술인은 예술인으로서, 사업가는 사업가로서, 직장인은 직장인으로서, 학생은 학생으로서, 의사는 의사로서 자리를 지킨 곳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도 했다.
기념대회 상임대회장 소강석 목사는 “선교사들을 통해 우상과 미신, 가난과 차별이 가득하였던 이 땅에 복음의 빛이 전해지면서 새 아침이 밝았다”며 “한국기독교 140주년을 한국교회 연합과 부흥의 원년으로 삼아 복음의 빛, 사랑의 빛, 희망의 빛이 다시 타오르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기념대회에는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권한대행,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이언주 민주당 의원, 김기현·송석준·우재준·한지아 국민의힘 의원, 최재형 전 의원이 참석했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축전을 보냈다.
한교총은 이날 기념대회에 앞서 서울 마포구 양화진 외국인선교사묘원을 방문해 헌화했다. 선교사묘원은 한반도에 기독교를 전한 외국인 선교사 145명과 가족이 잠든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