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세 번째 테니스 메이저대회인 윔블던에서 초반부터 상위 랭커들이 탈락하는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남자 2번 시드 카를로스 알카라스(세계 2위·스페인)는 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대회 단식 2회전에서 올리버 트라베트(733위·영국)를 3-0(6-1 6-4 6-4)으로 제압하며 20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알카라스는 대회 3연패에 도전한다. 알카라스의 우승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3번 시드 알렉산더 츠베레프(3위·독일), 7번 로렌조 무세티(7위·이탈리아), 8번 홀거 루네(8위·덴마크), 9번 다닐 메드베데프(9위·러시아) 등 시드 '톱10' 선수 중 네 명이 1라운드에서 일찌감치 짐을 쌌다.
여자 단식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날 마리 부즈코바(48위·체코)를 2-0(7-6〈7-4〉 6-4)으로 물리치고 3회전에 진출한 톱시드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를 제외한 시드 '톱5' 선수들이 모조리 탈락했다. 2번 시드 코코 고프(2위), 3번 시드 제시카 페굴라(3위·이상 미국), 5번 시드 정친원(6위·중국)은 1회전, 4번 시드 자스민 파올리니(5위·이탈리아)는 2회전에서 탈락했다. 윔블던 1회전에서 탈락한 시드 배정자는 23명. 남녀 32명씩 시드를 배정한 2001년 이후 최다 탈락이다.
유독 이변이 많은 원인으론 무더위가 꼽힌다. 올해 윔블던은 첫 날 섭씨 32.3도를 기록해 대회 개막일 역대 최고 기온 신기록을 세웠다. 윔블던은 메이저대회 중 유일하게 잔디코트에서 열린다. 잔디코트는 다른 코트에 비해 공이 빠르고 바운드가 낮아 강한 서브와 빠른 공격에 능한 상위 랭커에 유리하다. 하지만 폭염은 대회 초반 판도가 바뀌었다. 영국 BBC는 "무더위로 잔디가 수분을 잃으면서 매끄러워야 할 코트 표면이 거칠어졌다. 마찰이 발생해 공의 스피드는 느려지고 바운드도 마치 클레이(흙)코트처럼 높게 튄다. 불규칙 바운드도 많다"고 분석했다.
윔블던 잔디 관리 책임자 닐 스터블리는 "보통 선수들은 미세한 차이를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세계 정상급 선수들에겐 바운드가 타이밍이 평소보다 0.1초 느릴 것"이라며 상위 랭커가 고전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여자 디펜딩 챔피언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16위·체코)는 "수분기 없는 잔디가 거칠다. 평소와는 너무 다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1회전에서 탈락한 남자 27번 시드 데니스 샤포발로프(30위·캐나다)는 "바운드가 최악이었다. 이건 잔디라고 볼 수 없다. 클레이코트보다 공의 속도가 느렸다"고 불평했다. 박용국 해설위원은 "공이 느리고 바운드가 높으면 속전속결보단 랠리(주고 받는)형 승부가 많다. 기술은 물론 체력과 상황 대처 능력이 중요하다. 기술은 물론 체력과 임비응변까지 '만능형' 상위랭커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