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정부 "ABC 입장과 독립성 존중"
호주 야당은 "민감한 시점에 왜 그런 질문을" 비판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호주 ABC 기자가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질문조차 적대적으로 받아들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언론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ABC 미주 담당 편집자 겸 조사보도 기자인 존 라이언스는 17일(현지시간)자 분석기사를 통해 전날 벌어진 트럼프 대통령과의 설전 상황을 설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구미에 맞지 않는 질문이 나오면 적대적 반응을 보인다고 비판했다.
라이언스는 전날 ABC의 '포 코너스(Four Corners)' 프로그램을 대표해 트럼프에게 "1월 백악관 복귀 이후 재산이 얼마나 늘었는지, 대통령이 재임 중 다양한 사업 거래를 하는 것이 적절한지" 질문했고, 질문은 전혀 공격적이지 않았으며 톤 역시 무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러한 중립적이고 전문적 질문에 "당신이 호주에 피해를 주고 있다", "매우 나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며 호주에 대한 보복 가능성까지 암시하는 위협적 태도로 반응했다.
라이언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 탄압이 점차 심해지고 있고, 브리핑 환경까지 통제하며 우파 매체 중심으로 질문자를 배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이 매번 새로운 보수 매체 기자들을 소개하고 질문 기회도 보수 매체로 집중되고 있으며, 질문 내용도 부드럽거나 아부 섞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불리할 만한 질문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불편한 질문이 나오면 적대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언론이 권력자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당연한 역할이며, 질문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은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라이언스는 뉴스코프 오스트레일리아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정적이자 캘리포니아 주지사인 개빈 뉴섬이 "왜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 기자들을 위협하고 있느냐"고 지적한 성명을 환영했다.
이어 "미국에서 언론으로부터 받은 반응은 놀라울 정도로 지지적이었다"며 "지금 미국에서 언론은 포위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 뉴욕타임스를 상대로 150억 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는데, 아마 그것이 오늘 아침 특히 신경이 곤두서 있던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짐 찰머스 호주 재무장관은 스페인 EFE 통신에 "ABC 입장과 독립성을 존중한다"면서 "기자들은 해야 할 일이 있고, 라이언스 기자는 그저 자기 일을 했을 뿐"이라고 옹호했다.
다만 호주 야당 의원들은 비판을 쏟아냈다.
자유당의 사라 헨더슨 상원의원은 SNS에 "미국 대통령을 인터뷰할 기회가 호주 기자에게 자주 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무역·안보·국방이 동맹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시점에, ABC는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은 공영방송 기자들에게 최고의 수준을 기대할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