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LG는 19일 LG상록재단이 운영하는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화담숲 인근 정광산에 토종 꿀벌 서식지를 조성했다고 밝혔다.

꿀벌은 세계 100대 주요 농작물 가운데 70여 종의 수분을 돕는 핵심 매개체다. 개체 수 감소는 곧 식량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치며 나아가 생태계 전반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자연 식생의 상당수는 서양 벌이 아닌 토종 꿀벌에 의존하고 있어 국내 생태계 보존을 위해 토종 벌 보호가 필수적이다.
한때 수십억 마리에 달했던 토종 꿀벌은 2010년대 낭충봉아부패병 확산으로 약 98%가 사라지며 멸종 위기에 놓였다. 최근 들어 병에 강한 개량종 개발과 민관 협력으로 일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후 변화로 2021년부터 다시 수십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지고 있어 지속적인 관심과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LG는 토종 꿀벌 ‘한라 토종벌’ 100만 마리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400만 마리 수준으로 개체 수를 늘릴 계획이다. 화담숲 일대는 꿀샘 나무와 밀원 식물 자원이 풍부해 꿀벌의 안정적인 서식이 가능한 조건을 갖췄다. LG는 밀원 식물도 추가로 조성해 꿀벌 생태계 기반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업은 40년간 토종 꿀벌을 연구해온 김대립 명인과 국내 대표 양봉 사회적 기업 비컴프렌즈가 협력해 추진된다. 김대립 명인은 △토종벌 인공 분봉법 △여왕벌 관리 장치 △다기능 출입문 등 9건의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김대립 명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의 먹거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며 “LG와 함께 토종 꿀벌 보호를 위한 기술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LG는 6월까지 꿀벌 백만 마리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유지 관리를 집중적으로 수행하고 개체 수가 목표치인 400만 마리에 도달하면 피해 농가에 꿀벌을 분양할 계획이다. 비컴프렌즈는 꿀벌 증식을 통해 발달장애인 양봉가를 지원하고 있다.
김지영 비컴프렌즈 대표는 “양봉은 발달장애인에게 직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며 “LG와의 협업이 이들에게 자립과 사회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LG 관계자는 “토종 꿀벌 보호는 단순한 생물 종 보존을 넘어 자연 생태계를 되살리는 일”이라며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환경 조성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유엔은 꿀벌 보존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매년 5월 20일을 ‘세계 꿀벌의 날’로 지정하고 있으며, LG가 서식지를 조성한 화담숲은 산림청이 지정한 국가 희귀·특산 식물 보전기관으로서 희귀 동식물의 유전자원을 수집하고 증식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