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 ‘황포돛대’는 이렇게 시작한다. “마지막 석양빛을 기폭에 걸고 흘러가는 저 배는 어디로 가느냐.” 그런데 이 노래를 부른 가수 이미자는 ‘마지막’이 아니라 [마즈막]이라고 소리를 낸다. 처음에는 노래이다 보니 일부러 그렇게 소리를 내는가 싶었다. 그렇지만 그는 평소 말할 때도 [마즈막]이라고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글학회가 펴낸 ‘큰사전’(1947~57)에는 ‘마즈막’도 표제어로 실려 있다. 뜻풀이는 ‘=마지막’이다. 그렇다고 ‘마즈막’을 표준어로 인정한 건 아니었다. 저때도 ‘마지막’이 표준어였다. 다만 한쪽에서 ‘마즈막’이 쓰이고 있음을 알린 것이다. 옛날 신문들에도 ‘마즈막’이라고 쓴 기사들이 제법 보인다. 근래 들어 나온 국어사전들에는 ‘마즈막’이 경기·충청·평안·함경 방언이라고 돼 있다. 방언에는 우리말의 옛것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근대국어 시기에는 ‘ㅅ, ㅈ, ㅊ’ 아래에서 ‘ㅡ’가 ‘ㅣ’로 바뀌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때 ‘마즈막’도 ‘마지막’으로 바뀌었다. ‘오징어’도 ‘오증어’였다. 국어사전에서 ‘오증어’를 찾아보면 ‘오징어’의 방언이라고 돼 있다. 이전 시기 ‘아침’은 ‘아츰’, ‘거칠다’는 ‘거츨다’, ‘짐승’은 ‘즘승’이었다. ‘가지런하다’ ‘느지막하다’ ‘이지러지다’ 같은 말들의 ‘지’도 ‘즈’였다.
조금 헷갈리는 ‘나즈막하다/ 나지막하다’도 마찬가지로 ‘나지막하다’가 표준어다. 여기서 나온 말 ‘나지막히/ 나지막이’는 ‘나지막이’가 표준어다. 마뜩잖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로 소리가 난다고 봤기 때문이다. ‘부시시’ ‘으시대다’는 표준어가 아니다. ‘부스스’ ‘으스대다’가 여전히 표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