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마을·땅·집] 필요하지 않은 공간 덧붙이지 말고 ‘뺄셈의 미학’을

2025-04-22

집은 돈 들인 만큼 만들어진다. 물론 짓다가 실수하거나 사기·사고를 당하면 돈을 많이 들이고도 좋은 집을 얻을 수 없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집은 돈을 들인 만큼 만들어진다. 좋은 집을 가지려면 그만큼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물론 사람에 따라 좋은 집에 대한 기준이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 크고 화려한 집을 좋은 집이라 여긴다.

집을 짓는 사람들은 누구나 비용을 덜 들이고 좋은 집을 가지려 한다. 시작할 때는 ‘이 정도까지만’ 하고 생각하지만 짓다보면 자꾸 욕심이 난다. 그게 지나치면 중도에 포기해야 할 수도 있고 마무리 지을 때도 힘들어진다.

건축업자와 계약서를 꼼꼼하게 쓰고 공사를 하면서도 건축주는 수시로 “이거 해주면 안돼요?” “이거 바꾸면 안돼요?” 하는 식으로 욕심을 낸다. 본전 생각을 하다보면 “그것 하나쯤 서비스로 해줄 수 있지 않느냐?”며 무리한 요구를 한다. 건축업자는 손해를 보지 않아야 하니 계약서에 있는 것 외에 추가로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돈을 더 받는다. 건축주와 건축업자의 원초적 갈등이다.

집을 지으며 욕심을 내다보면 쓰지도 않을 공간이 하나 더 추가되고 도면에 없던 전망창이 하나 더 붙는다. 전기 콘센트 하나 더, 전등 하나 더 달아놓게 된다. 당장에 필요치도 않은 것들을 나중에 혹시 쓸 일이 있을까 해 덧붙인다. 살아보면 실제 필요하지 않은 공간과 자재, 사용하지 않는 기능이 덕지덕지 붙어 있어 걸리적거린다. 하자도 생기고 관리비도 든다. 그렇게 지은 집들은 말하자면 비만 상태로, 살면서 집도 사람도 고생한다. 시골에서 사는 사람들 중 크고 화려한 집을 지어 고생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남들에게는 멋져 보이지만 속으로는 골병이 들어 있다.

사람처럼 집도 다이어트를 하면 건강하고 좋은 집이 된다. 집을 지을 때 덜어낼 것은 덜어내고 포기할 것은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빼기’와 ‘포기’만 잘해도 좋은 집을 적은 비용으로 지을 수 있다. 좋은 집은 ‘뺄셈의 미학’이고, 싸게 짓는 집은 ‘포기의 미학’이다.

시골에 살며 크고 좋은 집을 욕심내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가 있다. 쉽게 풀어 쓰면 이렇다.

“십년을 고생하여 초가삼간 지어내니 / 나 한칸 달 한칸에 청풍 한칸 맡겨두고 / 강산은 들일 곳 없으니 둘러두고 보리라.”

조선 중종 때 학자인 송순의 시다. 욕심을 버리게 하는 경구이며, 집에 대한 철학이고, 자연을 대하는 풍류다.

평생을 노력해 세칸짜리 초가집을 지었다. 한칸을 요즘 크기로 환산하면 대략 5㎡ 정도로 한평 반쯤 된다. 세칸이면 15㎡(4.5평) 크기다. 아주 작은 집이다. 세칸 중에 주인인 내가 한칸을 쓰고, 달에게 한칸 내주고, 맑은 바람에게 또 한칸을 주고 나니 강산은 들여놓을 자리가 없다. 그래서 문밖에 빙 둘러놓고 보기로 했다.

집 다이어트의 첫번째는 실내에서 강산을 빼는 것이다. 강산은 밖에 둘러놓고 보면 되는데 굳이 거실과 방 안에 끌어놓으려다 보니 집이 커진다. 강산을 둘러놓고 보는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김경래(OK시골 대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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