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강을 앞두고 있다. 내가 다니는 대학교는 고양이, 오토바이, 모기, 외국인이 많다. 고양이 밥을 챙겨주는 분이 있다. 길 가다가 고양이 사진 찍는 여학생들도 종종 본다. 캠퍼스가 산 중턱에 있어서 음식 배달과 모기도 많다. 처음 왔을 때 외국인들이 많아서 신기했다. 교내 식당을 애용하는 편인데 학생들의 국적이 다양해서 그런지 식단이 실험적이다.
학교 오면 도서관이나 인문대에 주로 있으니까 대학로 진출은 손에 꼽을 정도다. 20대 석사 선생님과 밥 약속은 밖에서 만난다. 나보다 15살 어린 그들은 하루에 밥을 1.5끼 먹는다. 수면시간이 불규칙해서 밥을 거르고 깨어있는 시간에도 음료나 에너지바로 대신한다. 관찰해보니 뼈말라 부류와 야식으로 벌크업되는 부류가 있다.
석사 선생님들을 보며 젊은 청년이 왜 이렇게 아픈 곳이 많고 병원을 다니나 싶었다. 옆에서 보니 그럴 만도 하다. 일단 논문병에 걸리면서 피폐해진다. 논문이 통과되면 바로 수련을 준비하기 때문에 피폐한 상태는 쭉 이어진다. 수련은 다짐육처럼 몸과 마음이 갈리는 시간이다. 빡빡한 수련 생활에 힘든 대인관계가 보태져서 그렇다. 군대 가는 심정으로 버티고 나면 밥벌이 할 수 있는 튼실한 자격증이 나온다.
이런 세상이 있는 줄 모르고 입학했다. 떠듬떠듬 알아가고 있다. 15cm씩 가보자는 초심이 흔들릴 때가 있다. 치료적 효과가 없을 때 ‘내 길이 아닌가, 여기까지 왔는데 어떡하지’ 씁쓸해진다. 한 단계 더 성장하지 못하고 실력이 정체되어 있다. 이런 내가 답답하고 수퍼비전 받는 날이면 긴장해서 배탈이 난다. 지난 수퍼비전에서 들었던 피드백을 다시 들을 때면 자괴감이 든다. 이걸 왜 못 고치지 싶어서.
고여있는 실력만 보자니 기분이 가라앉는다. 그나마 발전된 면을 찾아보겠다. 입학 전의 나는 종합심리평가를 할 줄 몰랐다. 잉크 반점을 활용한 투사 검사의 첫인상은 ‘별 희한한 검사가 다 있네’, ‘잉크 반점으로 심리를 안다고?’였다. 지능검사도 그저 복잡해 보이기만 했다. 지금은 종합심리평가 실시 및 해석, 보고서 작성이 가능하다. 보고서 작성 후 수정이 거듭되지만 놀라운 발전이다.
대학에서 발표시킬 때 PPT를 가르쳐주지 않듯이 논문에서 통계 프로그램은 독학이다. 독립변수와 종속변수만 아는 수준이었다. 논문의 표와 그림을 해석할 줄 몰라서 까막눈이 된 기분이었는데 학술지를 쓰고 있다니 감개무량하다. PPT나 엑셀도 그렇다. 석사 선생님들이 기깔나게 만드는 PPT를 보며 ‘전달력 있는 PPT는 저런 거구나’ 자극받는다. 석사 선생님들의 엑셀 활용도 무궁무진하다. ‘엑셀로 저런 것도 할 수 있다니’ 놀라움의 연속이다.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 노래 가사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씨름하고 있다. 막막하고 낙심되는 와중에 역량이 조금씩 자라고 있다. 앞을 보면 구만리인데 뒤를 보면 지나온 흔적이 있다. 마지막 학기, 스스로를 격려해본다. “그동안 애썼고 허투루 쓰이는 노력은 없단다.”
김윤경 글 쓰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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