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태인(25·삼성)은 올해 뜨거운 가을을 보냈다. 포스트시즌 총 3경기에 등판해 팀을 와일드카드 시리즈부터 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끌고 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일주일 남짓 짧은 휴식을 취한 원태인은 이제는 국가대표로 뛴다. 가슴에 KOREA가 쓰인 유니폼을 입고 태극기가 그려진 모자를 쓴 원태인은 이번 달 체코·일본과의 평가전 국가대표팀의 투수 조장을 맡았다.
2일 고양 국가대표 야구 훈련장에서 대표팀 첫 훈련을 마치고 만난 원태인은 “모든 걸 쏟아부은 포스트시즌이었다. 시즌을 마치고 이틀은 침대에서 못 일어난 것 같다. 집에서 밥 먹고 다시 눕는 일상을 반복했다”며 “그래도 회복에 중점을 뒀고 휴가 기간 구단에서도 특별히 관리해줘서 정말 피곤한 몸을 잘 추스르고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는 8~9일 체코와, 15~16일 일본과 진행하는 평가전은 내년 3월 열리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를 위한 전초전 격이다. 대표적인 선발 자원 원태인은 WBC에도 승선할 가능성이 크다. 원태인은 “대표팀 감독님이나 트레이닝 파트에서 중요한 건 WBC니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몸을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다. 몸 상태를 많이 체크하고 잡아주신다고 하셔서 컨디션 회복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원태인은 이날 훈련에 앞서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토론토의 월드시리즈 5차전을 챙겨봤다. 우승팀 다저스는 올 시즌 일본인 투수들이 주축을 이뤘다. 이들은 내년 3월 WBC에서 대표팀이 직접 마주할 가능성이 크다. 경기를 바라보는 국가대표 투수의 감정도 남달랐다.
원태인은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투수라고 하는데 가성비가 좋은 선수인 것 같다.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보다 더 큰 무대에서 더 큰 중압감을 받으며 선발로 완벽한 피칭을 하고 다음 날 등판해 더 강한 공을 뿌리더라. 저런 무대는 저만한 에너지가 나올 수 있는 곳이구나 싶었다”며 “투혼을 넘어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최고의 경기를 보여준 것 같아서 존경스러웠다”고 말했다.
원태인은 “우리에겐 한국시리즈가 큰 의미를 가진 경기인데 작년에는 그 문턱에서 좌절했고 올해도 플레이오프에서 떨어졌다. 나도 큰 무대에서 최고의 피칭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동기 부여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김혜성과도 연락을 주고받았다. 원태인은 “어제(1일) 혜성이 형에게 ‘너무 부럽고 기대된다. 꼭 우승하면 좋겠다’고 했는데 진짜 우승을 했다”며 “너무 부러웠다. 그런 경기는 시합에 나가지 않고 직접 보는 것만 해도 진짜 좋을 것 같다”이라고 말했다.
만약 WBC에서 야마모토와 선발 맞대결을 벌인다면 어떨까. 원태인은 “영광스러운 경기라고 생각하지만 팬이 아니라 상대 팀으로서 만나는 것이기 떄문에 존경하는 생각은 버릴 것이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경기에 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원태인은 오타니 쇼헤이가 2023년 WBC 미국과의 결승전을 앞두고 일본 선수들에게 ‘오늘은 저들(미국 대표팀)을 동경하지 말자’고 말한 것을 떠올리며 “너무 인상적이었다. 그 말을 되새기고 경기에 들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원태인은 “대표팀 경기에서는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가 가장 중요할 것 같다. 국제대회는 많은 점수가 나지 않는 경기이기 때문에 투수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점을 굉장히 소중히 여겨야 할 것 같다”며 “투수들이 잘 준비해서 다음 시즌을 생각하지 않고 WBC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마음으로 열심히 빠르게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언제나 강한 팀과의 경기는 재밌고 선수로서도 얻는 게 많다. 이번 평가전에서도 체코보다는 아무래도 일본전에서 조금 더 배울 게 많을 것 같고 더 재밌는 승부가 될 것 같아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