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열완) ③ 형 나 대통령 됐어

2024-09-24

형, 나 대통령 됐어.

2002년 12월 20일 새벽 서울 명륜동 노무현 당선인의 자택. 전날 치른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둔 노 당선인은 대선기획단장 문희상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밤새 개표 결과를 지켜보며 마신 몇 잔의 축하주로 노무현은 제법 얼큰한 상태였다. 문희상이 당선인을 따라 안방에 들어가니 마침 형님 노건평이 와 있었다. 문희상의 회고다.

권투선수 홍수환이 남아프리카에서 열린 세계복싱협회(WBA) 타이틀을 따고 나서 국제전화로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라고 외쳤던 장면을 연상케 했다고 문희상은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가난한 집안의 똑똑한 막내

노무현에게 가족은 아픈 손가락이었다. 그는 1946년 경남 봉하마을에서 3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봉화산 자락에 자리한 수십 호의 작은 마을. 그나마 친척한테 사기당해 노무현이 태어났을 때는 이웃집에서 쌀을 빌어먹을 지경이었다.

학비를 조달할 돈이 없어 결국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한 푼이라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노무현은 혼자서 몰래 5급 공무원(지금의 9급)시험을 준비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열네 살 위의 큰형(노영현)이 펄펄 뛰는 바람에 부산상고로 진학하게 된다. 너나 할 것 없이 가난한 시절이었지만 노무현의 집안 사정은 그중에서도 몹시 어려운 편이었다.

봉하마을을 떠나 부산으로 왔다. 자취, 가정교사, 빈 공장 숙직실을 전전하며 어렵사리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했으나 형편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사춘기의 노무현도 공부에 열중한 착실한 학생은 아니었다. 졸업 후 그의 장래 희망은 평범한 은행원이었다. 안정적인 금융기관에 취직해 어려운 집안에 보탬이 되는 게 소망이었다. 그래서 농협에 지원했으나 낙방하고 만다. 하는 수 없이 삼해공업이라는 어망회사에 들어갔지만, 하숙비도 안 되는 수습사원 봉급에 두 달도 못 채우고 그만뒀다. 받은 월급으로 낡은 기타 하나와 중고 고시 책 몇 권을 사들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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