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사요? 어떡하죠? 야구를 향한 제 마음은 항상 혹사중인걸요.”
월드시리즈(WS) MVP 야마모토 요시노부(27·LA 다저스)의 눈부신 역투와 함께 야구에 대한 진심이 담긴 인터뷰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WS 7차전 불펜 등판 후 “내 안의 야구 소년이 돌아온 느낌”이라고 말했고, 혹사 논란에 대해 야구에 대한 진심과 열정을 드러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팀을 구한 WS 3승을 거둔 투수의 야구 실력과 성품 모두 ‘월드클래스’였다.
야마모토는 2일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WS 7차전에서 4-4로 맞선 9회말 1사 1·2루 위기에 마운드에 올라 2.2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팀의 5-4 승리와 함께 우승을 이끌었다.

야마모토의 이날 투입은 그야말로 현대 야구의 상식을 거스른 ‘미친 결정’이었다. 1일 6차전에 선발로 등판해 96구를 던진 지 하루도 안 된 상황. 제 아무리 WS 우승이 걸렸다고 해도 등판 자체를 생각하는 게 어렵다.
다저스는 이날 선발 오타니 쇼헤이가 3회 3점 홈런을 허용하고 조기 강판당한 뒤, 로블레스키, 글래스나우, 블레이크 스넬 등 선발 자원을 모두 소진했다. 그런 가운데 9회초 미겔 로하스의 극적인 동점 홈런이 터졌다. 그 직후인 9회말 1사 1·2루 위기에서 다저스는 야마모토를 찾았다.
야마모토는 첫 타자인 알레한드로 커크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하며 1사 만루, 끝내기 위기에 몰렸다. 시리즈 운명이 걸린 순간, 야마모토는 흔들리지 않았다. 달튼 바쇼를 2루 땅볼로 유도했고, 로하스의 침착한 송구로 홈 포스아웃이 이뤄졌다. 이어 어니 클레멘트의 뜬공 타구는 좌익수 키케 에르난데스와 중견수 앤디 파헤스가 충돌 직전까지 달려들었지만 파헤스가 잡아내며 극적으로 9회를 막았다.

10회초 다저스는 1사 만루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야마모토는 10회말 다시 마운드에 올라 히메네스를 2루수 땅볼, 스프링어를 삼진, 루크스를 뜬공으로 잡아내며 완벽한 이닝을 만들었다. 체력은 바닥이었지만, 놀라운 집중력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이어 11회초 윌 스미스의 좌월 솔로 홈런이 터지며 다저스가 5-4로 역전했고, 11회말 야마모토는 마지막 이닝을 위해 다시 올라갔다.
선두 게레로 주니어에게 2루타를 맞으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팔레파의 희생번트 이후 바저에게 볼넷을 허용했음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1사 1·3루의 위기. 커크를 절묘한 스플리터로 땅볼로 이끌어냈다. 유격수 무키 베츠가 잡아 2루 베이스를 밟고 곧장 1루로 송구, 시리즈를 끝내는 병살타로 연결했다. 다저스가 WS 2연패를 완성하는 순간이었다.
야마모토는 이번 WS에서 2차전 완투승, 6차전 6이닝 선발 등판, 그리고 7차전 불펜 등판까지 무려 3승을 챙기며 시리즈 MVP로 우뚝 섰다. 2024년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와 12년 3억2500만 달러(한화 약 4650억 원)이라는 역대 최고 투수 계약을 맺었을 당시만 해도 의문이 뒤따랐지만, 야마모토는 올해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통해 그 계약이 오히려 ‘가성비’였다는 걸 증명했다.
야마모토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을 뿐”이라며 “이 팀의 일원이어서 자랑스럽다”고 짧게 말했다.

야마모토는 이후 일본 NHK와 인터뷰에서 깊은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미국에 온 뒤론 야구를 즐기지 못했다. 머릿속에 잘해야한다, 내 가치를 증명해야한다는 생각만 가득했다”면서 “그런데 패배하면 모든 걸 잃게 되는 벼랑끝에 선 순간, 어린 시절 처음 야구를 시작하던 때의 야구소년 야마모토를 마주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굉장한 밤이다”라고 회상했다.
“내가 야구를 막 시작했을 때, 처음 마운드 위에 섰을 때 내 머릿속엔 메이저리그는 커녕 일본프로야구도 없었다. 그저 우리팀엔 투수가 없었고, 던질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하루하루 버티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그 소년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영웅? 구세주? 그런 생각은 집어치워! 그냥 던져!’라고 말하고 있었다.”
야마모토는 “내 커리어가 끝났을 때 이번 WS에서의 모습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위기에 처한 팀을 위해 야마모토가 공을 던졌다, 그 사실 하나면 충분하다. 혹사요? 어떡하죠? 야구를 향한 제 마음은 항상 혹사중이다. 팀이 벼랑끝에 몰렸는데 ‘팔이 아프니까’ 따위의 이유로 외면하는 선수가 되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