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장중 42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의 시선이 개별 종목에서 ETF(상장지수펀드)로 이동하고 있다. 시장 전반이 고점권에 들어선 상황에서 산업 전반에 분산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개인 ETF 순매수 금액은 25조7054억원으로, 지난해(19조7551억원)보다 30.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코스닥150 등 주요 지수 구성 종목은 순매도세를 보였다.
금리 환경 변화도 ETF 투자 확산에 힘을 보탰다. 고금리 사이클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위험자산 선호가 회복됐고, 미국 금리 인하 기대와 함께 국내에서도 완화 기조 전환 전망이 확산됐다. 여기에 배당소득 분리과세 개편 논의가 부각되며 고배당·정책형 ETF에도 관심이 커졌고, 변동성 장세 속 분산 투자 수요까지 겹치면서 자금 유입세가 한층 탄력을 받았다.
특히 AI와 2차전지, 원자력 등 성장 테마를 담은 ETF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자금 유입세를 이끌고 있다. 고성장 산업을 묶어 담은 테마 ETF가 변동성 대응과 수익 추구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투자 대안으로 부상한 셈이다. 실제로 10월 한 달간 관련 종목을 추종하는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는 87.01%, TIGER 2차전지TOP10레버리지는 69.77%, TIGER 반도체TOP10레버리지는 69.19% 상승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ETF 시장을 "양적 성장과 질적 다변화가 동시에 진행된 시기"로 진단했다. 그는 "국내 ETF 순자산총액이 270조원을 돌파했고, 주식형 ETF 중심으로 51조원이 증가했다"며 "AI·원자력 등 구조적 성장 산업을 담은 테마형 ETF가 개인투자자의 주요 투자처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ETF 투자 방식의 질적 변화도 가시화되고 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ETF 역시 국가 전략산업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패시브 지수를 추종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AI·SMR(소형모듈원자로)·드론 등 차세대 기술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배분하는 액티브 ETF가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AI 인프라, 드론·우주, SMR 등 G2(미중) 패권기술 분야에 투자하는 액티브 ETF가 새롭게 상장되고 있다"며 "국가적 육성 의지와 기술 성장 모멘텀을 선제적으로 반영하는 전략이 차별화 포인트"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들 ETF는 단기 시세 대응보다 산업 성장 초기의 중소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투자해, 정책과 시장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TF는 개인의 투자 행태를 넘어 한국 증시 흐름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금리 종료 기대와 세제 개편 등 정책 모멘텀에 더해, 개인들이 산업 전체의 성장성을 바라보는 단계로 진입했다"며 "ETF 시장의 성장세가 산업 단위 자금 흐름을 주도하는 새로운 지표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