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즈포럼
혼자 호텔을 들어간다. 해보지 않던 혼밥도 한다. 무섭고 겁이 난다. 쑥쓰럽고 어색하여 사람들이 나만 쳐다보는듯 하다. 환갑이 되어서 처음 해보는 일들이 자꾸 늘어나고 있다. 도저히 피할 수가 없으니 부딪혀야만 한다. 나이 들어서 나는 점점 과감해지고 있다. 그이로 하여 매서운 홀로서기를 배운다.
지금 그이는 아산병원 중환자실에 입원중이다. 그저께 응급실에 왔다.여기서 이틀밤을 자고 어제 저녁에 3층 14호실 병실로 옮겨갔다. 아직도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다. 그이도 얼마나 놀랐을까. 나는 또 중환자실에 올라간 그이 걱정에 벌렁거리는가슴이 가라 앉지 않고 있다.
저녁을 먹고 운동을 하러 막 밖으로 나올때였다. 그이가 갑자기 뜨거운 게 쏟아지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잠바를 들추어 바지를 살펴보니 피로 젖어있다. 너무 놀라 급히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목욕탕에 들어갔다. 어마어마하게 피가 나온다. 이게 무슨 일이지. 당황하여 잠깐 머릿속이 하얗다.
쿵하고 가슴이 내려 앉는다. 생각의 고삐를 바짝 쥐었다. 나에게 그이의 생명이 달려있다. 침착해지자는 주문을 외며 기저귀를 채우고 옷을 입힌 뒤 119를 불렀다. 다급한 차 안에서 아산병원으로 가달라고 했다. 아산병원에서는 지방에서 올라오면 피를 많이 흘려 저혈압 쇼크가 올수 있으니 가까운 병원에서 처치를 하고 오라고 한다. 어쩔 도리가 없이 119는 진천에 있는 병원에 그이를 내려 놓았다.
다시 129로 아산병원을 향했다. 가도가도 나오지 않는 병원. 이렇게나 먼 거리였던가. 차 안에서도 계속 아래로 피를 흘린다. 몸이 바짝바짝 달아 말라버릴것 같다. 사설업체 구급대원은 우리가 1시간 20분 걸려 왔던 거리를 40분에 왔다고 했다. 두배로 속력을 냈는데도 왜 그렇게 느리던지.
아산병원의 응급실을 곧장 밀고 들어가고 싶지만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다들 아파서 급하게 온 사람들일 테니까 어쩔 수가 없다. 30분의 기다림에 내 마음이 타들어갔다. 응급실 안으로 들어오기가 무섭게 처치가 일사천리다. 피가 나는 원인을 찾는다. 엑스레이를 찍고 CT를 찍는다. 병상에서 마취도 하지 않은 채 직접 위와 대장내시경을 한다. 그이의 비명소리가 얼마간 들려오고 조용해졌다.
이렇게 놀라울 수가. 내시경으로 피가 흐르는 부위를 찾아내어 봉합을 끝냈다는 것이다. 피가 멈추었다. 한숨 돌리기가 무섭게 혈압이 오르지 않는다. 오는 날부터 아무리 수혈을 해도 소용이 없다. 그리하여 중환자실로 가게 된 것이다. 이제 같이 있을 수가 없다. 하루에 한 번만 면회가 허락된다. 이후 나는 외톨이가 되었다.
병원 안에서 행려자가 된다. 식당에서 1인분의 밥을 주문하고 차안에서 잠을 잔다. 세수도 화장실에서 한다. 누구의 시선도 아랑곳 없이 챙피한 것도 없다. 세상을 향하여 용감해지고 있는 것이라 나를 위로한다. 고양이 세수에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노숙자가 따로 없다. 그래도 내 앞에 놓인 이 상황을 거부하지 않는다. 이도 내 몫이다. 나는 담담히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오늘은 아들 내외가 와서 위로의 밥을 사준다. 어젯밤을 차에서 보낸 걸 알고 호텔을 예약하여 데려다주고 간다. 샤워로 개운해지니 지나간 시간들이 아찔하다. 순간 출혈성 쇼크가 와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근처 병원에서 해결하려고 했다간 큰 일을 치를뻔 했다. 지방에서는 이곳처럼 빠른 대처를 못할 게 뻔하다.
이제 무서워진다. 늦은 대응으로, 미련하여 까딱 그릇된 판단으로 그이가 잘못될까봐 겁이 난다. 급박한 상황에 앞으로 더 지혜로워야 할텐데. 세월은 멈추어 서 있지 않는 법이다. 흘러가고 또 흘러간다. 또 마음을 눌러 다독인다. 그이의 힘겨운 투병, 그 곁을 지키는 나의 아픔. 그러나 이 또한 지나가리니.


![[엄마 일기] 마지막 학기](https://www.usjournal.kr/news/data/20251211/p1065624983356203_952_thum.jpeg)
![백혈병 치료 끝? 숨은 0.01% 암세포까지 잡아야 재발 막는다[메디컬 인사이드]](https://newsimg.sedaily.com/2025/12/12/2H1PA2KJJI_1.jpg)
![바늘 수백 개가 찌르는 고통…故김지미 쓰러뜨린 ‘그 병’의 정체 [수민이가 궁금해요]](https://img.segye.com/content/image/2025/12/10/20251210518550.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