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현대사에서 잊힌 사북 사건을 조명하는 영화 ‘1980 사북’이 지난 23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한 언론/배급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배급: ㈜엣나인필름 | 제작: 영화사 느티 | 감독: 박봉남 | 출연: 이원갑, 강윤호, 이명득, 황인욱 | 개봉: 10월 29일)
오는 29일 개봉을 앞둔 다큐맨터리 영화 ‘1980 사북’이 10월 23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언론/배급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1980 사북’은 1980년 4월, 강원도 정선 사북에서 일어난 광부들의 항쟁과 이를 은폐하려 했던 국가 폭력, 그리고 광부들의 분노가 어떻게 서로에게 향했는지를 재구성한 휴먼 탐사 다큐멘터리.
제16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한국경쟁 장편 대상 및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 수상에 이어 제22회 EBS국제다큐영화제에서도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만큼 뜨거운 관심 속에서 기자간담회가 진행되었다.
‘1980 사북’ 기자간담회에는 박봉남 감독과 한경수 프로듀서, 사북 출신이며 내레이션을 맡은 황인욱 정선지역사회연구소 소장이 참석했다. 세 사람은 <1980 사북>의 탄생 배경과 제작 과정, 그리고 한국 현대사에 묻혀 있던 ‘사북 사건’이 갖는 시대적 의미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며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박봉남 감독은 작품의 출발점을 묻는 질문에 “2019년 봄, 대학 선배인 황인욱 소장으로부터 10년 만에 연락을 받고 사북을 방문해 처음 이야기를 들었다. 거의 알지 못했고, 그때까지 사북 사건에 대한 객관적인 기록도 거의 없었다”라며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잊힌다는 생각에 사북 사건을 가장 객관적이고 깊이 있게 기록한 영상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라고 이야기했다. 황인욱 소장 역시 “당시 사북에 대한 관심이 거의 사라진 시기였다. 역사 전공자로서 사북의 진실을 짚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박봉남 감독에게 제안했다”라고 덧붙였다. 한경수 프로듀서는 “감독에게 기획안을 받아 읽었을 때 받은 충격이 너무 컸지만 ‘이 이야기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느꼈다”며 “하지만 그만큼 걱정이 되고 두렵기도 했다”라고 회상했다.
‘1980 사북’은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160여 회의 촬영과 100여 명의 인터뷰를 통해 완성됐다. 박봉남 감독은 “당시 동원탄좌의 광부들뿐 아니라 진압에 투입되었다 부상당한 경찰, 위험을 감수하며 현장을 취재했던 언론인까지, 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위치의 사람들을 만났다”에 이어 “무엇보다 음성, 사진, 영상 등 당시의 모든 기록을 찾는데 가장 많은 시간이 걸렸다. ‘원본을 사용한다’와 ‘재가공 되었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자료는 사용하지 않는다’가 아카이브를 선정하는 기준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폭동VS항쟁, 사북 사건은 하나의 사건에 두 개의 주장이 존재한다. 역사를 기록하려면 모든 당사자의 증언을 듣고, 보고 나서 평가하고 해석해야 한다. 그 몫은 관객에게 남기겠다” 라고 덧붙였다. 박봉남 감독은 당시 안경다리에서 벌어진 투석전 진압을 위해 투입되었다 부상당한 경찰이 자신을 구해준 광부를 찾아 다시 사북을 방문했던 일화도 소개하며, 사북 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명확한 이분법이 적용되지 않는 비극인 점을 강조했다.
사북 사건이 비극인 이유 중 하나는 광부 집단 내부에서 벌어진 폭력 때문이다. 박봉남 감독과 한경수 프로듀서는 “사북 사건을 영화로 제작하는 데 있어 가장 고민했던 지점으로 이 부분을 다룰지 3개월 넘게 고민했다”라며 “투쟁의 오류를 외면할 수는 없었기에 오히려 더 상세하게 다루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 두 사람은 “당시 노조지부장의 아내를 비롯해 벌어졌던 내부 폭력에 대한 당사자들의 증언이 명확하다”에 이어 “당시 노조지부장의 아내 역시 사건의 큰, 그리고 무고한 피해자 중 한 명이다. 이 잘못은 사과 되어야 하며, 국가 역시 책임이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북 사건 당시 중학생이었던 황인욱 소장은 “그때 사북의 길은 돌바닥으로 변했고 사북지서는 파괴되었다. 무엇보다 ‘경찰이 사람을 치고 지나갔다’라는 소문이 돌며 공포스러웠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당시 노조지부장의 아들과 친구였지만 사북 사건을 계기로 멀어졌다. 사북 사건은 사측과 광부들, 광부들 사이, 그리고 국가까지 굉장히 복잡한 구조인데 광부들이 부순 광업소 사진과 내부 폭행 사진만 대표로 남아있는 것이 안타깝다. 사건 이후 광부들과 주민들을 ‘폭도’로 내몰았던 국가의 폭력과 그로 인해 겁에 질려 이웃들이 서로 고발하고, 가정도 파괴되고, 지금까지 서로에게 상처로 남아있다는 것이 알려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또한 “5월에 광주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나며 사북 사건이 묻히게 된 것 역시 너무 가슴 아픈 일이다”라며 토로했다.
1980년 4월의 사북과 5월의 광주 모두 비상계엄령 하에서 발생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대한민국은 다시 비상계엄을 맞닥뜨렸다. 이에 대해 박봉남 감독은 “계엄으로 상징되는 1980년, 어두운 시대의 터널을 통과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는 것을 느꼈다”라며 “‘1980 사북’이 이 어두운 시대, 그 비극이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음을 상기시키고,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데 함께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힘을 실어 말했다.
광주 출신인 한경수 프로듀서 역시 “5.18 민주화운동 당시 초등학생이었기에 비상계엄의 공포를 몸으로 기억한다”라며 운을 뗐다. 또 “계엄법 9조를 보면 ‘판사의 영장 없이 계엄사령관이 체포, 구금, 수색, 압수 등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나와있다. 그런데 이 계엄법이 1980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동일하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만약 지난 12.3 비상계엄이 성공했다면 영화 속 고통이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 되었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황인욱 소장은 “사북 사건은 묻혔고, 진상 규명조차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노동 환경 개선을 외치다 국가에 의해 ‘폭도’로 내몰린 광부들에게 가해진 밀실 고문과 국가 폭력을 드러내야 한다”에 이어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사북 사건은 지나간 과거가 아니다. ‘1980 사북’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고통을 마주하는 시작이 되길 바란다”라며 묵직하고 간절한 마음을 덧붙였다.
한국 현대사에서 묻힌, 어쩌면 지난 12.3 비상계엄 이후 벌어졌을지도 모르는 상황을 담아낸 ‘1980 사북’은 오는 10월 29일, 전국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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