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오의 정치를 공존으로 바꿀 개헌 논의 절실
관세전쟁 위기 돌파엔 정치권 모두 힘 모아야
21대 대통령 선거일이 오는 6월 3일로 확정됐다. 위헌적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3년 만에 대선을 또 치르게 됐다. 두 번 연속 도전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어제(8일) 출마 의사를 밝힌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안철수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이 일제히 나서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 홍준표 대구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 광역지자체장도 채비하고 있다. 현 제왕적 대통령 체제에서 대선은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 문제는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긴 탄핵의 터널을 지나오는 동안 사회의 갈등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렇지 않아도 흔들리던 경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밀어붙인 관세전쟁으로 벼랑 끝에 몰렸다. 미국이 오늘(9일)부터 부과하는 25% 상호관세는 우리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에 이어 반도체 산업에도 짙은 먹구름을 드리운다. 외부 충격을 견디려면 내수시장이라도 살려야 하나 이를 위한 추가경정예산 집행은 정쟁의 벽에 막혀 있다.
절박한 위기 상황에서도 힘을 모으지 못하는 우리 정치의 원인을 분석하면 38년 전 수립한 낡은 헌법 체계로 귀결된다는 것이 여러 헌법 전문가의 분석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지 않고서는 반목의 고리를 끊지 못한다. 각 당 대선 후보군은 물론 우원식 국회의장까지 개헌 추진을 촉구하는 것은 이런 절박감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가 우 의장 제안을 거부하면서 개헌 논의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 대표 주변에선 개헌을 ‘내란 동조’로 몰아가며 감정적 발언까지 쏟아내니 개탄스럽다. 양문석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우 의장을 향해 “개헌? 개나 줘라. 그 입을 닥쳐라”고 극언을 하는가 하면, 정청래 의원은 “국회의장 놀이를 중단하시고…”라고 말했다. 다수가 공감하는 개헌 필요성을 외면하는 태도도 문제지만 우 의장까지 독설 대상으로 삼으니 앞으로 선거전이 어떻게 전개될지 걱정스럽다. 이 대표는 당내 ‘막말 세력’을 제어할 필요가 있다. 비상계엄 사태와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 충분한 사과와 반성 없이 국민의 재선택을 바라는 국민의힘도 염치없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6·3 대선은 한국 정치의 고질병이 돼버린 극한 대립을 걷어내고 국민 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이루는 전기가 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개헌은 반드시 관철해야 할 시대적 책무다. 권력 분산을 통한 견제와 균형만이 정쟁 막장극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관세전쟁 등으로 촉발된 경제 위기 극복만큼은 각 정당이 선거 기간에도 대승적 협력을 이어가야 한다. 21대 대선이 대한민국의 새 틀을 짜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