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무역 갈등이 재점화되면서 고려아연이 반사이익 기대주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 고려아연이 생산하고 있는 안티모니 등 희소금속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올해 고려아연의 희소금속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0배 수준 폭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지난 9일 희토류 물자의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수출 사업자가 해외에 중국산 희토류 관련 품목을 수출하려면 상무부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사실상 군사력 경쟁 중인 미국에 중국산 희토류 자원과 기술이 유입되는 것을 견제하려는 목적이다.
앞서 중국은 2023년 8월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를 시작으로 같은 해 12월 흑연, 지난해 9월 안티모니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중국의 희소금속 통제로 공급 부족이 발생하자 국내에서 유일하게 희소금속을 생산하는 고려아연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희소금속 가격 상승이 고려아연에 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 주요 희소금속 중 하나인 안티모니 가격은 지난해 대비 4배 이상 올랐으며 같은 기간 인듐도 1.5배 상승했다. 고려아연의 올 상반기 안티모니 누적 판매량은 2261톤(t)으로 전년 동기보다 약 30% 늘었고, 판매액은 161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306억원)보다 5배 이상 급증했다.
이 중 안티모니의 경우, 올해 처음으로 미국에 직접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고려아연은 지난 6월과 8월 각각 안티모니를 미국에 20t씩 수출했다. 올해 미국 수출 목표는 약 100t이며 내년에는 월 20t씩 총 240t 이상으로 규모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이 기존 안티모니 수입량 60% 수준을 중국에 의존해온 만큼, 고려아연이 중국산 대체 공급처로 부상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올해 고려아연의 희소금속 부문 영업이익이 50배 수준 폭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희소금속 부문에서 1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고려아연은 올해 가격 상승 및 판매량 상승에 힘입어 50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낼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따라 올해 고려아연의 전체 실적도 눈에 띄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고려아연은 희소금속을 비주력 생산품으로 다뤄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수출 통제 등 희소금속을 둘러싼 대외 환경이 우호적으로 변화하자 회사는 희소금속 회수율과 생산 비중을 높이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모습이다. 기존 고려아연의 주력 생산품은 아연이며 이를 제련하는 과정에서 금, 은, 구리, 납, 안티모니, 비스무트, 인듐 등 다양한 금속이 추출된다.
회사의 체질 변화가 본격화되면서 최윤범 회장의 경영 리더십도 다시금 주목받는 모양새다. 고려아연이 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는 상황 속에서 안정적인 경영 행보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에서다. 여기에 핵심 전략 광물을 둘러싼 외부환경이 긍정적으로 흘러가면서 수익 창출 기회를 선점할 수 있을 거란 업계 안팎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미국 수출을 기점으로 희소금속의 회수율을 더욱 높이고 수출처를 다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