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생존을 지키는 회생, 종합적 고려법 [이응교 변호사의 도산법 네비게이터]

2025-05-23

2024년 말부터 서울회생법원이 시범적으로 도입한 ‘종합적 고려법’은 회생절차의 실무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상대적 지분비율법’에 따른 회생계획안 심사기준을 보완하여, 기업의 실질적인 회생가능성과 이해관계인의 이익을 함께 고려하려는 시도이다

기존의 회생절차에서는 회생계획안의 인가요건으로,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회생채권자에 대한 변제율보다 낮아야 한다는 상대적지분비율법이 적용되어 왔다. 이러한 기준은 특히 소규모 기업이나 창업 초기 기업의 경우, 경영자의 지분이 과도하게 희석되어 경영권을 상실하게 되는 문제를 야기했다. 예컨대, 상대적지분비율법에 따르면 회생채권자들이 10%만 변제받기로 한 경우, 기존 주주는 회생 후에도 10%보다 적은 지분만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법리는 채무자 회사의 지분 가치를 ‘기계적으로 채무보다 항상 후순위’로 보고, 기존 주주의 경영 지속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초기 창업자·벤처기업의 경우, 회생 채권자는 대체로 소수이고, 변제율이 낮게 책정되기 때문에 기존 경영자의 지분이 0%에 수렴하게 되어, 회생 후에도 회사를 운영할 동기를 잃게 하는 측면이 있었다.

소규모 법인의 경우에도, 기업가치 대부분이 경영자 개인의 능력이나 인적 네트워크에 기반하지만, 상대적 지분비율법은 이를 반영하지 않아 기존 경영자를 사실상 퇴출시키는 부작용이 있었다. 결국 이로 인해 회생 자체가 무의미해지거나, 오히려 파산을 선택하게 되는 도산유인이 발생하는 문제가 초래되었다.

이에 따라 서울회생법원은 소규모 기업의 특성과 현실을 반영하여, 기존 경영자가 회생 이후에도 일정 수준의 지분을 유지하며 경영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종합적 고려법을 시범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이는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책임경영을 유도하고, 회생절차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종합적 고려법의 적용 범위와 구체적인 기준에 대해서는 향후 명확한 정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특히, 경영권 유지의 기준, 채권자 보호 방안, 회생계획안의 공정성 확보 등 다양한 요소에 대한 세심한 검토와 제도적 보완이 요구될 것이다.

회생절차는 단순히 채무를 조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과 시장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사회경제적 장치다. 종합적 고려법은 ‘형식보다 실질’에 기반하여, 회생제도의 본래 취지를 회복하고, 각기 다른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현실적인 균형점을 찾아내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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