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

2025-12-16

로만 올렉시우(사진)의 영상이 세계를 울리고 있다. 3년 전 러시아의 미사일 폭격으로 어머니의 죽음을 목도했고, 자신도 중화상으로 36번의 수술을 받아야 했던 우크라이나 소년이다.

기적적으로 소생한 소년이 화상 자국이 얼룩진 얼굴로 전쟁의 참상을 유럽의회에서 알렸다. 소년의 옆에 앉은 통역사는 오열하지만 소년의 목소리는 담담하다. 저 아이에게, 그리고 세상의 모든 아이에게 우리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영국 작가 카릴 처칠이 쓴 희곡 중 ‘7명의 유대 아이들: 가자를 위한 극’이라는 짤막한 작품이 있다. 2008~2009년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 이후에 발표한 작품이다. 작전명 ‘캐스트 리드’라고 불린 이 3주간의 전쟁에서 1400명의 팔레스타인이 사망하고 300명 이상의 어린이가 죽었다고 한다.

아이들의 죽음이 작가를 압도했을 것이다. 처칠은 전쟁의 상황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의논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로 작품을 구성했다.

작품은 문밖의 침입자에 대해, 이주해야 할 상황에 대해 아이에게 어떤 방식으로 설명할지 고민하는 어른들의 대사로 이어진다. 그 간결한 대사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전쟁터의 여러 상황을 유추할 수 있고, 제목이 암시하듯 홀로코스트를 포함하여 유대인들의 피해의 역사가 떠오른다.

그러나 후반부에 도달하면 피해자였던 그들이 가해자가 되어 자신들이 직접 저지르는 학살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하는 작품으로 변모한다. 그 반전을 통해 작품은 유대의 기억을 떠나 지금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참상으로, 전쟁을 일으킨 모든 어른의 증오심으로 확장했다.

다시 연극의 밖, 처칠의 작품에선 어른들만 말하지만 현실의 아이들이 로만의 입을 빌려 어른들에게 말한다. 포기하지 말고 아이들을 도와주세요.

김명화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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