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릴 때까지 두드릴 것” 110년 마세라티의 뚝심

2024-12-22

페라리, 람보르기니와 함께 이탈리아 3대 슈퍼카 브랜드로 불리는 마세라티에 올해는 여러모로 특별한 해다.

지난 12월 1일 브랜드 창립 110주년을 맞았고, 지난 7월에는 한국 법인 마세라티코리아가 출범했다.

딜러사를 통해 차량을 수입·판매하는 경쟁사와 달리 한국 내 판매를 총괄하는 법인까지 설립하며 웅장한 발걸음을 내디뎠지만, 아직 마세라티의 성적표는 그다지 신통치 않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국토교통부 자동차등록 데이터를 바탕으로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신규 등록 대수를 집계한 결과,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는 각각 347대와 434대를 팔았지만, 마세라티의 신규 등록 대수는 231대에 그쳤다.

독일 슈퍼카 브랜드 포르쉐도 상대적으로 대중 모델인 카이엔과 파나메라를 합한 숫자이긴 하지만 같은 기간 무려 7529대를 판 것으로 나타났다.

기무라 다카유키 마세라티코리아 총괄은 “한국 법인이 출범한 건 지난 7월이지만, 각종 인증 절차 등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11월에 접어들어서야 차량의 고객 인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법인 출범의 시너지는 내년부터 본격화될 거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내년 판매 목표는 600~700대 정도로 잡고 있다.

마세라티코리아는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저에서 창립 110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국내 출시를 앞둔 스포츠카 ‘GT2 스트라달레’를 공개했다.

GT2 스트라달레는 마세라티가 자체 제작한 ‘V6 네튜노’ 엔진을 장착해 최고 출력 640마력(PS), 최대 토크 720Nm의 힘을 발휘한다. 최고 속도는 324㎞/h다.

마세라티가 한 세기 이상 쌓아온 모터스포츠에 대한 집념과 기술력을 뿌리에 둔 슈퍼 스포츠카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제로백이 2.8초에 불과해 역대 후륜구동 차량 가운데 가장 폭발적인 순간 가속력을 자랑한다고 마세라티는 설명했다.

마세라티의 레이싱 DNA를 계승한 차답게, 인테리어 또한 레이싱카처럼 날렵한 스타일의 스티어링휠, 낮은 시트 포지션 등을 적용했다.

기무라 총괄은 “마세라티는 GT2 스트라달레와 같은 혁신작을 통해 한국 고객에게 단순히 멋진 고성능 자동차가 아닌 110년 역사와 레이싱 헤리티지, 이탈리안 럭셔리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앞으로도 고객이 마세라티와 함께하는 매 순간 110년이라는 세월이 증명하는 최고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동화에도 박차를 가한다. 마세라티는 오는 2030년까지 100% 전동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내연기관차 110년의 명성을 전기차 시대에서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마세라티 110주년을 기념해 열린 이날 행사에는 에밀리아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도 참석해 “마세라티는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우아함의 정수”라며 힘을 보탰다.

에코 신이치 ‘마세라티 클럽 오브 재팬’ 회장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31년 전 친구의 소개로 마세라티 본사가 있는 이탈리아 모데나에 들렀다가 마세라티 브랜드에 흠뻑 빠져 지금까지 일본에서 마세라티 차량 소유자들의 모임을 이끌고 있다.

에코 회장은 마세라티 가문의 ‘기계광’ 형제들이 만든 자동차 브랜드 마세라티 110주년의 역사를 압축한 책을 최근 일본에서 펴내기도 했다.

마세라티의 상징인 트라이던트(삼지창) 로고는 7명의 마세라티 형제 중에서 유일하게 자동차와 무관한 예술가의 길을 걸었던 다섯째 마리오 마세라티가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했다고 알려진다.

에코 회장이 소개한 일본의 자동차 팬클럽 문화가 흥미롭다. “우리 클럽은 일본 전역 5개 지구에 150여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입회비를 내야 하고, 연회비도 있다. 함께 모여 식사를 하거나 음악과 그림 감상 등 문화 행사를 공유한다. 매년 개최하는 ‘마세라티 데이’ 행사가 핵심이다. 회사와 클럽은 어디까지나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지지하는 대등한 관계를 지향한다. 본사 공장을 방문하기도 하고,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면 원격 콘퍼런스 등을 통해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마세라티만의 현상인지, 보편화한 움직임인지 궁금했다.

에코 회장은 “일본에선 자동차 팬클럽이 매우 활성화돼 있다. 마세라티 같은 슈퍼카뿐만 아니라 ‘국민차 브랜드’로 불리는 도요타는 물론이고, 지역의 조그만 브랜드까지 애호가들이 모여 활발한 커뮤니티 활동을 벌인다”고 전했다.

한국에서도 차종별 자동차 동호회 등이 점차 보폭을 넓혀가는 추세이지만, 아직은 회사 차원에서 고객 관리를 위해 차량 소유자들을 문화 공연이나 시승 행사 등에 초청하는 식으로 지원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에코 회장에게 활발한 활동 비결을 물었다. 돌아온 답은 이랬다.

“일본에선 1930~40년대 모터사이클이 크게 인기를 끌었다. 그걸 기반으로 자동차 공학이나 기술에 대한 저변이 넓어졌고 이해도 역시 높아졌다. 이후 1960년대 말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슈퍼카 붐이 또 한 차례 일었다. 그걸 보고 자란 ‘슈퍼카 키즈’들이 훗날 자동차 팬클럽 탄생이나 모터스포츠 활성화의 토양이 됐다. 더불어, 디테일에 강한 일본 국민의 특성 또한 자동차 팬클럽 문화 형성에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마세라티는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일본 못지않게 마세라티 110년 역사의 헤리티지와 레이싱 DNA에 매료된 애호가들이 출현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7월 한국 법인 출범 이후에만 무려 5차례나 언론 공개 행사를 열어 신차 발표 및 전시장 오픈 등을 대대적으로 알리고 나선 까닭이다.

마세라티 관계자는 “당장 몇 대를 더 팔기보다 이탈리안 럭셔리 스포츠카의 정수를 담은 마세라티의 기술력과 혁신 DNA를 한국 소비자들에게 스며들듯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각인시켜나간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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