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계통난 해소 하루가 급한데…국회에 발목잡힌 BESS

2025-01-06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송전망 확충 지연 등으로 인해 전력계통 안정성이 크게 저하되고 있는 가운데 대안으로 지목되는 전력 유연성 자원의 도입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 근거를 담은 11차전력수급계획이 국회 보고 불발로 실효를 얻지 못했기 때문인데 국회가 사실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2026년 전력계통 진입을 목표로 추진 중인 배터리에너지저장시스템(BESS) 설치 사업이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BESS는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대형 배터리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원의 증가, 송전망 확충 지연 등으로 인한 전력 계통난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유연성 자원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 수급 안정성과 재생에너지 수용성 제고 목적으로 BESS 보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제10차 전기본에 BESS 도입 필요성과 계획을 반영한 데 이어 제11차 전기본에 2026년부터 매년 BESS 500㎿를 설치하기 위해 연도별 물량을 배정했다. '장주기BESS 중앙계약시장'을 열어 출력 제어 등 전력계통 관련 문제를 해소한다는 복안이다.

계획에 따라 지난해 말 BESS 입찰을 진행하려 했지만 착수하지 못했다. BESS 보급 근거를 담은 제11차 전기본이 시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본은 장기 전력 수급 예측을 기반으로 전원을 구성하는 국가 법정 계획으로 지난해 5월 전기본 총괄위원회가 11차 전기본 초안을 발표했다. 이후 산업부가 부처협의, 공청회등을 마친 상태로 확정·실행에 필요한 절차는 국회 보고와 전력정책심의회 심의만 남았다. 심의는 요식행위로 국회 보고가 사실상 마지막 관문이다.

현재 야당은 제11차 전기본의 원전·재생에너지 비중에 문제를 제기하며 보고 일정을 확정하지 않고 있다. 탄핵정국 등을 감안하면 여야 합의에 기반한 의사일정은 제대로 소화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따른다.

국회 보고 지연으로 제11차 전기본에 근거한 사업은 한발짝도 뗄 수 없는 상태다. 2026년 하계피크 대응을 시작으로 전력계통에 진입하려는 BESS 사업은 발주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현 상황을 고려하면 애초 계획대로 내후년 가동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재생에너지 설비가 가장 많이 들어선 호남지역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출력제어 해소도 그만큼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호남지역은 2031년 기준 총 42GW 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가동될 전망이다.

전력 업계에선 국회가 사실상 전력 위기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전력계통난을 해소하고 모처럼 배터리 내수 시장에 활기를 줄 수 있는 사업이 국회에 발목을 잡힌 상황”이라며면서 “BESS 사업은 촌각을 다투는 사업인데다 정쟁과도 무관하다. 국회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전기사업법 등 전력 산업 관련 법률은 전기본을 근거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명시했기 때문에 국회 보고가 이뤄지지 않으면 11차 전기본에 근거한 사업은 모두 진행할 수 없다”면서 “야당 요구대로 전원 비중을 재설정한다면 위원회가 다시 초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적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