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영국 국왕 ‘500년’ 만에 화해···카밀라 ‘올 블랙’ 입은 이유는?

2025-10-24

500년 만에 가톨릭 수장인 교황과 영국 성공회 수장인 영국 국왕이 함께 바티칸에서 예배했다. 종교개혁 이후 처음으로, 두 종교의 화해를 상징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가디언 등 영국 매체들은 23일(현지시간) 찰스 3세 국왕 부부는 이날 바티칸을 공식 방문해 시스티나 성당에서 레오 14세가 집전한 에큐메니컬(교회 일치) 예배에 참례했다. 성공회 수장인 영국 국왕이 가톨릭 교황과 함께 예배에서 기도하는 것은 헨리 8세 잉글랜드 국왕이 1534년 수장령을 선포하며 로마 가톨릭교회와 공식 단절한 이후 약 500년 만에 처음이다.

예배에 앞서 레오 14세는 찰스 3세 부부와 짧게 대화했다. 이 자리에서 찰스 3세는 “방문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찰스 3세는 짧은 회담 후 레오 14세와 공식 기념사진을 촬영할 때 이 역사적 순간을 기록하는 카메라들에 대해 “끊임없는 위험 요소”라고 농담했다. 이에 레오 14세는 “익숙해지게 마련”이라고 답했다.

가디언은 “시스티나 성당에서 두 수장이 함께 기도를 한 것은 수 세기에 걸친 분열 끝에 가톨릭 교회와 영국 국교회 간의 화해를 상징하는 행위”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영국 개신교에서는 비판 여론도 거세다. 북아일랜드 개신교 단체인 독립오렌지위원회는 영국 국왕과 가톨릭 교황의 공동예배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영국 개신교 목사인 이안 페이즐리는 BBC에 “영국 국왕이 가톨릭 교황과 공동 기도를 하는 것은 개신교 신앙을 수호하겠다는 국왕의 맹세를 깨뜨리는 것”이라며 “국왕이 맹세에 충실하지 않는다면 퇴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두 종교 수장의 만남에서 눈길을 끈 사람은 또 있다. 바로 카밀라 왕비다. 왕비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올블랙’으로 차려입어 ‘시선 강탈’에 나섰다. 특히 머리에는 검은 깃발로 치장한 베일까지 둘렀다. 가슴에는 고 엘리자베스 여왕 소장품이었던 5만3000달러(약 7600만원)짜리 다이아몬드 브로치를 착용했다.

장례식을 연상시키는 올블랙 의상 선택 이유에 대해 영국 왕실 정보 매체 ‘로얄 인사이더’는 “전통적으로 교황 의전에서는 여성이 소매가 있는 검은색 단정한 드레스와 검은색 맨틸라(베일) 또는 머리에 스카프를 착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단, 왕실 여성일 경우 교황과 같은 ‘올 화이트’ 의상을 입을 수 있다. 과거 스페인의 레티치아 여왕과 모나코의 샤를린 공주는 교황과의 만남에서 올 화이트 의상을 선택했다.

찰스 3세의 바티칸 방문은 애초 지난 4월로 계획됐지만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의 건강 문제로 연기됐다. 찰스 3세는 대신 이탈리아를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잠시 문병했다.

한편, 카밀라 왕비는 과거 다이애나 왕세자비 생전 찰스 왕세자와의 불륜 의혹으로 대중의 비판을 받은 인물이다.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는 1996년 찰스 왕세자와 이혼한 뒤 이듬해 프랑스 파리에서 파파라치를 피하려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오랜 연인이던 찰스 왕세자와 카밀라는 2005년 윈저성에서 결혼식을 올리며 공식적으로 부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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