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닐·희토류·AI칩 등 협상 테이블 올린다…6년만에 마주 앉는 트럼프·習

2025-10-2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펜타닐 단속을 전제로 대(對)중국 관세 인하 의향을 밝힌 것은 관세뿐 아니라 희토류, 대두, 최신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패키지 거래를 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으로 읽힌다. 미국 측이 대중국 관세를 10%포인트 낮출 경우 미국 시장에서 중국 제품은 상당한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된다. 미국이 브라질과 인도에 부과한 관세가 50%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과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산 제품들이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이를 지렛대로 중국의 미국산 대두(콩) 수입 재개를 이끌어낼 경우 자신의 정치적 텃밭인 농민 유권자들을 다독일 수 있게 된다. 또 엔비디아의 최신 AI 반도체 ‘블랙웰’의 수출 허용까지 협상 카드로 내밀어 희토류 수출 유예 조치를 받아내면 내년 11월 중간선거 전까지 자체 공급망을 확보할 시간을 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동하는 전용기에서 취재진과 만나 “(30일 부산 미중 정상회담에서) 펜타닐 문제가 핵심 논의 사항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미국산 대두 수출 문제와 관련해) 농민 문제도 논의할 것이고 많은 사항을 다룰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중국이 12월 1일부로 예고한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 조치를 1년 유예하기로 한 방안에 대해서도 합의를 낙관하면서 “중국은 나와 일할 것이고 우리는 뭔가를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엔비디아의 최신 AI 반도체인 블랙웰 문제도 시 주석과 논의할 것이라며 이에 대한 수출 허용까지 중국과의 협상판에 올려놓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블랙웰을 두고 “최고 중의 최고”라며 “다른 국가에서 현재 사용 가능한 칩보다 몇 년 앞서 있다”고 호평했다. 중국 기업들은 미중 무역 갈등 전에도 블랙웰이나 ‘H100’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H20’ 칩만 엔비디아에서 구매할 수 있었다. 중국이 미국의 대만 독립 반대 입장을 원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만과 관련한 논의를 할지 모르겠다”고 말을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은 대만”이라며 “솔직히 대만과 관련해 아름다운 부분은 우리가 많은 반도체 제조사를 미국으로 유치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펜타닐 원료 단속을 강화할 경우 미국이 대중국 관세 20%를 10%로 낮추려 한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WSJ는 이를 통해 미중 간 새 무역 틀을 짜고 중국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평균 관세를 현 55%에서 약 45%까지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WSJ는 중국이 그 대신 희토류 수출 규제를 연기하고 그간 수입을 중단했던 미국산 대두의 상당량을 구매하기로 약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재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중국 국영기업 COFCO가 이번 주 18만 톤의 미국산 대두를 구매했다고 전했다. 올 5월 중국이 미국산 대두 주문을 전면 중단한 후 첫 구매 사례다. WSJ는 이와 함께 미중 양국이 서로에 부과하고 있는 선박 입항 수수료를 인하하는 방안도 합의에 포함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나아가 중국은 미국이 대중국 소프트웨어 수출 관련 통제를 비롯해 자국에 타격을 주는 조치들을 동결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다만 이 같은 양국 합의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이날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과 행정부 내 혼선 등으로 중국 협상팀이 당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CNN방송은 이날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가 어떻든 중국은 미국과 대등한 기축국 신분을 과시하게 되는 ‘상징적 승리’를 거머쥐게 된다”며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세계 초강대국 위상을 확립했다고 평가했다. CNN은 “세계 각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공세에 휘둘리며 협상에 나서는 상황에서도 중국은 자체 보복 조치 등 강경책으로 맞서 결국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게 만들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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