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억 달라" 잊을만 하면 나오는 조합장 성과급 논란…법적 규제 마련해야

2025-05-23

경기 안양 호원초등학교 주변지구 재개발 조합, 조합장 성과급 두고 내홍

지난해 경기 수원시, 서울 서초구 등에서도 비슷한 사례 속출

법조계 "성과급 둔 의견 분분하지만… 법적 규제는 힘들다"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조합장을 포함한 조합 임원에게 거액의 성과급 지급을 추진하면서 내홍을 겪는 정비사업지가 늘고 있다. 정비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것에 대한 적절한 대가는 있어야 한다는 주장과 과도한 성과급은 곧 배임이라는 의견이 충돌하며 해산까지 늦어지는 조합도 다수 있다. 그러나 정비사업 관련 법안에 성과급을 둘러싼 규정이 없어 소송밖에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38억이 웬 말이냐" 뿔난 조합원… 법적 조치도 불사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경기 안양시 호원초등학교 주변지구 재개발(평촌 어바인퍼스트) 조합원들이 조합 해산을 앞두고 조합장 A씨의 해임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9일 개최될 총회 안건으로 조합장 1인에게 38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상정돼서다. 임원 8인에게는 11억원, 대의원 108인에게 총 10억8000만원을 책정하는 등 임원 성과급으로만 총 60억원가량이 집계됐다.

A씨는 그동안 2억원(활동비 제외)에 달하는 연봉을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세전 연봉 2억원의 세후 월 실수령액은 약 1139만원이다.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가 발표한 '2025년 조합 상근임직원 최저 급여 기준'에 따르면 올해 조합장의 적정 평균 월급(세전 금액 기준, 상여금 400% 조건)은 조합원 규모별로 ▲300명 미만 429만원 ▲500명 미만 451만원 ▲700명 미만 473만원 ▲1000명 미만 493만원 ▲1000명 이상 513만원이다. 호원초등학교 주변지구 재개발조합의 총조합원 수는 1496명으로, A씨는 그간 적정 월급 대비 2배 이상의 월급을 받아온 셈이다.

조합원들은 최근 법무법인을 선임해 총회 무효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한 조합원은 "어느 정도의 금액이면 인정하지만 30억이 넘는 돈을 성과급으로 달라는 건 조합원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그동안 조합 운영을 투명하게 했는지 여부도 불투명하다"고 우려했다.

조합원들은 성과급 문제로 안양시에도 도움을 요청했으나 별도의 규정이 없어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개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안양시 관계자는 "조합 임원의 성과급 지급은 총회 의결사항"이라며 "필요 시 조합 운영 실태점검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조합 임원에게 돌아가는 거액의 성과급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수원지방법원은 지난해 12월 경기 수원시 팔달10구역 재개발(수원센트럴아이파크자이) 조합에 총회결의 효력정지 판결을 내렸다. 이 조합이 조합장 몫의 성과급 6억원을 비롯해 조합 임원과 대의원에게 총 123억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지난해 8월 임시총회에서 통과시켜서다.

일부 조합원들은 총회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성과급 지급 사유도 정당하지 않다"며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성과급 지급 대상으로 지목된 임원 대다수가 일반분양이 다 끝난 후 자리에 올랐기에 성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지난해 7월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래미안원펜타스) 조합은 조합장 A씨에게 성과급 58억원 지급을 추진했다가 조합원의 거센 반발을 샀다. 빠른 사업 진행을 통해 약 5800억원의 사업 이익을 창출했으니, 그 공로를 인정하기 위해 이익의 1%를 떼어준다는 취지였다.

이후 조합원들이 법원에 성과급 지급 관련 총회 안건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데 이어 조합 회계 감사까지 요청하고 나섰다. 반발이 거세지자 결국 조합장은 성과급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조합 이익과 업무의 정상화를 위해 성과급 일체를 받지 않고 그 내용을 담은 각서도 제출하겠다"는 내용의 공지까지 올렸다.

◆"수십억 성과급은 과해" 서울시 권고는 권고일 뿐… '도시정비법'은 그대로

현실적으로 정비사업 조합 임원의 성과급 지급을 둘러싼 분쟁을 막기는 힘들다. 법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김창화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업무 성과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 필요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이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이 있다"며 "반대로 조합 임원들에게 별도의 급여가 제공되고 있고 임원들 역시 조합원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인센티브 지급을 수긍하기 어렵다는 조합원도 많다"고 말했다.

2015년 서울시는 '정비사업 조합 등 표준 행정업무 규정' 개정을 통해 임금·상여금 외에 성과금을 금지했다. 정비사업 특성상 사업 외적 요인에 따른 변동이 크기에 조합 임원의 성과급 지금의 객관적 기준을 정하거나 평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는 권고사항이라 강제성이 없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조합마다 상황이 달라 적절한 성과급 비율을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국회에서 관리처분계획에 조합장 성과급 관련 규정도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버법)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후 정부 차원에서의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분간 성과급 문제의 검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현재로써는 성과급이 누가 봐도 과도할 정도일 경우 소송을 통해서 그 비율을 조정하는 것이 최선이다. 2020년 신반포1차 재건축(아크로리버파크) 조합 임원은 1000억 원이 넘는 사업 이익의 20%를 성과급으로 달라는 요구를 했다. 이에 반대한 일부 조합원들이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들의 손을 들어주며 추가 이익금 7%만 조합 임원의 성과급으로 인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재건축 사업은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공익적 성격의 사업"이라며 "조합 임원의 보수가 과다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관념에 반한다고 볼 사정이 있다면 해당 결의는 효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조합 임원 성과급을 정할 때 명확한 성과 기준 성립과 물가 기준 등 다양한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관계자는 "급속한 물가 상승에 따라 체감되는 실질 생활비가 급등했으므로 이 같은 점도 반영해야 하지만, 건설경기 악화로 인한 주택정비사업 현장의 자금조달 상황 등 현실적인 부분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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