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희생"與 천안함 폭침 일제 추모…野지도부는 불참

천안함 폭침 사건 15주기를 맞아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상훈 정책위의장, 이양수 사무총장 등은 26일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천안함 46용사 추모식에 참석했다. 권 위원장은 추모식 뒤 취재진과 만나 “우리 서해를 지키고 대한민국을 지키다 사망하신 천안함 46 용사와 한주호 준위의 희생과 헌신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한다”며 “시간이 오래 지났지만, 여전히 희생자들을 가슴에 묻고 있을 유가족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 등 여러 도발을 자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천안함 사건은 단순히 과거의 한 시점에 있었던 사건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라며 “국민의힘은 정부와 힘을 합쳐서 대한민국 안보를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슷한 시각,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참배했다. 방명록엔 “천안함 용사들의 위국 충정 정신을 본받아 대한민국을 지키고 작금의 국정 혼란을 수습하며 국민 통합을 이뤄내겠다”고 적었다. 시신을 찾지 못한 강태민 상병, 김선호 병장 등의 묘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영정 사진을 어루만지던 권 원내대표는 “사진엔 이렇게 선명하게 살아있네”라고 말했다.

여권 잠재 대선 주자들도 추모에 한 마음이었다. 매년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온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천안함 추모행사에 다녀온 뒤 SNS에 “나라를 지키다 목숨을 바친 호국 용사의 명예를 지켜드리는 것이 살아남은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임무임을 새삼 깨달았다”고 적었다.

안철수 의원은 페이스북에 “예비역 해군 대위로서, 그날의 충격과 슬픔은 아직도 생생하다”며 “영웅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대전국립현충원을 찾아 “대한민국은 천안함 용사들과 연평해전 용사들을 끝까지 기억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날 이명박 전 대통령도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 등 이명박 정부 인사 20여 명과 함께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았다. 이 전 대통령은 방명록에 “나라를 위해 숭고한 희생하신 46용사를 잊지 않고 이곳에 왔습니다.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라며 “지금 나라가 어려울 때입니다. 자유ㆍ민주 대한민국을 지키게 하여주시기를 기도합니다”라고 적었다. 참배 뒤 취재진과 만난 이 전 대통령은 “(전사자들이) 내 재임 기간에 희생됐으니 살아있는 동안 우리나라가 통일될 때까지 매년 오겠다는 약속을 했다”며 “금년에는 나라가 하도 어지러우니까 마음이 좀 그렇다(무겁다)”고 말했다.

여권이 일제히 추모에 나선 것과 달리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천안함 관련 추모 행사에 불참했다.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가 이날 오후 2시부터 예정돼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에선 국회 국방위 소속인 부승찬·허영 의원과 평택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홍기원·이병진 의원이 추도식에 참석했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도발에 맞서 우리 바다를 지켰던 천안함 용사들의 숭고한 정신을 받들겠다”며 “조국의 영토를 수호하기 위해 희생한 천안함 46용사와 천안함 수색 과정 중 순직한 고(故) 한주호 준위의 뜻을 깊이 기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종식의 과정이 길어지는 가운데, 대ㆍ내외 안보 불안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며 “민주당은 천안함 호국영령의 뜻을 되새기며, 굳건한 국방태세와 함께 민주주의, 평화를 지키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지도부의 불참에 국민의힘에선 “사건 당시 좌파 시민단체나 민주당에서도 자폭설, 자작설 등을 터뜨리면서 나라를 위해서 희생, 헌신한 용사들의 명예를 폄훼한 발언이 많이 나왔는데 지금도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가 전혀 없다”(권 원내대표)는 반응이 나왔다.

여권에선 민주당 의원의 과거 천안함 관련 발언을 소환하기도 했다. 박선원 의원은 2010년 5월 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이명박 정부는 어뢰 피습이란 결론을 이미 내려놓고 거기에 맞는 물증을 찾고 있다” “천안함 사건은 안보 실패의 가장 처참한 사례” 등으로 주장했다가 당시 김태영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고소당했다. 노종면 의원은 2014년 3월 언론 인터뷰에서 “천안함 폭침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모든 언론은 가짜”라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현충일 하루 전날인 2023년 6월 5일에 천안함 자폭설을 주장했던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당 혁신위원장에 지명했다가 반발 여론에 9시간 만에 철회하기도 했다. 당시 최원일 전 천안함장이 “현충일 선물 잘 받았다”며 이 대표의 이 이사장 지명 철회를 요구하자, 권칠승 의원은 “무슨 낯짝으로 그런 얘기를 하나. 부하들 다 죽이고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권 의원은 천안함 유족과 최 전 함장에게 사과했다. 장경태 의원도 당시 라디오에서 “군인이라면 경계에 실패하거나 여러 가지 침략을 당한 부분에 대한 책임감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