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 신규 수주량 기준 상위 10개 조선소 중 7개가 중국 조선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빅3' 등 국내 조선소들이 조선업 호황에 따른 독(건조공간) 부족으로 선별 수주에 나선 상황에서 중국 조선소들이 물량 공세를 펼친 것으로, 중국 조선을 경계하는 미국 새 정부와 적극적으로 손잡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26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수주량 1∼4위 조선소를 중국이 싹쓸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1위는 중국 민영 업체인 뉴타임즈조선이 차지했고, 중국 후둥중화조선, 양쯔장조선, 헝리중공업이 2∼4위로 뒤를 이었다.
이중 후둥중화조선은 국영 중국선박공업그룹(CSSC)의 대표 조선업체이고, 헝리중공업은 국내 STX중공업이 중국 다롄에 세운 조선소를 2008년 인수해 건조력을 키운 기업이다.
이어 한국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HD현대삼호(HD한국조선해양의 조선 계열사)가 5∼7위를 차지했지만, 나머지 8∼10위는 중국 업체(다롄 조선·와이가오차오 조선·장난조선소)가 가져갔다.
지난해 수주량이 가장 많은 글로벌 조선소 '톱10' 중 7개가 중국 조선소였던 셈이다.
지난 2023년까지 글로벌 수주량 1∼5위 안에는 국내 빅3(HD한국조선해양 소속 계열사·삼성중공업·한화오션)가 모두 포함됐지만 올해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 등 3개 계열사를 보유 중이다.
3년 이상의 일감을 확보한 한국 조선소들이 수주량을 늘리기보다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 선별 수주에 나선 것이 양적인 수주량에서는 중국에 뒤지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1월 기준 수주잔량(남은 건조물량) 순위에서는 한국 조선소들이 여전히 상위권에 랭크됐다.
1위는 893만CGT(표준선 환산톤수)를 기록한 HD현대중공업이었고,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각각 872만, 849만 CGT를 보유해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HD현대삼호도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중국 조선소들이 이러한 틈을 타 물량 공세를 펼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조선소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 낮은 환율과 철강 가격,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워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해왔다.
특히 중국 해운업체는 자국 조선업체에 물량을 몰아주는 것으로 유명한데 영국 선박가치 평가기관인 베슬스밸류에 따르면 중국은 전세계 10대 선박 보유 국가 순위에서 지난해 1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 새 정부가 중국 조선업 제재에 나선 것은 한국 조선업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봤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지난해부터 중국산 선박 제재를 추진해왔고, 조사 결과에 따라 중국 조선업에 관세가 부과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 조선업 견제를 위해 유지·보수·정비(MRO)에 이어 건조까지 파트너를 찾는 현 상황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팀 press@jeonp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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