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관영매체들이 지난 2024년 1월 30일 중국의 첫 076형 강습상륙함 쓰촨함이 진수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쓰촨함은 중국이 독자 개발해 차세대 강습상륙함으로, 만재 배수량이 4만 여t이고 이중 섬형 상부구조와 전체 종방향 비행 갑판이 설치됐다. 또 전자기식 캐터펄트(이륙용)와 포획(착륙) 기술을 혁신적으로 응용했고, 고정익 항공기와 헬리콥터, 수륙양용 장비 등을 탑재할 수 있다. 사실상의 경항공모함이자 상륙작전용 병력·차량 수송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주 후인 지난 1월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눈길을 끄는 또 다른 뉴스를 보도했다. 중국 해군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의 첫 076형 강습상륙함이 무인기(드론) 전투 능력을 강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SCMP는 076형 쓰촨함 함재기 후보로 ‘샤프 소드’(Sharp Sword)로 알려진 ‘GJ-11’ 스텔스 무인 전투기가 유력한다고 추정했다. 이 스텔스기에는 공중에서 발사하는 유인용 가짜 탄두(디코이)와 전자전 시스템, 정밀 유도 탄약 등을 실을 수 있다.
특히 헬기만 탑재할 수 있었던 075형과 달리 더 커진 076형은 더 많은 승무원과 무인 무기체계를 탑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SCMP는 최근 진수된 076형 강습상륙함(초도함 쓰촨함)의 역할에 대해 (중국 해군이) ‘드론 항공모함’으로 처음 공식 인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최초의 드론 항공모함 진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군사력에 대등하기 위해 중국이 드론 항공모함 도입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076형은 헬리콥터나 수직 이착륙기를 주로 탑재하는 전통적인 강습상륙함과 달리 유인 전투기와 드론을 모두 발사할 수 있다”며 “적재량과 타격 범위가 크게 확장돼 경항모와 견줄 만하고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대만해협에서 인민해방군의 작전 능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세계 최초 ‘드론 항공모함’ 진수
또다시 20여 일이 지나 중동 군사 관련한 외신이 나와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 해군 함대에 헬리콥터와 무인기(드론)를 탑재하는 항공모함이 새로 합류했다고 이란 국영 프레스TV가 지난 2월 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IRGC는 이날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 항구에서 ‘드론 항공모함’(drone carrier) 샤히드 바게리함 취역 행사를 열었다. 2년에 걸쳐 상선을 개조해 만든 이 항공모함은 길이 180m의 활주로를 갖췄다. 작전 반경은 약 2만 2000해리(약 4만㎞)에 이른다. 연료 공급 없이 최장 1년간 임무 수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샤히드 바게리함은 자체 또 방공 시스템과 관제탑까지 설치돼 소형 항공기나 미사일 공격에 대응할 수 있어 생존력도 높아졌다고 IRGC는 덧붙였다.
함선에서 드론을 운용하려는 이란의 노력은 지난 2022년 7월 전차 상륙함(LST)과 수송선 갑판에 로켓 부스터로 발진시킬 수 있는 드론 여러 대를 실은 사진을 공개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당시 공개된 사진을 보면 탑재된 드론은 정찰용 펠리컨(Pelican), 호마(Homa), 그리고 자폭용 아라시(Arash) 등 이었다.
2023년 3월에는 다시 화물선을 개조해 갑판에 헬기와 드론을 탑재한 샤히드 마흐다비(Shahid Mahdavi)를 진수했다. 샤히드 마흐다비는 화물선을 크게 개조하지 않고, 갑판을 강화하고 헬기와 드론을 탑재할 수 있도록 넓은 갑판을 만든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에 취역한 샤히드 바게리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등이 보유한 항공모함처럼 항공기 이착함용 갑판을 가지고 있지만, 길이는 매우 짧고 함수에 경사 램프를 가지고 있다. 이란이 항공모함에서 운용할 고정익기가 없기 때문에 다수의 고정익 드론을 운용해 드론 모함으로 운용할 계획으로 보인다.

IT 분야 기술 응용 속도가 빨라지면서 지상 정찰에만 국한됐던 무인기의 용도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운용하는 드론이 높은 성과를 거두면서 전 세계가 드론 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무엇보다 다수의 공격 무인기를 선박에 탑재해 운용하는 드론 항공모함이 주목 받고 있다. 당장은 전 세계 바다를 주름잡고 있는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과 비교하면 공격 범위와 공격력에서 매우 큰 차이를 보이지만, 100여년 전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전투기가 활약한 모습을 지켜본 강대국들이 항공기를 배에서 띄우는 항공모함을 만들어 활용하면서 2차 세계대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처럼 드론 항공모함도 향후 미래 해전에선 승패를 좌우할 가장 강력한 무기체계로 꼽힌다.
다수의 자폭드론을 탑재해 먼 바다에서 상대국 연안에 집중적인 공격이 가능해 드론 항공모함은 적에겐 상당 수준의 군사적 위협은 될 수 있다. 최근 스페인도 유럽 에어버스가 만든 무인정찰기를 강습상륙함 후안 카를로스 1세함에서 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 1월 에어버스 디펜스는 스페인 조선소 나반티아와 서탭(SIRTAP) 무인기를 후안 카를로스 1세함에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계약을 맺었다. 후안 카를로스 1세함은 강습상륙함이지만, F-35B 수직이착륙 스텔스전투기 탑재가 가능해 경항공모함 기능도 갖추고 있다.
카를로스 1세함은 조기경보기 탑재가 어려워 원양 작전에서 잠재적 위협을 탐지·추적할 대안으로 드론을 선택한 것이다. 서탭 무인기는 스페인 육군과 공군이 도입하기로 한 최신 드론이다. 20시간 동안 비행이 가능하며 적외선·광학 장비와 다목적 레이더 등을 탑재해 감시정찰 작전을 수행한다.
후안 카를로스 1세함과 서탭 무인기 통합이 이뤄지면, 서탭 무인기는 서방에서 튀르키예의 바이락타르와 미국의 모하비에 이어 세 번째로 항공모함에서 사용되는 드론이 된다. 튀르키예은 현재 강습상륙함 아나돌루함에 무인기를 탑재하고 있지만, 새롭게 건조할 6만t급 항공모함에 무인기를 운용할 계획이다.
게다가 적외선·광학·레이더 장비 탑재가 가능한 무인기는 함대 주변을 오랜 시간 비행하면서 조기경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여기에 자폭 무인기나 공격용 정밀유도무기를 탑재한 무인기로 적 함정을 타격하는 전천후 작전도 가능하다. 따라서 드론 항공모함이 자폭 무인기와 정찰 무인기를 함께 운용하면 함대에 대한 위협을 상공을 보호하면서 멀리 떨어진 표적을 공격할 수 있어 기존 대형의 유인 항공모함 보다는 드론 항공모함이 저렴한 비용으로 훨씬 효과적 군사력으로 뒷받침하는 무기체계로 각광을 받을 수 있다.

영국 역시 퀸 엘리자베스급 항공모함(6만4000t)에서 고정익 드론을 사용을 시험하기 위한 ‘프로젝트 빅센’을 진행 중이다. 함재기인 F-35B의 작전을 직접 지원하는 것보다 공중조기경보나 전자전, 공중급유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국 해군은 이외에 정보, 감시, 정찰을 위한 저가의 고정익 드론을 조달하는 ‘프로젝트 벰파이어’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한발 도 앞서 2013년 무인전투기 ‘X-47B’를 핵항모에 착륙시키는데 성공한 이후 해상작전에 드론 사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우리 해군도 경항공모함 대신 전투용 무인항공기(UAV)를 띄울 수 있는 다목적 지휘함 도입 추진으로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나타난 무인기의 군사적 효용성과 미래 전장 환경 등을 반영해 고가의 수직이착륙 전투기 F-35B 대신 저가의 전투·자폭·감시정찰용 무인기 수십 대를 탑재하는 방식으로 변경한 것이다.
군에 따르면 해군은 최근 경항모 사업을 ‘다목적 유무인전력지휘함’ 사업으로 변경해 추진한다는 계획을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했다.
당초 다목적 대형수송함-Ⅱ라는 이름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된 경항공모함 사업은 2033년까지 전장 260m, 폭 40m 규모의 3만t급 경항공모함을 건조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비용 대비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사실상 사업이 중단됐다.
이번에 해군이 새로 제시한 다목적 유무인전력지휘함 사업에선 함정 크기는 기존 경함공모함 계획과 비슷하지만, 탑재 항공기가 유인기에서 무인기로 중심이 바뀌었다. 전투용 무인기와 감시정찰공격용 무인기, 자폭용 무인기 등 수십 대의 무인기를 탑재하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상륙기동헬기와 공격헬기 등 일부 유인기는 기존 경항모 계획과 마찬가지로 탑재된다.
해군은 사업 계획 변경 이유로 “미래 해양전 양상과 인공지능·무인기술 발전 등을 고려했다”며 “첨단 무기체계를 반영해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조기에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해군은 지난 4월에 HD현대중공업에 다목적 유무인전력지휘함 개념설계 연구용역을 맡겼고, 5월 말 열리는 합동참모회의에 사업 계획 변경을 보고할 계획이다.
다만 이미 소요 결정이 이뤄진 경항모 사업 계획을 변경하려면 합동참모회의에서 소요 조정 의결을 해야 하는데, 이는 새 정부 출범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내에 최종 의사결정이 이뤄지면 함정 설계를 거쳐 2030년대 중반께 신형 함정이 건조될 수 있다고 군은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