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엄마는 나를 별로 사랑하지 않지?”라고 했어요 [이정민의 ‘내 마음의 건강검진’㉔]

안정애착은 아이가 성장하 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들 한다. 이미 많은 매체에서 아이와의 안정적인 애착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설파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실제로 주양육자와의 애착이 잘 맺어질 경우, 자녀의 정서발달 및 인지발달이 보다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정말 중요하긴 한 것이다. 다만 이 안정애착을 어떻게 맺어야 하는 것인지, 내가 주양육자로서 잘하고 있는지 혼란스러워하는 보호자들도 많은 요즈음이다. 양육자로서 우리는 잘하고 있는 것일까. 사례를 통해 함께 고민해 보자.

(아래는 가상의 사례입니다)

딸이 “엄마는 나를 별로 사랑하지 않지?”라고 했어요. 너무 마음 아파요.

초등학교 2학년인 A의 엄마는 죄책감과 고민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딸아이가 “엄마는 나 안 사랑하잖아”라고 울면서 말하는 일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말은 혼내는 상황에서 주로 하는 편이라 홧김에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를 반복해서 하니 신경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그래도 평소 엄마에게 잘 안기고 애정도 표현하는 편이니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는데, 며칠 전에는 아이가 장난스럽게 “엄마는 근데 나 별로 안사랑하지”라고 이야기한 일이 있었다. 혼나고 있는 상황도 아니고 평화롭게 잘 지내고 있었는데. 충격이었다. 혹시 아이와 엄마의 애착이 어그러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A의 성향 및 현재 마음상태, 그리고 어머니의 성향 등을 알아보기 위해 종합심리검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를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검사결과: 기질적으로 애정욕구 및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 vs. 독립적이고 신중한 엄마

검사 결과, A는 기질적으로 애정욕구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다른 사람들과 애정을 주고받으면서 주변의 충분한 지지와 인정을 얻을 때 가장 큰 행복과 만족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또한 A는 감수성이 풍부한 것으로 시사되기도 한다. 애정이나 지지를 받았을 때 남들보다 더 크게 행복해하고, 거절이나 비난을 당했을 때는 더욱 크게 좌절하고 위축될 수 있겠다. 때문에 가족이나 또래들에게 애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했을 것으로 보이며, 많은 부분 배려하고 도와주려 노력했을 것으로 고려된다.

그리고 A의 어머니는 기질적으로 ‘FM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난다. 매사를 원칙에 따라 신중하게 결정하는 편이며, 그래서 불필요한 실수나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거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태도는 양육장면에서도 나타나서, 어머니는 되도록 일관된 훈육 기준을 제시하며 차분한 태도를 고수하려 노력했던 것으로 보고된다. 그리고 어머니는 A에 비해 애정욕구가 빈약한 것으로 나타난다. 어떠한 일을 노력하는 데 있어 홀로 고군분투하더라도 크게 슬프거나 외롭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며, 속마음이나 애정을 표현하는 것도 다소 어색했을 수 있겠다.

아울러 이처럼 차분하고 일관적인 양육 태도는 A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어머니는 기질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애정의 양이 A에 비해 현저히 적을 것으로 고려된다. 어머니는 애정을 표현하는 행위 자체가 익숙하지 않고 다소 부끄럽기도 했을 것으로 보이며, 나름대로 표현을 최대치로 하더라도 A의 성에는 차지 않았을 수 있겠다. 그리고 신중한 성격의 어머니는 A에게 애정을 말로 표현하기 보다도, ‘올바른’ 행동에 대해 교육하는 것 자체가 애정 표현이었을 수 있다. 서로 사랑을 표현하는 언어가 다르다고도 할 수 있겠다.

검사자 제안 : 일관된 양육태도는 GOOD. 다만 아침, 저녁으로 ‘사랑해’, ‘보고 싶었어’ 표현하기.

우선 칭찬할 점은, 감수성이 풍부해서 감정적으로 충동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는 A에게 일관된 훈육기준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일관된 규칙은 A에게 때로 답답할지 몰라도, ‘거절당하지 않을 수 있는 절대적인 기준’이 되어 A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기도 하다. 때문에 이러한 일관된 태도는 매우 칭찬할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검사 상 A는 어머니에게 정서적 허기를 경험하고 있는 듯하다. 평소 다소 건조하고 무덤덤한 어머니로부터 더 많은 애정을 받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애정의 허기는 표현을 조금만 해줘도 금방 채울 수 있다. 아침, 저녁으로 ‘사랑해’, ‘보고 싶었어’, ‘수고했어’ 등의 인사말을 건네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익숙해지고 습관이 될 수 있다면, A에게 세밀한 관심을 가져주는 것도 애정의 표현이 될 수 있다. “오늘은 일찍 일어났네. 상쾌하겠다”, “오늘 한숨을 많이 쉬네. 속상한 일이 있었어?”라고 하는 등 아이의 행동을 말로 짚어주고, 공감해 주려 노력하는 것이다. 이러한 말들 또한 일종의 관심이고 애정이 될 수 있다. 애정 표현은 처음에는 어색할지 몰라도, 하다보 면 익숙해진다는 부모님이 꽤 많다. 그러니 우선 시도해 보자. 시작이 중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