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음원 업계가 인공지능(AI) 대중화에 따른 부작용을 겪고 있다. AI 학습에 음원을 무단으로 활용하거나, 기존 음원을 변형해 재배포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는 것. 업계에서는 이런 사례 모두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대가를 지불하는 데서 더 나아가 이를 보호할 정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촉구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공식 홈페이지에 음원 플랫폼 바이브가 제공하는 ▲음원 ▲영상 ▲이미지 ▲가사 ▲메타데이터 등 모든 콘텐츠를 AI 기술에 활용할 수 없다고 공지했다. AI 학습에 활용하거나 새로운 콘텐츠의 창작 등 목적으로 사용하는 행위 자체가 제한되는 것이다.
바이브에서 제공하는 모든 콘텐츠를 AI 기술에 이용해 새로운 오디오 또는 시청각 콘텐츠로 변형·생성하는 행위도 제한 사항이다. 기타 AI 도구 생성, 개발, 활용을 목적으로 바이브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도 안 된다.
바이브 관계자는 "AI 기술이 빠르게 발달하고, 활용이 확산되다 보니 음악 콘텐츠도 활용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권리자들의 적법한 동의 없이 이뤄지니 콘텐츠 및 권리자를 보호하기 위해 공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를 어길 시에는 법 등 조치가 취해지겠지만 아직 내부적으로 명확히 마련된 부분은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AI가 급격히 발전함에 따라 음원 등 콘텐츠를 무단으로 AI에 학습시키고 변형해 재배포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일례로 AI로 가수의 목소리를 추출, 이를 또 다른 음원에 씌워 유튜브에 재배포하는 등의 저작권 침해 행위가 있다. AI 기술을 활용해 음원을 무분별하게 편곡하거나 일부 음원 부분만 사용하는 문제도 많다.
해외에서도 AI에 무단으로 음원을 학습·활용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6월 미국 대형 음반사인 소니뮤직, 유니버설뮤직, 워너뮤직 등은 AI가 음악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미국 레코드산업협회(RIAA)를 통해 AI 스타트업 '수노(Suno)와 유디오(Udio)'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국내 음원 플랫폼도 음원 등 콘텐츠 무단 활용과 AI에 학습하는 경우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 중 멜론 관계자는 "(멜론은) 권리자의 허락 없이 AI 기술을 활용한 플랫폼 내 학습과 콘텐츠 저작물 생성을 금지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지니뮤직도 "당사에서도 권리자 보호를 위한 서비스 이용자 가이드에 관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정책적 뒷받침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12월 'AI 기본법' 제정 당시 AI가 어떤 데이터를 학습했는지 목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제언이 있었으나 해당 조항은 현행법에서 제외됐다.
2023년 7월 진행된 'AI 세미나'에서 황선철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사업2국장(現 사무총장)은 "음원을 AI 학습용 데이터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변형이 일어나 어떤 음원이 사용됐는지 확인이 어려워지고, 그에 따라 무단으로 데이터를 사용할 경우에도 저작권자가 자신의 저작물을 사용했다는 것을 입증하기 어렵게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술은 빠르게 발전 중인데, 정책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 한다"면서 "AI 활용 시 저작권 문제 등 가이드라인이 명확하게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관계자도 "음악 저작물을 AI 학습에 사용하게 되면 이에 상응하는 대가가 따라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법제화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