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이의병행의 묘' 절실···내년 키워드는 비이자이익과 건전성 관리

2025-11-11

내년 은행산업의 최대 화두는 '이의병행(利義竝行)의 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순이자마진(NIM)이 줄고 건전성 리스크가 커지면서 은행 간 생존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포용·상생금융과 이익성장의 균형을 확보하는 은행이 내년 '리딩뱅크'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금융연구원은 1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2026년 경제 및 금융전망 세미나'를 열고 내년 은행산업의 주요 변화를 논의했다. 이날 제4세션에서는 내년 은행산업의 과제와 수익모델 전환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발표를 맡은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장은 "금리 인하와 순이자마진 하락이 맞물리면서 수익성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가계대출이 둔화하고 기업대출이 확대되겠지만 마진 방어는 쉽지 않은 구조"라고 짚었다.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이 단기적으로 수신 안정성에 도움이 됐지만, 장기적으로는 단기성 자금 비중 확대에 따른 질적 악화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김 실장은 "은행권의 순이자이익은 사실상 정체된 가운데 향후 비이자이익 확대가 필수 과제가 될 것"이라며 "ELS 관련 충당금 부담이 줄며 이익이 개선됐지만 교육세 인상과 '새도약기금' 재원 부담 같은 일회성 요인이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RWA(위험가중자산) 하한 규제 강화가 예대마진 축소와 자본비율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김 실장은 "정부가 생산적 금융에 대해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서 은행의 기업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고, 중장기적으로 보면 연체율이나 자본 비율과 같은 재무 안정성에 딜레마가 생긴다"며 "AI 기반 신용평가 모델 고도화, 사업성 중심 대출 평가 등으로 리스크와 수익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는 해외 진출과 연금·자산관리 상품 확대 등으로 비이자이익 비중을 키워야 한다는 게 김 실장의 생각이다.

끝으로 김 실장은 "은행이 사회적 책임과 포용금융을 실천하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며 "디지털화와 혁신 경쟁 속에서도 취약계층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영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비은행 성장 기대···직접금융으로의 구조 전환 가속화

이어진 토론에서는 은행의 수익 구조 전환과 정책적 지원 방향을 두고 다양한 시각이 제시됐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기업분석부 팀장은 "올해 은행주는 상반기와 하반기의 온도차가 뚜렷했다"며 "상반기에는 실적 호조와 밸류업 프로그램 효과로 주가가 급등했지만, 하반기에는 ELS 불완전판매 과징금, LTV 담합 이슈, 환율 상승 등으로 조정 국면을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금리 인하로 NIM 축소가 불가피하고,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성장 여력이 제한될 것"이라며 "수수료·신탁이익 등 비이자 부문도 시장성 이익의 변동성이 커 안정적이지 않다"고 우려했다. 다만 부동산 PF 리스크가 완화되고 금리 하락으로 차주 상환능력이 개선되면서 건전성은 다소 좋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은 팀장은 "은행의 핵심이익이 정체되더라도 금융지주 차원에서는 증권·캐피탈 등 비은행 부문이 수익을 메워갈 것"이라며 "자본시장 활성화와 정책 지원의 수혜를 받는 비은행 계열이 내년 수익성 확대의 주축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결국 비이자이익 확대가 은행업의 핵심 전략이 되고, ROE를 높이는 금융지주만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정희수 하나금융연구소장은 "내년 은행산업의 주요 키워드는 생산적 금융, 포용금융, AI·디지털 자산, 자본시장 활성화가 될 것"이라며 "금융 경쟁이 업권 간에서 시스템 간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은행 결제망과 블록체인 기반 결제망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간접금융에서 직접금융으로의 구조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소장은 "예금에서 투자상품으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수신 기반이 약화되고 가계대출은 둔화하는 반면 기업·벤처대출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과정에서 비은행권의 건전성 부담이 커지고 CET1 비율과 RWA 관리가 내년 은행 경영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AI와 블록체인 확산으로 보안 리스크가 커지는 만큼 심사 인프라와 전문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며 "비이자이익 확대는 단기 상품 판매 수수료보다 자산관리·신탁 등 피(fee) 기반의 구조로 전환해야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잠재적 리스크 여전···금융당국, 은행 이익구조 재편 적극 지원

김형원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은 "최근 금리 인하에도 예금금리가 더 빠르게 내려가면서 NIM 축소 속도는 과거보다 완만하다"며 "다만 2023년에 취급된 고금리 대출 중심으로 연체율이 오르고 있고, 경기 민감 업종과 자영업자 부문은 연체 전이율이 높아 정상화가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어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은 바람직하지만 혁신기업과 스타트업 중심으로 여신이 확대되면 신용리스크 관리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RWA 하한 상향에 따라 5대 은행 기준 약 12조원의 자본 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은행들이 자본 관리 계획을 선제적으로 세워야 한다는 게 김 국장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고위험 상품 판매 규제, 소비자 보호 조직 강화, KPI 재설계 등이 내년 감독 과제의 핵심"이라며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점포 폐쇄가 늘고 있는 만큼 고령자와 소외계층의 접근성을 보완할 수 있는 '공동 디지털 브랜치'나 'AI 기반 점포' 같은 대체채널 확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장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금리 하락기에 직면한 은행산업은 이익구조 재편이 불가피하다"며 "금융위는 생산적 금융 확대와 부수업무 활성화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언급했다. 금융위는 은행이 단순 예대업무에 머물지 않고 신성장 산업과 혁신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도록 제도적 여건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신 과장은 "기술·벤처·그린 등 미래 성장동력 분야로 자금이 흘러가도록 인센티브 구조를 재설계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부수업무 인가 확대를 추진해 은행이 신사업을 시도할 수 있도록 규제를 정비하고, 자율성과 책임이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이의병행의 묘', 즉 이익과 공공성의 균형을 유지하는 은행산업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생산적 금융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관계부처 협업을 강화하고, 정책금융과 민간금융의 연계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영도 실장은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은 여전히 간접금융 중심의 틀 안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고, 직접금융에 비해 간접금융이 가진 장점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정책과 산업의 접점을 넓혀간다면 내년에는 은행 경영의 안정성을 지키면서 한층 발전된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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