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컵’ 하나에 난투극…한정판이 만든 광풍, 스타벅스가 불붙인 ‘소유의 심리학’
연말 시즌, 스타벅스의 한정판 굿즈가 또다시 세상을 흔들었다.
‘베어리스타(Bearrista)’ 콜드컵을 사기 위한 줄이 새벽부터 이어졌고, 일부 매장에서는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졌다.

단지 음료를 담는 컵 하나가 사회적 현상으로 번진 이유는 무엇일까.
◆4만원짜리 컵, 60만원에 거래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미국 스타벅스는 최근 연말 한정판으로 ‘베어리스타 콜드컵’을 출시했다.
초록색 산타 모자를 쓴 곰 캐릭터가 스타벅스 로고가 새겨진 컵을 들고 있는 형태로, 머리 위로 빨대를 꽂을 수 있게 디자인됐다. 가격은 29.95달러(약 4만4000원).
출시 직후 매장마다 ‘오픈런’ 행렬이 이어졌고, SNS에는 “겨우 하나 구했다”는 인증 사진이 쏟아졌다. 품귀 현상은 곧 리셀(Resell) 시장으로 옮겨갔다.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해당 컵이 399.99달러(약 58만원)까지 치솟아 거래됐다.
한정판을 향한 소비자들의 열정은 이미 단순한 ‘굿즈 수집’을 넘어섰다.
◆“필요보다 소유의 욕망”…희소성이 만든 집단 심리
전문가들은 이번 ‘베어리스타 대란’을 희소성 소비의 전형적인 사례로 분석한다.
한 소비트렌드 전문가는 “한정판 상품에 대한 과열 양상은 ‘소유 욕구’와 ‘희소성 가치’가 결합된 결과”라며 “실질적인 필요보다 ‘희귀한 물건을 갖는 경험’ 자체에 높은 프리미엄이 붙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심리학적으로도 이는 ‘경쟁 본능’과 ‘과시 욕구’의 결합으로 설명된다.
SNS가 확산 통로 역할을 하면서 “남이 가진 걸 나도 가져야 한다”는 비교심리가 폭발한다는 것이다.
한정판 굿즈 구매 경쟁은 단순히 물건의 가치보다 ‘소속감’과 ‘인정 욕구’를 충족시키는 심리적 행위라는 분석도 나왔다.
◆‘줄 서는 마케팅’, 스타벅스의 전략
스타벅스는 매년 연말 시즌마다 ‘리유저블 컵’과 ‘홀리데이 에디션’을 내놓으며 브랜드 충성도를 높여왔다.
소비자들이 줄을 서는 그 자체가 스타벅스의 마케팅 자산으로 작용한다.
브랜드 전략 전문가는 “스타벅스는 단순히 상품을 파는 게 아닌 ‘브랜드 경험’을 판매한다”며 “베어리스타 컵은 연말의 따뜻한 감성과 팬덤 참여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라고 전했다.
SNS에 올라오는 인증샷과 구매 후기가 자연스러운 바이럴(입소문) 효과를 일으키며, ‘한정판=연말 스타벅스’라는 인식을 굳혔다.
이런 ‘참여형 팬덤 마케팅’은 소비자들을 브랜드의 일부로 만들지만, 동시에 과열 경쟁과 리셀 시장을 촉발시키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리셀 시장이 만든 새로운 ‘굿즈 경제’
한정판 굿즈는 이제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투자 자산으로 취급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굿즈로 수익을 낸다”는 인식이 확산 중이다.
한 마케팅 전문가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소비가 아닌 ‘리셀 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된 새로운 경제 생태계의 결과”라며 “브랜드가 한정판 전략을 강화할수록 소비자는 이를 투자 대상으로 인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베어리스타 컵뿐 아니라 지난해 한국에서도 출시된 스타벅스 ‘서머 캐리백’은 리셀가가 5배 이상 뛰어 화제가 됐다.
브랜드의 희소성 전략이 리셀 시장의 성장과 맞물리면서 ‘굿즈 경제’라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된 셈이다.
◆“과열은 리스크” 브랜드의 숙제…한정판이 남긴 질문
전문가들은 기업이 ‘한정판 마케팅’의 이면에 있는 리스크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폭력 사태 △매장 혼잡 △리셀 시장의 불법 거래 등은 자칫 브랜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한정판의 매력을 유지하되, 소비자 안전과 유통 질서를 지킬 수 있는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정판 굿즈는 ‘소비의 즐거움’을 넘어 경험·자아·소속감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그 열기가 폭력과 과열 경쟁으로 번진다면, 이는 더 이상 건강한 소비 문화라 할 수 없다.
스타벅스의 ‘베어리스타’는 단순한 컵이 아닌 현대 소비자들의 욕망 구조를 비추는 거울이다.
‘무엇을 사느냐’보다 ‘왜 사느냐’를 묻는 시대다. 그 답을 찾는 것이야말로, 브랜드와 소비자가 함께 풀어야 할 진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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