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인코리아닷컴 김세화 기자] 오너 일가의 갈등과 장기적인 실적 부진에 시달려온 동성제약(주)(002210, 대표 나원균)이 결국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경영권 분쟁이 가족 간의 갈등을 넘어 주주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경영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동성제약(주)은 7일 경영 정상화와 기업 가치 보전을 목적으로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날 오전 8시 이사회에서 회생절차 신청 안건이 만장일치로 의결된 뒤 같은 날 오전 11시 43분 서울회생법원에 공식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지난 21일에는 한국거래소를 통해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소송이 제기됐음을 알렸다. 공시에 따르면, 이양구 전 회장 외 1인은 지난 4월 24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 동성제약(주)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신청했다. 이들은 임시주총 소집과 함께 이양구 전 회장을 의장으로 선임하고 이사와 감사 선임, 해임, 정관 변경 등 경영진 교체를 주요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에 대해 동성제약(주)은 “법적인 절차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지난 1957년에 설립된 동성제약(주)은 배탈 치료제 '정로환', 염색약 '세븐에이트', 탈모치료제 '미녹시딜' 화장품 '동성 랑스', '이지엔', '리투앤', '에이씨케어' 등으로 널리 알려진 중견 제약회사, 화장품회사로 최근 경영권을 둘러싼 삼촌과 조카 간의 갈등, 심각한 재무 악화가 맞물리며 존립 위기에 몰렸다.
동성제약 회생절차 개시 신청 공시 (2025년 5월 8일)

동성제약(주)의 경영권 분쟁은 오너 2세인 이양구 회장과 3세인 나원균 대표이사 간의 갈등에서 비롯됐다. 이 회장은 지난해 조카인 나 대표에게 경영권을 넘겼지만 이후 회사의 정상화 필요성을 내세우며 지난 4월 보유 지분 14.12%를 외부 마케팅 회사인 브랜드리팩터링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나 대표 측과의 사전 협의는 없었으며 이 회장은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며 나 대표와 현 이사진 전면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맞서 나 대표 측은 지난 5월 7일 이사회를 열어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경영권 유지를 위한 ‘시간 벌기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경영권 변동, 주주 등 채권자 권리 행사 등에 제한이 생겨 경쟁 세력의 압박을 일시적으로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의 경영난은 수년간의 실적 지표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동성제약(주)은 최근 6년 중 2022년을 제외하고 5년 동안 적자를 기록했다. 주력 제품의 판매도 부진하다. 염색약 ‘세븐에이트’의 매출은 2022년 264억 원에서 2024년 256억 원으로 감소했다. 신규 브랜드 진입, 저가 경쟁 심화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동성제약 부도 발생 공시 (2025년 5월 21일)

적자 누적 속에 단기차입금 증가, 전환사채(CB) 발행, 이자비용 확대 등으로 재무 구조는 빠르게 악화됐다. 결국 5월 8일 1억 300만 원 규모의 어음 부도를 시작으로 13일(1억 3,917만 원), 14일(4,000만 원), 15일(7,612만 원), 21일(1,725만 7,200원)까지 이달에만 다섯 차례의 부도 공시가 나왔다.
법원은 향후 동성제약(주)의 회생 가능성을 검토한 뒤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만약 회생 가능성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회생절차는 폐지되고 회사는 곧바로 청산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