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32명 시드 중 23명 떨어져
2001년 이후 메이저 최다 탈락
女단식 고프·男 츠베레프 등 무릎
알카라스·조코비치는 살아 남아

테니스는 천연 잔디로 이뤄진 잔디 코트에서 시작됐다. 1877년부터 열려 4대 메이저 대회 중 가장 오래되고 권위가 높은 윔블던이 유일하게 잔디 코트에서 치러지는 이유다. 다만 유지 관리에 손이 많이 가고 비용 부담도 커 잔디 코트 대회의 비중은 가장 작다. 프로테니스협회(ATP), 여자테니스협회(WTA)가 주관하는 대회 중 랭킹 포인트 1000점을 부여하는 대회인 ‘ATP 투어 마스터스 1000’, ‘WTA 1000’를 모두 합친 19개 대회 중 잔디 코트에서 열리는 대회는 하나도 없다. 모두 하드코트나 클레이코트에서 열린다. 이 때문에 세계 톱랭커들도 잔디 코트에 대한 적응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지난달 30일 시작된 윔블던에서 남녀 16명의 시드 배정자, 총 32명 중 무려 23명이 1회전에서 탈락했다. 남녀 각 32명을 시드 배정한 2001년 이후 메이저 대회 최다 탈락자 기록이다.
여자 테니스 세계랭킹 2위로 지난달 초에 끝난 프랑스 오픈을 제패하며 메이저 대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 코코 고프(미국·사진)도 2일(한국시간) 열린 여자 단식 1회전에서 다야나 야스트렘스카(42위·우크라이나)에게 0-2로 덜미를 잡혔다.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참가가 허용된 1968년 이후, 프랑스오픈 우승자가 윔블던 1라운드에서 탈락한 역대 3번째 사례다. 여자 세계랭킹 6위 정친원(중국)도 81위 카테리나 시니아코바(체코)에게 1-2로 졌다. 앞서 3위 제시카 페굴라(미국)도 1회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남자 단식에도 이변의 희생양이 대거 나왔다. 올해 호주오픈 준우승자인 세계랭킹 3위 알렉산더 츠베레프(독일)가 72위 아르튀르 린더크네시(프랑스)와 4시간 40분 혈투 끝에 2-3으로 졌다. 7위 로렌초 무세티(7위·이탈리아)도 126위 니콜로스 바실라시빌리(조지아)에게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올해 프랑스 오픈 남자 단식 우승자인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세계랭킹 2위)가 전날 치른 1회전에서 4시간 37분이 걸린 ‘진땀승’을 거둔 가운데,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6위),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1위)도 살아남았다. 조코비치는 1회전에서 3세트 초반 복통을 호소하기도 했으나 알렉상드르 뮐러(41위·프랑스)를 3-1로 눌렀다. 신네르는 같은 이탈리아 출신의 루카 나르디(95위)를 3-0으로 완파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