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장 대란 초래하는 정치권의 발목잡기

2025-07-31

연일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진다. 혹한기에 화장장 대란이 벌어지듯 통계적으로 보면 무더위 상황에서도 화장장 대란 가능성이 높다. 초고령 사회에 진입해 화장장 수요가 갈수록 급증하는데, 언제쯤 화장장 대란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까 싶어 몹시 답답하다.

그동안 추진하다 좌절된 화장장 건립 계획에 따르면 사라진 화장로는 무려 50기가 넘는다. 이 정도의 화장장이 제때 지어졌다면 화장장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적기에 화장장 확보에 실패한 원인을 따져보면 정치권의 탓이 크다. 화장장 건립을 추진하면 일부 정치인이 기다렸다는 듯 반대 운동을 앞장섰고, 주민들은 방관하거나 부화뇌동해 계획을 좌초시켜왔다. 화장장 건립에 나름 공을 들여온 공직자들을 좌절하게 했다.

폭염 잦은 혹서기에 화장장 대란

정치인들의 반대운동 폐해 심각

국민도 정치적 선동과 선 그어야

최근에도 유사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경기도 양주시에서 추진하던 경기 북부 6개 지자체 광역 화장장 건립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배경을 살펴보니 어디서 많이 본 모양새다. 화장장 건립 반대를 앞세운 정치권 주변 인사의 얼굴 알리기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1990년대 초에 부산시립 화장장 건립 반대 운동이 극렬했던 사실을 필자는 생생히 기억한다. 부산 영락공원묘지 안에 화장장 건립 계획이 발표되자 반대파 주민들은 묘지 현장과 시청 앞에 몰려들고, 종교기관에서 단식 농성하며 수많은 날을 지새웠다. 이때 영락공원 관할 구청 출신 선출직들과 정치권 주변 인사들이 반대 운동에 앞장섰다.

화장장 건립을 정치가 훼방 놓은 사례 중에 서울추모공원을 빼고 말하기 어렵다. 1999년 7월 서울시 당국자가 강서구 오곡동이 유력 후보지라고 언급한 보도가 나왔다. 강서구 여야 정치인이 앞장서서 어깨띠를 두르고 결사반대를 외쳤다. 당시 한 국회의원이 뿌린 전단에는 ‘화장로에서 내뿜는 열로 인해 항공기 이착륙 장애’라는 터무니없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서울추모공원 갈등은 2000~2002년 서울시와 관할 서초구의 다툼으로 바뀌었다. 2001년 7월 서초구 원지동이 서울시 제2화장장 건립 후보지로 확정되면서다. 이에 따라 당시 여당(민주당)이던 서울시·중앙정부에 맞서 야당(한나라당) 지역이던 서초구 국회의원·구청장·시의원 등의 갈등으로 전개됐다. 서울시장과 대통령 권력이 여야로 몇 번 교체되는 과정에서 갈등이 난무했고, 급기야 대법원까지 가는 행정소송도 벌어졌다. 무려 14년 만인 2012년에야 준공했는데, 당초 20기를 짓기로 했던 화장로가 11기로 거의 반 토막 난 뒤였다.

경기 하남시가 2006년 10월부터 추진했던 광역화장장(화장로 20기 계획)은 우여곡절 끝에 1년 6개월 만에 무산됐다. 당시 하남시에서는 대규모 화장장 논란과 국내 최초의 주민소환 투표 시행이 겹쳐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당시 여야의 정치 다툼 등으로 인해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좌초했다.

화장장 건립 부지를 확정해 놓은 다음에 취소된 사례도 있다. 2010년 부천시 화장장(6기) 건립 계획과 2012년 안산시 화장장(6기) 건립계획이 취소된 배경에도 정치의 훼방이 작용했다. 화성시 함백산 추모공원 사례는 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화성시 내부 반대는 정치적인 갈등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인접 수원시 측 반대가 극심했다. 이 과정에서 수원의 여야 정치인은 화장장 반대 운동을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 기회로 이용한다는 눈총을 받았다. 몇 년을 허비한 뒤에야 2021년 준공했다. 포천시 광역화장장(8~10기)의 실패와 이천시 화장장(6기) 계획의 부침 역시 정치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다.

지난 20여 년을 돌아보면 이처럼 화장장을 지으려다 정치에 휘말려 좌초되고, 아까운 세월을 헛되게 보낸 곳이 너무 많다. 국민이 정치 선동과 단호히 선을 그어 당초 계획한 화장장 중에 일부라도 성공했다면, 지금 겪고 있는 화장장 대란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화장률이 95%나 되는 시대다. 마지막 남은 육신을 깨끗하게 화장해 주는 것은 정부의 마땅한 민생 복지 대책이다. 화장장을 짓도록 특별법을 제정해 돕지는 못할망정 정치가 더는 발목을 잡지 말아야 한다.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태호 장례와 화장문화 연구포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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