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폐쇄하겠다고 위협해온 CBS 방송의 유명 시사 프로그램 <60분> 수석 프로듀서가 언론 독립 침해를 이유로 사임한다고 밝혔다.
22일(현지시간) 미국 CBS 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60분>의 수석 프로듀서 빌 오언스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지난 몇 달 동안 이 프로그램을 더 이상 과거에 해오던 방식으로 운영하거나, 프로그램과 시청자에게 옳은 것이 무엇인지 독립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고 밝혔다.
오언스는 이어 “이 프로그램은 나라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계속돼야 한다”며 “프로그램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나는 물러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부터 이 프로그램을 공격해왔다. <60분>이 자신의 경쟁 상대였던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을 인터뷰하자 “전례 없는 방식으로 대중을 속였다”며 선거 사기라고 주장한 게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방송과 관련해 CBS에 200억달러(약 28조원) 상당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엔 <60>분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인터뷰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장악 시도에 관한 내용을 비판적 시각으로 전하자 방송 면허를 박탈해야 한다고 위협했다. 그는 특히 “브렌던 카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이 이들의 불법적 행위에 최대한의 벌금과 처벌을 부과하길 바란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오언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총괄한 프로그램뿐 아니라 방송사 존폐마저 위협하고 나서자 압박을 느끼고 하차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NYT는 CBS 모회사인 파라마운트의 압박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NYT는 파라마운트의 샤리 레드스톤 회장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다룬 <60분> 코너와 관련해 지난 1월 CBS 경영진에 불만을 제기했고, 이튿날 수잔 지린스키 전 사장을 뉴스 부서 저널리즘 기준 감독 직책으로 임명하기도 했다고 짚었다. 지린스키는 이후 <60분>의 정치적 주제를 포함한 민감한 부분을 방영 전에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언스는1988년 CBS에서 인턴 생활을 시작해 40여 년간 일해온 베테랑 프로듀서다. <60분>의 수석 프로듀서로는 2019년부터 일했다. 57년 역사를 가진 <60분>의 수석 프로듀서는 그간 오언스를 포함해 3명에 불과하다. CBS 뉴스 및 방송국 사장인 웬디 맥마흔은 이날 “<60분>에 대한 헌신을 다 하고, 그 사명과 업무가 우리의 최우선 순위로 남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AP통신의 취재를 제한하고, 공영라디오 NPR과 공영TV PBS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나서는 등 주류 언론을 입맛에 맞게 길들이기 위한 여러 조처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