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와 반대인 KBO리그의 이상한 현상, FA 계약금은 왜 이렇게 많을까

2024-11-29

이번 스토브리그 FA 이적 첫 계약이었던 한화의 심우준 영입 계약은 4년 최대 50억원이었다. 다음 날 엄상백과는 4년 최대 78억원에 계약했다.

심우준 계약을 뜯어보면 계약금이 24억원으로 연봉 18억원보다 더 많다. 옵션이 8억원이었으므로 보장금액은 42억원이고, 이중 계약금 비중은 57.1%나 된다. 절반이 훌쩍 넘는다.

엄상백의 계약금도 상당한 수준이다. 계약금이 34억원, 연봉 총액 32억5000만원, 옵션 11억5000만원으로 계약금이 연봉보다 많다. 보장금액 중 계약금 비중은 51.1%다.

이어진 허경민의 KT 이적에도 계약금 16억원, 연봉 총액 18억원, 옵션 6억원 등 계약금 규모가 보장금액 대비 47%나 된다. 스토브리그 초반 맺어진 대형 계약이었던 SSG의 최정 계약은 그나마 계약금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계약금 30억원, 연봉 80억원 등 총액 110억원 계약이었다.

KBO리그만의 요상한 계약 방식이다. 계약금 규모가 너무 크다.

오타니 쇼헤이는 LA 다저스와 10년 7억달러에 계약했다. 이 중 6억8000만달러를 10년 뒤에 나눠받는 ‘디퍼’ 조건이어서 오타니의 연봉은 연간 200만달러 수준이다. 오타니는 2033년까지 200만달러씩을 받은 뒤 10년 계약이 끝나고 난 뒤인 2034년부터 10년 동안 6800만달러씩을 받는다. 10년 7억달러 계약을 했지만 ‘계약금’은 없다. 앞서 LA 에인절스와 계약할 때는 231만5000달러가 계약금이었는데, 이는 ML 규정상 ‘아마추어 선수 계약금’에 해당한다.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LA 다저스와 12년간 3억2500만달러에 계약했다. 야마모토는 이때 5000만달러를 계약금으로 받았는데 이는 미국 생활을 위한 초기 정착금 성격이 강했다. 대신 야마모토의 첫 해 연봉은 500만달러, 2025년 1000만달러, 2026년 1200만달러이고, 2027년이 돼야 2600만달러로 오른다. 대략 3년치 연봉을 당겨 쓴 셈이다. 많은 메이저리그 계약에서 계약금(사이닝 보너스)은 상징적 수준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KBO리그는 계약금 규모가 절반을 넘거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선수와 구단 양쪽의 수요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한 구단 단장은 “선수들이 FA 계약 때 계약금 규모를 늘리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전체 총액 중 상당 규모 금액을 미리 받아두는 게 낫다. 최근 FA 계약금은 부동산 등의 ‘투자’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 경우 구단 입장에서는 손해다.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하면 가능한 늦게 주는게 이익이다. 오타니 계약이 명목상으로는 7억달러 계약이지만 연간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하면 4억6000만달러 정도로 평가 받는 이유다.

하지만 KBO리그 특성상 구단 역시 대형 예산을 조기 집행하는 쪽이 유리하다. 또 다른 구단 단장은 “아무래도 모기업으로부터 돈을 받는 구조다 보니, 돈은 있을 때 써야 한다는 압력이 어느 정도 있다. 내년, 후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일단 쓸 수 있을 때 쓰는 쪽이 구단 입장에서도 낫다”고 설명했다. 돈을 벌어 쓰는 구조가 아니라 받아 쓰는 방식이다 보니, 일단 있을 때 쓰는 게 맞다.

여기에 KBO리그의 묘한 규정이 또 압력으로 작동한다. KBO리그에는 고액 연봉 2군 감액 규정이 존재한다. 연봉 3억원 이상의 선수가 부상이 아닌 부진 이유로 2군에 내려갈 경우 연봉 50%가 감액된다. 따라서 선수 입장에서는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연봉 규모를 줄이고, 계약금 규모를 늘리는게 유리하다. 심우준의 계약 보장 금액이 42억원이므로 연평균 10억5000만원이지만, 연봉은 4억5000만원 정도다. 부진으로 10일 동안 2군에 내려가면 감액 당하는 연봉이 1750만원에서 750만원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계약금 규모가 커진다고 해서 내야 할 세금에 차이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세금 계산 때는 계약금을 계약기간으로 나눠 연봉에 포함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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