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갈증 있었다”…32년만에 무대 선 이영애, ‘헤다 가블러’에 거는 기대 [D:현장]

2025-04-08

입력 2025.04.08 16:06 수정 2025.04.08 16:06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20대 때 부대에 섰던 기억이 배우로서 오랜 시간 가슴에 남아 있었습니다. 늘 연극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데 마침내 ‘헤다 가블러’를 통해 무대에 다시 서게 돼 설레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영애는 8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LG시그니처홀에서 진행된 연극 ‘헤다 가블러’ 제작발표회에서 32년 만의 무대 복귀 소감을 전했다. 이영애의 마지막 무대는 1993년 김상수 작·연출 ‘짜장면’이었다.

이영애는 “대학원에서 연극 공부를 하면서 입센 작품에 매료됐다. 그중에서도 ‘헤다 가블러’는 꼭 해보고 싶었던 작품이라고 지도 교수와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 시기에 ‘헤다 가블러’를 만나게 된 건 운명 같은 인연”이라며 “매 순간 힘들지만 몇 배의 재미를 얻고 있다. 훌륭한 연출가, 좋은 배우들과 함께하는 시간 자체가 값지다”고 말했다.

연극 ‘헤다 가블러’는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대표작으로, 외면은 우아하지만 내면에 욕망과 불안을 감춘 입체적 인물 헤다의 심리를 다룬 작품이다. ‘여성 햄릿’으로 일컬어질 만큼 중요한 고전으로 평가된다. 이번 ‘헤다 가블러’는 리처드 이어의 각색본으로 만들어지며 연출은 제54회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수상한 전인철이 맡는다. 2024년 전도연, 박해수가 출연한 ‘벚꽃동산’으로 4만 관객을 동원했던 LG아트센터가 개관 25주년을 기념해 선보이는 제작 연극이다.

전인철 연출은 “입센의 희곡 속 인물들, 특히 여성 캐릭터는 오랜 기간 관심의 대상이었다. 삶의 의지를 갖고 선택하고 행동하는 여성들을 보면서 힘의 근원은 무엇인지, 무엇이 저들을 저렇게 행동하도록 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헤다 가블러’를 선택하게 됐다”고 작품을 기획한 이유를 밝혔다.

이영애는 주인공 헤다로 무대에 선다. 이현정 LG아트센터장은 “이번 작품의 관전 포인트는 32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이영애의 모습”이라면서 “이영애는 역삼동에 있을 때부터 연극을 자주 보러왔고 평소에도 연극에 관심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동안 다채로운 캐릭터를 소화했던 이영애가 완벽한 헤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출연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

이영애는 “결혼과 출산을 하고 여성으로서 다양한 감정을 갖게 됐을 때 이 작품을 만났다. 20~30대에 만났다면 공감을 할 수 있었을까 싶다”면서 “헤다는 정답이 없는 여자 같다. 어떻게 보면 더 밝은 모습이 있어야 이면에 어두운 모습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색깔을 가진 인물이 아니라 아직도 헤다의 색깔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영애의 출연 자체로도 화제를 모았지만, 공교롭게도 국립극단에서도 ‘헤다 가블러’를 동시기에 선보인다는 점도 작품에 주목을 끌었다. 국립극단의 ‘헤다 가블러’는 2012년 초연해 전회차 전석 매진을 기록한 작품이다. 당시 헤다를 연기했던 이혜영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전 연출은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주고,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예상도 하는 것 같다. 제가 생각한 것 보다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국립극단과)가장 큰 차이는 공간의 크기”라며 “LG아트센터의 공연은 대극장의 거대한 세트를 준비 중이다. 그에 맞는 표현과 영상 라이브를 활용해 표현되는 장면들이 있다”고 귀띔했다.

작품에는 헤다 역의 이영애를 비롯해 학문적 성취 외에는 관심이 없는 헤다의 남편 테스만 역에 김정호, 가까운 곳에서 끊임없이 헤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해오는 판사 브라크 역에 지현준, 헤다의 잠들어 있던 욕망을 깨우는 옛 연인 뢰브보그 역에 이승주, 헤다의 질투심을 자극하는 친구 테아 역에 백지원, 전통적인 가치관을 가진 고모 테스만 역에 이정미, 헤다의 하녀 베르트 역에 조어진이 출연한다.

‘헤다 가블러’는 LG아트센터 서울, LG 시그니처 홀에서 5월 7일부터 6월 8일까지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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