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별검사팀이 ‘평양 무인기 투입 작전 의혹’ 수사를 확대하면서 군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특검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지난해 10월 드론작전사령부에 무인기를 평양과 남포, 북한 동해안에 투입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명분을 얻고자 무인기를 보내 북한의 공격을 유도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군 내부는 무거운 분위기다. 계엄과 탄핵 여파로 지휘부 공백이 길어지고 특검 수사까지 더해지면서 상당수 군인은 처벌과 불명예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군 내부에선 “이제 누가 적극적으로 상부의 명령을 수행하겠냐”는 말까지 나온다.
이같은 결과에 대한 책임은 김 전 장관 등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 정부 및 군 수뇌부에 있다는 지적이다.
안보전략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군대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신중히 고민하지 않은 채 섣불리 군을 바꾸고 움직였다.
그 결과 평양 무인기 사건과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났고, 군사기밀이 유출되고 일선의 군인들이 고초를 겪게 됐다. 풍부한 군 경력을 지녔다는 예비역 육군 장성들과 정치권력이 군을 가볍게 여긴 대가를 현역 군인들이 치르는 셈이다.

◆잘못된 드론 운용이 오늘의 비극 초래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현대 전장에서 드론의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도 높게 평가된다.
한국군도 지난 2022년 말 북한 무인기 침투 사건 직후인 2023년 9월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했다. 북한 무인기 도발에 대응하는 ‘창’ 역할을 맡긴 셈이다.
하지만 ‘전략적·작전적’ 수준의 활동을 하겠다던 드론사는 창설부터 잘못된 것이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글로벌호크나 중고도 무인정찰기(MUAV)처럼 매우 오랜 시간 비행하며 광범위한 지역을 정찰하는 대형 무인기는 별도의 운용부대를 만들어야 한다. 드론사를 운용하려면 이같은 무인기를 배치해야 한다.
하지만 드론사에는 평양 무인기 사건에 등장하는 수준의 소형 드론이 배치됐다. 이정도면 드론사 대신 기존 전투부대에 배치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지금도 대대급부터 지상작전사령부에 이르는 각 급 부대는 임무와 기능에 맞게 다양한 드론을 운용한다. 앞으론 소대나 분대급 작전에도 드론이 쓰일 가능성이 크다. 소총처럼 드론이 전장에서 흔히 쓰이는 시대가 온다는 의미다.
지상군 기존 제대에서 드론을 폭넓게 활용하고, 성능이 우수하고 가격은 저렴한 드론의 개발·생산·배치를 일선부대에 지속하면 군대의 드론 전력은 자연스레 강해진다.
미 육군이 지난해 초 연방 하원에서 드론병과를 창설하자는 제안에 대해 “드론은 개별 장비가 아닌 각 부대에 통합된 것”이라며 “별도의 드론 부대를 두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드론사의 임무로 규정된 정찰, 타격, 전자전, 심리전 등은 국군 내 각급 부대에서 실시했던 것이다. 해당 부대에 드론을 배치하고 운용하면 대북 심리전과 전자전 등의 능력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다.
이처럼 ‘쉬운 길’이 있는데도 정부와 군은 드론사를 만들었다.
드론 통합운영과 공역 통제에 제약이 생기고, 정찰·공격 표적이 기존 전력과 중복되며, 보급과 운영유지가 2원화되고, 드론운용개념 개발이 육·해·공군 작전 개념과 분리되어 이뤄져 합동성을 저해하는 등의 문제가 적지 않다.
그런데도 드론사는 창설됐다. 졸속으로 급하게 창설된 드론사에는 정상적 상황에선 군이 쓰지 않았을 드론도 배치됐다.

지난해 10월 평양 무인기 사건에 투입된 원거리 정찰용 소형 드론은 드론사 창설 전부터 소음과 레이더 반사면적이 크다는 지적을 받아 교육용으로 쓰였던 것이었다.
스텔스 형상을 지닌 소형 드론은 수백m 길이의 활주로가 있어야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뒤늦게 드러나 드론사가 수직이착륙 드론을 새롭게 소요제기했다.
드론사 창설이 추진됐을 때 의사결정에 관여했던 고위 장성들은 이같은 문제를 몰랐을까. 몰랐다면 무지했고, 알았다면 책임을 회피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문민 장관’ 시대에선 달라져야
북한 지역을 감시정찰하고 심리전을 벌이는 것은 영토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군대를 움직이는 것은 국가의 중대사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 다른 대안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국가안보전략 개념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배우는 것이 다임(DIME)이다.
다임은 국가안보 전략에서 국익을 달성하고자 사용하는 외교(Diplomacy), 정보(Information), 군사(Military), 경제(Economics)적 수단을 뜻한다. 4가지 요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조율하는 것은 국가안보 전략의 핵심이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평양 무인기 사건은 정부 최고 수뇌부가 다임의 핵심을 무시한 결과다.
다임의 4가지 요소 중 가장 신중하고 무겁게 써야 하는 것이 군사다. 군사적 옵션은 최후의 카드로 남겨둬야 한다.
대북 정찰과 심리전은 꼭 필요한 것이지만, 드론사 대신 비군사적 옵션을 먼저 가동해야 했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정보·공작 활동도 가능한 세계 최강의 군대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정보·공작은 중앙정보국(CIA)이나 국가안보국(NSA) 등의 정보 커뮤니티가 담당한다.
군사 행동을 그만큼 신중하게 고민하고, 비군사적 옵션을 먼저 실행하는 방안이 정석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쓰레기 풍선 살포에 맞대응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약하다.
쓰레기 풍선 살포는 대남 도발의 일부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시절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문재인 정부 시절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윤석열 정부 초기 북방한계선(NLL) 이남을 겨냥한 미사일 발사 도발보단 강도가 낮다.
전단을 실은 드론사 무인기를 평양으로 보낸 것은 북한의 쓰레기 풍선 도발보다 훨씬 강도 높은 조치다. 정전체제의 핵심인 비례성의 원칙과도 맞지 않는다.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정부 기관과 대북 민간단체들은 북한 쓰레기 풍선 도발과 비슷한 수준의 비군사적 대응 수단을 충분히 갖고 있다. 군대의 드론은 휴전선 일대 정찰이나 훈련에 투입해도 된다. 그것만으로도 북한엔 압박이 된다.

드론사 무인기를 평양까지 침투시켜 전단을 뿌린 전 정부의 행동을 놓고 “군을 가볍게 봤고, 군사행동의 의미를 과소평가했으며, 군사적 옵션에 매몰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같은 태도는 군을 정치적 목적에 투입하는 12·3 비상계엄 사태를 초래했고, 정치적 중립 문제로 군이 거센 소용돌이에 휩싸이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군을 움직이는 것을 가볍게 생각하고, 군사적 옵션에만 매몰되는 국가안보전략은 바뀌어야 한다.
5·16 쿠데타 이후 64년만에 문민 국방부장관 시대를 맞는 국면에서 이같은 변화는 민주주의 수호와 국가안보를 위해서 필수다.
문민 국방부장관 부활은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흔들리는 군을 수습하고 정치적 중립과 문민 통제 원칙을 재정립하려는 것이 크다.
이와 함께 국가안보전략에서 다양한 옵션을 살펴 최적의 결정을 내리는 것도 문민 국방부 장관의 존재 의미다.
군인은 군사적 옵션을 먼저 떠올릴 수밖에 없고, 눈앞의 적과 싸워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외교·통일 분야를 함께 고려하고, 신중하게 군사행동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정무감각을 지닌 문민 국방부장관의 몫이다.
군 수뇌부는 군사 행동과 옵션의 장단점을 정부 수뇌부와 국방부장관에게 진솔하게 전하고, 정부는 군 수뇌부의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전문적 관점에서 현역 장성들은 문민 국방부장관에게 직언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장관은 이를 수용하는 포용력을 갖춰야 한다.

예비역 장성이 국방부장관을 맡던 시절과 달리 문민 국방부장관과 현역 군 수뇌부는 사관학교 선후배나 근무지 등의 연고로 묶여 있지 않다. 전역 후 성우회나 재향군인회에서 다시 마주칠 일도 없다. 상호 존중이 가능한 환경이다.
군 당국은 각 군에 배치되어 있는 전력을 활용하는 최적의 전략을 거시적 관점에서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드론사 창설과 평양 무인기 사건처럼 국방예산을 투입해서 도입한 신무기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전략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군이 입게 된다.
일선 부대와 군 연구기관 관계자들은 새롭게 전력화되는 첨단 무기의 운용 개념과 전술 등에 대한 연구와 성찰을 치열하게 이뤄져야 한다.
정부와 군 수뇌부가 첨단 무기를 부적절하게 사용하려 할 때, 이를 바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평양 무인기 사건은 군대를 움직이는 것을 가볍게 생각하고 행동에 옮긴 결과다. 작게는 첨단 전력을 운용하는 최적의 방법을 고민하고, 크게는 국가안보전략에서 다양한 분야의 옵션을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군사적 대응은 최후의 카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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