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뛰는 신지애에게는 올해 두 가지 중요한 목표가 있다. 일단 2승을 더 거둬 30승 이상 선수에게 주는 영구 시드를 따내는 것이다. 신지애는 이미 JLPGA 투어 30승을 거두고 있지만 그 중 2승이 비회원일 때 거둔 승수라 영구 시드 조건에서 빠지기 때문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 목표다. 그리고 이왕이면 그 2승 중 하나가 10월 열리는 일본여자오픈 우승이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JLPGA 투어 사상 첫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루기 위해 남은 마지막 퍼즐이기 때문이다.
4대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는 그랜드슬램은 JLPGA 투어 뿐 아니라 아직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도 한 번 나오지 않은 기록이다.
특히 올해 KLPGA 투어 메이저대회가 한화클래식이 빠지면서 5개에서 4개로 줄어 첫 그랜드슬램 주인공에 대해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KLPGA 투어는 2개 메이저대회 시스템으로 시작해 3개 메이저대회, 4개 메이저대회, 5개 메이저대회를 거쳐 올해 다시 4개 메이저대회 시스템으로 치러지게 됐다. 시스템이 많은 변화를 겪었을 뿐 아니라 국내에서 어느 정도 실력이 증명된 톱랭커들이 미국이나 일본으로 무대를 옮기면서 국내 4개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 대회에 집중하는 선수들이 많아져 첫 그랜드슬래머 탄생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3개의 메이저대회를 차지해 커리어 그랜드슬램까지 마지막 4번째 퍼즐만을 남겨둔 현역 골퍼는 신지애를 비롯해 김효주, 전인지, 박민지, 장하나, 이다연까지 모두 6명이다.
2008년 신지애는 현 4개 메이저 대회에 속한 대회들인 한국여자오픈, KLPGA 선수권, KB국민은행 스타투어 4차 대회, 그리고 하이트 컵 여자프로골프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하지만 신지애는 ‘그랜드슬래머’가 아니다. 하이트 컵은 그 다음 해인 2009년에 가서야 메이저대회로 승격됐기 때문이다. 당시 메이저대회는 한국여자오픈, KLPGA 선수권, KB국민은행 스타투어 4차 대회까지 3개로만 운영되고 있었다. 한 해 모든 메이저대회를 석권하기는 했지만 서로 다른 4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진정한 의미의 그랜드슬래머라고는 할 수 없다.
2009년부터 순차적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와 JLPGA 투어로 무대를 옮긴 신지애는 국내에서는 그랜드슬램 도전 자체를 이어가지 않았다. 물론 당시에는 그랜드슬램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도 않았다.
현재 가장 그랜드슬램 퍼즐 완성에 가장 가깝게 다가서 있는 선수는 ‘KLPGA 기록 제조기’ 박민지라고 할 것이다.
2021년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첫 메이저 퀸에 오른 박민지는 2022년 KB금융 스타 챔피언십과 하이트 진로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3개 메이저대회 정상에 올랐다. 한화클래식이 사라진 현재 박민지에게 남은 그랜드슬램 퍼즐은 KLPGA 챔피언십이다.
2019년 기아자동차 제33회 한국여자오픈을 시작으로 2021년 한화클래식 그리고 2023년 크리스에프앤씨 제45회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다연은 KB금융 스타챔피언십이나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중 한 개만 더 타이틀을 차지하면 4개 메이저 대회를 석권할 수 있다. 다만 현재 4개 메이저 대회 중 1개 대회 타이틀은 차지하지 못하게 돼 약간 어색한 그랜드슬래머가 될 수도 있다.
지난해 병가를 냈다가 올해 돌아오는 장하나도 서로 다른 3개의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갖고 있는 선수다. 2012년 KB금융 스타챔피언십, 2013년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메이저 우승을 일군 장하나는 2018년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3개 메이저대회 우승자가 됐다. 장하나는 한국여자오픈 우승컵이 필요하다.
JLPGA 투어에 집중하는 신지애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활약하는 김효주와 전인지는 그랜드슬래머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일정 조정이라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대회에 출전하지 않으면 기회 자체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효주와 전인지는 KLPGA 챔피언십 우승이 필요하고 신지애에게 남은 마지막 퍼즐은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이다.
흥미로운 건 최근 3년 간 한화클래식 우승자들이 모두 2년 연속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는 점이다.
2022년 한화클래식 우승자 홍지원은 2023년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했고 2023년 한화클래식 챔피언 김수지는 작년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다. 또 지난해 한화클래식에서 우승한 박지영은 2023년 KB금융 스타챔피언십 챔피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