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부부 건강 유지하려면

부부는 서로 닮는다고 한다. 식단이나 운동, 취미 같은 라이프스타일에 상호 영향을 주고받아서다. 건강관리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건강을 적극적으로 챙기면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낼 수 있다. 특히 40~50대는 신체적·정신적으로 변화가 많은 건강 분수령이다. 이 시기 건강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노년기 삶의 질이 결정된다. 가정의 달을 보내며 부부의 건강 문제를 서로 챙겨 행복한 노후를 준비하자.
남편이 챙길 아내 건강
남편이 가장 관심 가져야 할 아내의 건강 문제는 폐경이다. 난소 기능이 소실돼 발생하는 것으로, 보통 50세 전후 이뤄진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자연스러운 변화지만, 신체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질병 발생이 도미노처럼 이어진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혈관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폐경기엔 에스트로겐 분비가 크게 줄면서 이런 보호벽이 사라진다.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해지면서 혈압이 상승하고, 나쁜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쌓이면서 지질 수치에 이상이 생긴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이철민(건강의학부장) 교수는 “여성은 폐경이 되면서 혈압이 상승하고 고지혈증이 악화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급격하게 증가한다”며 “폐경 후엔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점검해야 하고, 심혈관 질환 가족력이 있다면 더 일찍부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보통 45~55세 여성의 75%는 폐경 증상을 호소한다. 남편은 아내의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시기 여성은 얼굴이 붉어지는 안면 홍조나 확 더워지면서 땀이 나는 발한 증상을 많이 겪는다. 주름살이 부쩍 늘고 질이 건조해지며 신경이 예민해 사소한 일에 짜증 내기 쉽다. 기억력과 집중력도 평소보다 떨어지고 자신감을 잃거나 우울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급격한 골 손실로 골다공증 발생률도 증가한다.
이런 증상은 호르몬 치료로 조절할 수 있다. 여성호르몬을 보충하는 호르몬 대체요법을 활용하면 증상을 완화하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된다. 특히 조기 폐경을 겪었다면 노화가 빠르게 진행해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 쉬우므로 이 같은 치료가 필수적이다. 다만 일부에선 유방암이나 혈전증,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이 교수는 “호르몬 대체요법은 개인의 위험도와 선호도를 고려해 개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므로 상황에 맞게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해 도움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모든 여성이 호르몬 치료를 받을 순 없다. 특히 유방암이나 혈전증, 심혈관·간 질환이 있는 사람은 금기시하므로 사전에 충분한 상담이 요구된다. 남편은 갱년기 증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 아내가 자궁내막암, 난소암이란 또 다른 악재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예전엔 자궁 입구인 자궁경부에 암이 많이 발생했으나 요샌 자궁내막암이 자궁경부암을 추월했다.
문제는 추천되는 조기 검진법이 없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폐경 전 비정상적인 질 출혈이 있거나 폐경 이후 출혈이 발생했을 땐 부인과 진료가 필요하다”며 “난소암도 적절한 검사 방법이나 주기가 정해져 있지 않으므로 복부 팽만감이나 골반 통증 같은 증상이 새로 발생하고 심해진 경우 위장관, 비뇨기계와 함께 부인과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아내가 챙길 남편 건강
남편의 삶을 앗아갈 수 있는 질병은 역시나 암이다. 통계청 자료(2022년)에 따르면 35~64세 남성에게서 가장 많이 발병하는 암 1위는 대장암, 2위는 위암이다. 인구 10만 명당 각각 76.8명, 69.2명 수준. 그러니 남편이 ▶혈변을 봤거나 ▶대변 굵기가 가늘어졌거나 ▶대변 주기가 변하고 ▶빈혈이나 ▶복통을 호소한다면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하는 게 좋다.
대장암은 작은 용종으로부터 시작된다.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주기적으로 분변잠혈검사, 대장 내시경 같은 선별검사를 받아 암의 씨앗을 찾아내야 한다. 위암은 40대에 발병률이 급증하기 시작해 60~70대에 최고치에 달한다. 위암은 1기 생존율이 90%에 이를 정도로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40대 이상은 1~2년마다 위 내시경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 평소 남편이 소화성 기능 장애를 겪거나 위염이 있다면 정기 검진으로 위암 발생 여부를 예의 주시한다.
남편에게도 갱년기가 올 수 있다. 남성호르몬이 줄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성욕 감퇴, 발기부전 같은 성기능 이상 ▶ 우울증, 분노, 무기력감 같은 정신적 증상 ▶근력과 근육량 감소 ▶내장 지방 증가다. 남성호르몬 저하를 방치하면 심혈관계 질환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의학과 박민구 교수는 “남성 갱년기는 노화 과정 중에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흔한 질환으로, 이를 방치하면 삶의 질 저하뿐 아니라 건강 수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증상을 인지하는 즉시 정확히 진단받고 적절히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근육 주사, 비강 내 겔 제제 도포 등을 활용해 체내 테스토스테론을 보충해 남성호르몬 수치를 회복할 수 있다. 일부에선 혈색소, 전립샘 수치 상승이 나타날 수 있어 치료 중엔 관련 수치를 주기적으로 확인한다. 전립샘암 진단을 받았거나 심혈관계 질환으로 급성기 치료를 받은 지 6개월 이내인 경우라면 시행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일상에서 남편을 가장 괴롭히는 건 하부 요로 증상이다. 방광, 요도, 전립샘 등 하부 요로계 이상 탓에 나타나는 증상을 통칭한다. 소변을 자주 보거나 소변이 급한 느낌이 들고, 소변이 보고 싶어 밤에 자주 깨며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는 식이다. 이 교수는 “야뇨가 있는 남성은 늦은 저녁 수분 섭취를 줄이는 게 증상 완화에 도움 된다”며 “카페인이 든 여러 가지 음료와 술은 증상을 악화하므로 피하거나 줄이는 게 좋다. 담배도 방광을 자극하고 빈뇨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소변을 참지 말고 규칙적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며, 소변을 보기 위해 너무 힘을 주지 않도록 한다. 비만은 복압을 상승시켜 방광을 자극하므로 허리둘레를 줄이는 게 증상 개선에 도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