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 “젊은 지휘자가 성장하게 돕는 것은 의무”···서울시향 ‘지휘 펠로십’ 가보니

2025-02-26

“바이올린 섹션이 이 부분을 왜 어려워 하는지 말해볼래요?”

26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습실.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의 질문에 포디움(지휘대)에 선 송민규씨(32)의 표정에서 난처함이 읽혔다. 송씨는 서울시향이 25~27일까지 진행하는 ‘지휘 펠로십’ 참가자로 선발된 8명의 젊은 지휘자들 중 한 명이다. 이날 그는 버르토크의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중 1악장 리허설을 진행했다. 리허설은 전부 영어로 이뤄졌다.

여러 차례 질문에도 흡족한 대답이 나오지 않자 츠베덴 음악감독은 원하는 사운드를 얻기 위해서는 보잉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다운보우(활을 위에서 시작해 아래로 내려긋는 것)는 빠르게, 업보우(다운보우의 반대)는 느리게 해야 합니다.” 송씨가 츠베덴 음악감독의 조언대로 바이올린 섹션에 보잉 변경을 요청하자 조금 전보다 풍부하고 또렷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서울시향 ‘지휘 펠로십’은 국내 최고 오케스트라인 서울시향이 올해 재단법인 설립 20주년·창단 8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국내 최초의 차세대 지휘자 특별 양성 프로그램이다. 지난 7월29일부터 9월11일까지 총 59명의 신청을 받아 8명(남성 5명·여성 3명)이 선발됐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이들의 리허설 현장에 참석해 지휘법과 곡해석 등 지휘자가 갖춰야 할 소양을 전수하고 있다. 버르토크 이외에 바그너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전주곡, 모차르트의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가 리허설 과제로 주어진다.

3일간의 일정이 끝나면 서울시향 단원들의 투표를 통해 우수 참가자 한 명을 선발한다. 해당 참가자는 오는 2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서울시향 특별공연에서 포디움에 오를 뿐만 아니라 서울시향 부지휘자로도 선임된다. 뛰어난 오케스트라를 직접 지휘할 기회가 드문 젊은 지휘자들에게는 선물과도 같은 기회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책상에서 악보를 연구하는 것과 오케스트라 앞에서 직접 지휘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라면서 “서울시향의 음악감독이자 선배 지휘자로서 이 나라의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뛰어난 지휘자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나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서울시향 같은 수준 높은 오케스트라는 버르톡의 곡을 기술적으로는 쉽게 연주할 수 있다. 어떤 곡을 완벽하게 마스터하는 데 중요한 건 디테일”이라며 “지휘자는 오케스트라가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 왜 멈춰야 하는지, 더 나은 연주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를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좋은 지휘자의 자질로 겸손을 강조했다. “지휘자는 작곡가의 음악을 전달하는 음악의 대사입니다. 그러니 항상 겸손해야 해요. 오케스트라는 지휘자에게 권위를 원하지만, 그 권위는 (함부로 힘을 휘두른다는 의미가 아닌) 더 나은 연주를 해낼 수 있는 지식의 권위를 뜻합니다.”

참가자들은 하루면 끝나는 마스터클래스와 달리 며칠 동안 츠베덴 음악감독과 함께 작업하며 구체적인 지휘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이번 펠로십의 큰 장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주연씨(25)는 “하루하루 새로운 지식으로 머리가 채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근태씨(34)는 “원하는 사운드가 나올 때까지 끝까지 파고들어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27일 특별공연은 전석 초대 공연으로 진행된다. 지난 11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된 초대 신청은 30분 만에 마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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