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 비영리 기관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유일한 회원사였던 네이버(NAVER(035420))가 2026년부터 예산 지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회원사로서의 지위는 유지하며 재정적 지원 대신 새로운 형태의 협력을 모색할 방침이다. 이는 지난 10년 이상 이어온 대규모 예산 지원을 더이상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앞으로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재정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자체 수익 사업을 확대하고, 새로운 회원사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00일 벤처 업계에 따르면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사업 다각화를 목적으로 지난 1월 기획재정부에 공익법인 지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기재부의 공익법인 지정 심사 기간이 최대 6개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르면 상반기 중 관련 작업이 완료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공익법인 지정을 통해 회원사의 회비 확대와 자체 수익 사업, 기부금 활성화 등을 계획 중이다. 특히 공익법인 지정 이후 국세청에서 지정기부금단체로 신고하면 회원사들의 회비와 기부금에 대해 세액 공제 등 세제 혜택을 줄 수 있다. 또 기존 비영리 기관으로 있을 때와는 다르게 각종 교육, 포럼 진행 등 자체 수익 사업 진행도 가능하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공익법인 지정과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것은 네이버의 대규모 예산 지원이 지속되기 힘들다는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지난해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측에 2025년까지만 예년 수준의 예산을 지원하고, 2026년부터는 지원 축소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네이버의 스타트업 조직인 ‘네이버 D2SF’의 조직 규모를 축소하고, 네이버의 자체 신규 스타트업 투자를 줄이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네이버는 2026년부터는 일반 회원사 중 하나로서 남아 다른 회원사와 비슷한 수준의 회비를 내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에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회원사를 늘리고 자체 수익 구조를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네이버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족한 2014년부터 최근까지 유일한 회원사로서 약 200억 원 이상을 지원해 온 것으로 파악된다. 최초 약속한 100억 원의 자금은 이미 2019년 소진이 완료됐지만, 이후에도 계속해서 지원을 이어온 것이다. 이런 네이버의 대규모 예산 지원이 지속되면서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회원사 저변을 넓히는 것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향후 충분한 규모의 유료 회원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각종 지원 사업에 직접적인 혜택을 보는 스타트업들 중에서는 유료 회원으로 가입할 만한 곳들이 많지는 않아서다. 또 회비를 낼만큼 재정이 풍족한 스타트업들은 이미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역할이 겹치는 코라이스타트업포럼 등에 유료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경우가 많아 중복해서 가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스타트업보다는 국내 IT 대기업과 벤처캐피털(VC), 상장사 등을 중심으로 유료 회원으로 합류하도록 권유할 계획이다. 스타트업 육성에 관심이 많은 카카오나 쿠팡, 크래프톤 등 IT 기업들이 거론되며, 금융사 중에서는 한국투자금융지주, 미래에셋금융그룹 등도 주요 후보군으로 꼽힌다.
네이버 관계자는 “그동안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설립 당시 약속한 지원금보다 많은 200억 원 이상을 지원했다”면서 “내년부터는 예산 지원은 하지 않지만, 회원사 중 하나로서 협력은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그동안 네이버가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면서 활발하게 스타트업 지원하는 활동을 해올 수 있었다"며 "다만 그동안 네이버에만 의존해 왔던 것은 이상적인 모습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중 네이버를 포함해 회원사를 50곳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이며, 이미 회원사로 등록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인 곳도 여럿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