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의협회관에서 출범식 개최 ... 핵심 키워드는 연대
유청준 위원장 “비인간적 전공의 노동시간 단축해야”
이달 1일 창립총회를 가진 전국전공의노동조합이 일요일인 지난 14일 대한의사협회 회관 강당에서 출범식과 함께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이에따라 앞으로는 전공의들도 합법적 파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날 출범식에는 전국 병원에서 모인 100여 명의 조합원과 정치권, 의료계, 노동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전국단위 조직을 지향하는 전공의 노조는 2주 만에 3000여 명의 조합원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국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의 30% 규모다.
전공의들이 주장하는 것은 인간답게 일할 권리다. 전공의법에 따르면 1주당 최대 근무 시간은 80시간으로, 연속으로 최대 36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다.
하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동안 가천대 길병원에서 2년 차 전공의가 주당 최대 118시간씩 일하다 과로사로 숨지는 등 전공의들은 살인적 노동에 시달려왔다.

유청준 위원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전공의도 노동자다’라는 자각, 그리고 당연한 권리를 찾고자 하는 열망이 오늘 이 자리를 만들었다”며, “누군가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시스템은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우리도 의사이기 이전에 인간이고, 노동자”라고 말했다.
전공의들은 출범선언문에서 “우리는 더이상 침묵 속에서, 병원의 소모품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 노동조합 깃발 아래 모인 전공의들은 무엇보다 먼저 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범선언문 낭독을 마친 유청준 위원장은 “전공의는 기계가 아니다, 비인간적 노동시간 단축하라”, “전공의가 살아야 환자도 산다, 전공의법 신속히 개정하라”라고 구호를 선창하였고, 조합원 100여 명이 이를 제창했다.
이어 노조 깃발을 전달받아,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는 동안 노조 깃발을 흔들면서 전국전공의노동조합의 출범을 공개 선언했다.
노동조합 계획 발표에 나선 남기원 수석부위원장은 “2019년 길병원 전공의의 과로사와 2024년 의정 갈등이 보여주듯, 제도의 방치와 무리한 정책 추진은 결국 환자의 안전과 수련의 미래를 위협한다”며 “우리는 더 이상의 희생과 혼란을 막기 위해 모였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단순한 이익 집단이 아니다. 전공의의 권리를 보장하고 환자의 안전을 강화하며, 청년 의사로서 사회와 연대해 미래 의료를 책임지는 사회적 울타리로 성장할 것”이라며, 유청준 위원장에 이어 유독 ‘연대’를 강조했다.
이날 출범식에서 전공의노조는 ①환자 안전을 위해 적절한 노동시간과 인당 환자 수 확보 ②의료현장에서 전공의의 안전을 위한 조치 강구 ③의료현장의 부당한 노동과 부조리 근절을 위한 법적 제도 확보 등 최우선 3대 목표를 제시했다.
전공의노조는 또 ①시행 중인 72시간 시범사업을 철저히 준수하고 모든 진료과로 확대하라 ②환자의 안전을 위해 전공의 1인당 환자수를 제한하라 ③근로기준법 수준의 임신 출산 전공의 안전을 보장하라 ④방사선 피폭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하라 ⑤근로기준법에 명시된 휴게시간을 보장하라 ⑥연차와 병가의 자유로운 사용을 보장하라 ⑦전공의에 대한 폭언과 폭행을 근절하라 ⑧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 전공의법 개정안을 빠르게 재정하라 등 8대 요구사항도 내놓았다.

한편 이날 내빈으로 참석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이수진 국회의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주영 국회의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용우 국회의원은 축하의 뜻을 전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김미애 국회의원은 지방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대신 축전으로 마음을 전했다. 의료계의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조윤정 회장 역시 후배 의사들에게 축하와 응원의 마음을 아끼지 않았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주신구 회장은 ‘축사’가 아닌, ‘연대사’를 전했고, 이어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최희선 위원장, 한국노총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김옥란 정책국장은 전공의노조와의 연대를 다짐했다.
전국전공의노동조합은 조합원을 대상으로 ‘부당행위 신고센터’, ‘노무·생활 법률상담’을 운영하여 전공의들의 고충을 담아내고, 비조합원까지 대상으로 하는 실태조사를 벌여 전공의들의 노동 실태를 드러내는 데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