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책으로 만들어요-메종인디아

2024-10-20

내 여행의 시간은 길고, 또 그 길은 멉니다.

나는 태양의 첫 햇살을 수레로 타고 출발해,

수많은 행성들에 자취를 남기며

광막한 세계로 항해를 계속하였습니다.

당신에게 가장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가장 먼 길을 돌아가야 하며,

가장 단순한 곡조에 이르기 위해

가장 복잡한 시련을 거쳐야만 합니다.

여행자는 자신의 집에 이르기 위해

모든 낯선 문마다 두드려야 하고,

마침내 가장 깊은 성소에 도달하기 위해

모든 바깥세상을 헤매다녀야 합니다.

눈을 감고 ‘당신이 여기 계십니다’ 하고 말하기까지

내 눈은 멀고도 오래 헤매었습니다.

‘아, 당신은 어디에?’ 하는 물음과 외침이 녹아

천 개의 눈물의 강이 되고,

‘내 안에 있다!’ 라는 확신이 물결처럼 세상에 넘칠 때까지.

-기탄잘리12 by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아시아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인도작가)

서울 방배동의 막다른 골목에서 동네사람들과 여행자들이 함께 꾸민 어린 왕자의 계단 옆에서 8살이 된 메종인디아는 겨울이면 두 달간 문을 닫고 곰처럼 겨울잠을 자면서 가장 많은 생각과 탐험을 합니다. 매년 겨울마다 ‘무엇을 더 잘하고 무엇을 덜 할 것인가’ 라는 가장 단순한 곡조를 찾아서 덧셈과 뺄셈의 미학에 빠져들죠.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아쉽지만 인도 짜이와 커피는 끓일수 없겠구나 싶은 결론에 이르렀고, 그렇게 또 메종인디아는 책을 더 읽고 쓰고 책과 함께 여행을 더 하는 분주한 봄을 보내고 여름을 맞이했습니다.

열 한 평 작은 공간에 오시는 분들의 이유가 제각각 다 달라요. 여느 때처럼 햇볕이 화사하고 뽀송할 때 가볍게 차 한 잔 하러 산책 나오신 분들의 발걸음을 자주 돌리게 해서 많이 죄송했던 최근 1년이예요. “당분간 여행과 책만 판매하는 서점입니다.” 하면 주저하다가 그래도 책 한 잔 하고 가는 것으로 발걸음을 성큼 들여놓으시는 분들께는 얼마나 가슴 뜨겁게 감사한지 몰라요.

이렇게 크고 작은 상심과 기쁨의 순간들이 ‘인도여행 출판서점’이 된 메종인디아를 이제 금방 10년이 되어가는 공간으로 여물게 하고 있어요. 어여쁜 햇살이 나른하게 책방 창가로 쏟아지는 오전에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차 주전자에서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고, 동네 어린이집 꼬마들이 아장아장 산책을 다녀가고, 동네 고양이는 무심한 듯 슬쩍 지나가는 모습이 참 예쁜, 이 작은 모서리 공간에서 수많은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인도-한국/네팔/부탄/스리랑카 여행을 종횡무진 만들고 출판까지하고 있는 메종인디아는 종종 ‘마법의 공간’이라고 불리기도해요. 여행이라는 미지의 광야에 책이라는 무한한 세상이 더해지니 마법 같은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 같아요.

메종(Maison)은 프랑스어로 ‘집’이라는 뜻이예요. 인도의 집 메종인디아로 들어오는 초록문 앞에는 인도의 국조인 공작을 그려 놓은 랑골리가 있어요. 랑골리(Rangoli)는 인도 전통미술 중 하나로, 쌀가루에 색을 입혀 집 마당이나 대문 앞 골목을 전통 문양과 그림으로 장식하는 기법이예요. 화려한 색감과 조형미가 돋보이는 랑골리는 ‘오시는 분들을 환영하고 축복한다’는 의미이자, ‘손님은 곧 신과 같다’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보면 볼수록 더 보고 싶고, 아무도 감히 전부 돌아봤다고 말할 수 없는 인도의 놀라운 매력에 빠져서 주제가 있는 여행을 기획하고 진행한 지 시간이 꽤 많이 흘렀던 8년 전 어느 날 이 막다른 골목의 오래되고 낡은 회색빛 계단이 그저 좋아서 겁없이 그 옆에 책방을 차렸어요. 오랫동안 하던 여행업에 문화공간 트래블카페, 책방을 더한 후 코로나시대를 지나며 지금은 8권의 책을 낳은 출판사까지 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여행이라는 종합예술을 이제 조금 완성한 기분이 듭니다.

메종인디아는 문명의 발상지로서 오랜 역사와 문화의 다양성을 대표하는 인도를 호불호가 강한 편견, 선입견으로부터 자유롭게 고대부터 동시대 현대까지 보다 올바르고 세련되게 잘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서가에는 인도의 전통 철학, 역사, 문화, 예술 관련 인문학 서적과 여행, 문학, 아트북 등을 다양하게 두었어요. 그중 남인도 첸나이의 작지만 세계적인 출판사 <타라북스>는 메종인디아가 사랑하는 문장 ‘우리는 작게 존재하기로 했습니다.’ 라는 기치를 걸고 소외되었던 인도 소수민족 예술가들과 여성들을 찾아가서 오랜 시간 대화하고 교류하며 지역의 많은 장인과 협업하면서 만든 핸드메이드 아트북으로 전 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메종인디아 서가의 한 부분을 크게 차지하고 있는 인도의 멋진 출판 친구입니다.

왜 인도인가요? 라는 질문을 자주 받아요.

남녀의 사랑을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어떤 나라와의 인연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운명 같아요.

가끔 엄마 손 잡고 오는 동네의 4살 꼬마 친구가 어느 날 질문했어요. “인도는 몇 개의 언덕을 넘어야 갈 수 있나요?” 인도는 비행기 타고 8시간 날아가면 된다고 그냥 간단히 대답할 수 없어서, ‘나 자신이 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어떤 끌림의 언덕을 몇 번을 넘고 또 넘어야 갈 수 있는 곳이야’ 라고 속으로 대답했어요.

메종인디아는 지금까지 가슴에 수많은 명장면을 간직하고, 언제나 새로워서 더 재밌는 여행을 하려고 해요. 가수 하림과 함께한 동네책방 음악회, 골목여행, 동네학여행, 우아한 홍차여행, 시네마 트래블, 필사여행, 명작클럽(고전읽기 책모임), 가로세로 미술여행, 인도문학 영어독서클럽, 아트앤북스 클럽, 인도-네팔-부탄으로 떠난 명상여행, 1만 달러의 모험(인도-파리-쿠바 41일간의 드로잉여행), 히말라야에서 알프스까지(바람과 함께 하나 되어, 자전거 캠핑여행), 드로잉 트래블러(인디아 로맨스) 책 등은 두고두고 가슴에 남는 명장면이죠. 메종인디아가 만든 여행을 함께 하신 후 “분명 여럿이 함께 했는데, 마치 혼자 자유여행을 다녀온 기분이예요.” 라고 여행자들이 남겨 주신 말씀은 메종지기 가슴에 새겨진 최고의 찬사이자 명장면입니다.

인도와 한국을 오가는 여행을 주로 만드는 메종인디아는 올해는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인도스님의 이야기와 네팔 여행소설을 출판할 거예요. 히말라야를 가장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계절이 오면 여행소설 신간을 들고 네팔로 북트레킹을 떠날겁니다. 그리고 이 여름이 끝나갈 즈음엔, 가난의 불평등 함수를 풀어낸 인도 수학자의 교육 여행 스토리를 번역 출판한 책 이 한국관광공사의 후원으로 대한민국으로의 교육여행이 되어 책의 주인공과 함께 우리나라에 옵니다. 멀리 꿈만 같던 책의 이야기가 여행이라는 멋진 현실이 될 때마다 메종인디아는 무한한 행복과 감사함 속에 광막한 세계로 항해를 계속합니다. 그리하여 그 여행에서 솟아나는 샘물 같은 이야기와 여행지의 고유한 가치가 담긴 문화유산을 가꾸는 책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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