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 내리는 거리와 광장의 뜨거웠던 함성으로 함께했던 지난겨울은 대한민국이 민주국가임을, 그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고 이제는 진정한 봄을 기다리는 시간을 가져다주었다.
윤석열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로 시작된 내란 사태는 일단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오게 만들었고 이제 새로운 대통령 선거를 오십여 일 남겨 두고 있다. 각 정당의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공약 발표와 전당대회 등으로 모든 정치 이슈가 선거로 집중되고 있다. 앞으로 대선 후보들은 수많은 공약을 발표할 것이고 대부분은 경제와 민생에 집중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남북관계는 지금까지 어떤 시기보다 더 심각하게 망가지고 틀어졌다. 이 시점에서 우리 시민들에게 잊히고 있는 통일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그렇게 노래하는 시대가 있었다. 그런데 이젠 이 노래를 들을 기회도 거의 없어졌다. 통일은 사람들 사이에서 잊힌 단어가 되었다. 통일은 불가능하니 평화를 이야기하자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평화가 정착되면 통일이 오게 될까? 남북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 평화가 자리를 잡고, 평화가 오래 이어지다 보면 통일은 저절로 올 것인가?
필자는 1960년대 박정희 유신시대 중, 고등학교에 다녔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학생들을 학생회가 아니라 학도호국단이라는 군대조직으로 구성했다. 총학생회장이 아니라 연대장을 학교에서 지명하고 대대, 중대, 소대로 학생들을 편성해 교련복을 입고 총검술과 M1 소총 분해 조립을 누가 빨리하는지 대회를 열었다. 교련복 가슴에는 滅共(멸공)이라고 쓰인 구호가 붙은 옷을 입고 학교에 다니던 시대였다. 오로지 북에 대한 적개심을 부추기고 국민이 다른 생각을 못 하도록 사상 교육을 시켜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삼았다.
10월 유신으로 독재를 강화하며 영원할 것 같았던 박정희 정권도 부마민주화항쟁으로 시작된 전국적인 민주화운동으로 무너졌다. 총을 든 군인들이 일으킨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은 김재규의 총에 의해 종말을 맞이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 서울에서 상상도 못 한 일이 일어났다. 윤석열에 의해 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에 난입하는 불법 비상계엄이 있었고, 이를 몸으로 막은 시민들에 의해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들어올 수 있었다. 비상계엄 해제 의결로 군부에 의해 통치될 뻔한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이 모든 국가의 시대적 아픔과 시련을 관통하는 시사점이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우리가 분단체제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분단된 나라에서는 사람이 제대로 사람 꼴을 하고 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분단 때문에 마음대로 다니지 못하고, 할 말 못하고, 심지어 노래마저 마음대로 부를 수 없었다. 목숨조차 내 것이 아니었다. 간첩을 만들든, ‘빨갱이’로 몰아서 누군가 필요하면 언제나 거두어 갈 수 있는 것이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도 분단 때문에 가능했다. 분단을 빌미로 사람을 죽이고 다치게 했다. 분단을 빌미로 쿠데타을 일으켰다.
그래서 이 시점에 우리가 통일을 다시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통일을 앞세우지 않는 평화는 없다. 통일을 앞세우지 않은 평화는 거짓이다. 평화가 평화를 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남과 북이 따로 노는 한 평화는 없기 때문이다. 둘이 따로 있는 한 체제 경쟁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체제 경쟁을 계속하는 한 남북 주민 누구도 걱정 없이 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또 하나 평화가 평화를 주지 않는 것은 남북을 둘러싼 나라들의 이해관계 때문이다. 누구나 알다시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어느 나라도 남북의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 바라지 않을 뿐 아니라 보이지 않게 방해하고 있다. 그들은 통일도 평화도 원치 않는다. 다만 남북 간의 적당한 긴장과 갈등이 필요할 뿐이다. 그것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전쟁보다도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남북이 평화롭게 살고자 해도 주변국들이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래서 평화가 평화를 보장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여야 대통령후보들에게 요구한다. 특히 대통령으로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에게 바란다. 문재인 정부의 희망 고문으로 끝난 통일의 기대를 다시 살려주는 선거가 되도록 해야 한다. 평화가 평화를 보장하지 못하므로 통일을 목표로 한 평화통일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고착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오기를 원한다면, 당리당략에 매몰되지 않고 진정한 구국의 정신으로 통일정책을 만천하에 밝혀야만 한다. 기회주의적인 자세로 통일을 외면하면 절대로 진정한 평화는 오지 않기 때문이다.
배성만 새로운 100년을 여는 통일의병 행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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