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UAE원전 추가공사비 회계반영 시작

2025-03-11

한국의 첫 해외 수주 원전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과정에서 생긴 추가 비용 부담 문제를 놓고 한국전력과 자회사 한국수력원자력 간 이견이 큰 가운데 한전이 관련 비용을 부분적으로 회계 장부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1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추가 비용을 제대로 반영하기 전 단계에서 이미 바라카 원전 사업의 매출 대비 이익률이 0%대로 떨어져 바라카 원전 건설 사업 최종 이익률이 마이너스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전날 공시한 작년 재무제표에서 1천546억원의 '기타 충당부채'를 새로 반영했다.

충당부채는 과거 거래로 인해 향후 지급해야 할 돈이 있지만, 언제 어느 정도 규모로 갚을지 확실치 않을 때 우선 회계에 부채 형태로 미리 반영한 것을 말한다.

한전은 재무제표 주석에서 "UAE 원전 공기 연장과 관련해 계약 당사자와 공기 연장 비용 및 지체상금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당기말 현재 공기 연장 비용에 대해서는 경제적 자원의 유출이 예상되는 금액을 충당부채로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한전이 언급한 계약 당사자는 자회사인 한수원을 가리킨다.

바라카 원전 건설 과정에서 시운전에 해당하는 운영지원용역(OSS)을 맡은 한수원은 발주사인 UAE와 한전 등의 귀책으로 인한 공기 지연, 일련의 추가 작업 지시 등을 주장하면서 작년 10억달러, 약 1조4천억원의 추가 비용 정산을 정식으로 요구하는 '클레임'을 한전에 제기했다.

한전은 객관적으로 근거를 바탕으로 확인된 비용을 정산해줄 수 있지만, 발주자인 UAE 측과 협의를 통해 '팀코리아' 차원에서 추가 비용을 정산받는 게 먼저라는 기본 입장을 펴 양측 간 논의에는 크게 진척이 없는 상태다.

한수원은 가시적 해법이 도출되지 않으면 용역계약서상 분쟁 해결 조항을 근거로 이 문제를 런던국재중재법원(LCIA)로 가져가 법적인 해결을 모색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비록 충당 부채 형태이기는 하지만 한전이 UAE 원전 건설 추가 비용을 회계에 정식으로 반영함에 따라 향후 UAE 원전의 수익성 산정 결과에도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재무제표상으로 바라카 원전 사업이 대부분을 구성하는 한전의 'UAE 원전사업 등' 항목의 누적 수익률은 2023년 말 1.97%에서 2024년 말 0.32%로 뚝 덜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손익은 2023년 말 4천350억원에서 작년 말 722억원으로 급감해 한수원이 요구하는 1조원대 추가 비용까지 반영하면 곧바로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전환할 수밖에 없게 된다.

총 4기로 구성된 바라카 원전은 한국이 처음 해외에서 수주한 원전이다. 수주 금액은 약 20조원이었다.

작년 마지막 4호기까지 상업 운전에 들어가고 나서 프로젝트가 마무리돼 주계약자인 한전과 한수원을 비롯한 여러 협력사 간 최종 정상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한전도 한수원 등 협력사들의 요청을 근거로 '팀 코리아'를 대표해 UAE 발주사에 추가 정산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한전 역시 런던중재소로 이 사안을 가져가는 등 법적 분쟁을 불사한 강수를 두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UAE 측으로부터 추가 정산을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근본적으로 한전과 한수원의 갈등은 수주 때 예상치 못한 1조원대로 추산되는 추가 건설 비용이라는 '폭탄'을 누가 안을 것인지를 놓고 생긴 일로 볼 수 있다.

한수원으로서는 자체 산정한 추가 비용을 정산받지 못하면 향후 1조4천억원의 손실을 자체적으로 떠안아야 한다.

반면 모기업인 한전은 발주처인 UAE 측에서 추가 비용 정산을 전혀 받지 못한 채 한수원이 요구한 추가비를 정산해주면 그만큼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

한전 관계자는 "한수원에서 추가 비용 지급을 요구하지만 한전이 평가하는 금액과는 큰 차이가 있다"며 "정산 협상 등을 거쳐 최종 금액이 확정될 것이므로 현 단계에서 사업손익 규모를 추정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산업팀 press@jeonp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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